지난해 6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등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방문한 병원 24곳 명단을 공개하고 메르스 대응 조치 등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부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에 대한 검사를 지연시켜 전염병의 확산을 야기했고,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4일 보건복지부와 질변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 보건당국, 초동대응 부실감사원 감사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충분한 준비기간과 전문가들의 여러 차례 권고에도 메르스 위험성을 간과하고 지침을 잘못 제정하는 등 사전대비를 소홀히 했고, 최초 환자 등에 대한 역학조사도 부실하게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9월 메르스 최초 발생 후 사람 간 전파 사례가 확인되고, 발생 국가가 증가하는 등 국내 유입 가능성이 증대되는 상황이었지만 위험성을 간과하고 확산 양상․해외 대응사례 등에 대한 연구분석을 실시하지 않는 등 사전대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4년 7월 메르스 대응지침 수립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의 밀접접촉자 기준 분석이나 전문가 자문없이 밀접접촉자의 범위(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를 좁게 설정했다.
질병본부는 특히 최초 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검사를 34시간이나 지체했는가 하면 최초환자가 병실 밖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병원 CCTV 등을 통해 확인하고도 격리와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정보비공개 등 확산방지 실패감사원 감사 결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조치 지연과 14번 환자 관련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방역조치 부실로 메르스를 대규모로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본부는 또 지난해 5월 31일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일부(117명)를 제출받고도 업무 혼선으로 즉시 격리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노출환자에 대한 추적조사 및 보건소를 통한 격리 등 후속조치가 7일간 지연돼 추가 확산을 막을 기회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본부는 특히 병원에서 제출한 접촉자 명단에는 보호자 등이 누락돼 있는데도 접촉자 추적조사를 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 총 90명 중 40명은 접촉자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에서 확진이 됐고, 이중 6명이 숨졌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삼성서울병원 비협조 사태 키워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이 1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 경유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 내 의료진에게 공유하지 않아 같은 병원을 경유해 내원한 14번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 대규모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대책본부가 지난해 5월 30일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 요구를 받고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다음날 117명의 명단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6월 2일에야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 업무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책본부는 지난해 6월 1일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바로 공개하지 않고 사흘 뒤인 4일에야 확진일자를 1일이 4일로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