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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침입한 '공시생' 마주친 순찰자 "오늘 몇명 남아있어요?"

사건/사고

    [단독] 침입한 '공시생' 마주친 순찰자 "오늘 몇명 남아있어요?"

    사건 외부 알려진지 일주일째 목격 사실도 숨겨

    인사혁신처 간판 (CBS 노컷뉴스 조기선 기자)

     

    국가중요시설 '가'급(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정부서울청사가 20대 공무원시험 준비생에게 뜷린 것은 단순한 시스템 문제만은 아니었다.

    주말에 청사 순찰자가 인사혁신처에 침입한 '공시생' 송모(27)씨를 범행 현장에서 맞딱뜨렸지만 주말 당직자인줄 알고 별다른 제재 없이 범행을 방관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당시 신원확인만 제대로 했어도 송씨는 현장에서 붙잡힐 수 있었고, 7급 공무원시험 점수를 조작하기 위해 채용관리과 사무실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청사 방호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와 공무원시험 준비생에게 허를 찔린 인사혁신처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보안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 두번째 침입 때 송씨 발견했지만 아무 의심도 안해

    정부서울청사 16층에 있는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송씨는 지난 2월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5차례 청사에 몰래 들어갔다.

    필기시험 다음날인 지난 3월 6일 오전 청사에 두번째로 침입한 송씨는 훔친 공무원증을 이용해 16층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앞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채용관리과 사무실 문은 비밀번호로 잠겨있었고, 배회하던 송씨는 같은 층에 있는 A사무실 문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사무실로 숨어들었다.

    송씨는 채용관리과 컴퓨터에 접속하기 전에 준비해 온 이동식저장장치(USB)를 A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꽂아 접속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했다.

    USB에는 리눅스 운영체제와 다른 운영체제 프로그램,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 등이 들어 있었다.

    바로 이때 사무실문이 벌컥 열렸다.

    주말에 청사 순찰을 돌던 직원이 사무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들어온 것.

    하지만 해당 직원은 한창 범죄행각을 벌이던 송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몇명 남아 근무하세요?"

    외부인이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 침입해 공무원 컴퓨터 접속을 시도하고 있던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순찰 직원은 아무 의심없이 송씨를 인사혁신처 직원으로 간주했다.

    예상못한 순찰 직원의 질문에 놀란 송씨는 "아! 오늘 2명 남아 근무합니다"라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순찰 직원은 당직기록부 같은 서류에 체크한 뒤 "수고하세요"라며 유유히 범행 현장을 떠났다.

    앞서 인사혁신처 황서종 차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야간이나 주말에 순찰자가 있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원들이) 순찰을 돌기는 하지만 도어락이 있으니까 문을 열고 안에까지 들어가 확인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최악의 정부서울청사 침입사건은 분실된 공무원증으로 정문과 후문, 보안검색대, 스피드게이트가 모두 뚫리는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안일한 순찰근무 등 인재(人災)도 한몫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기자

     

    ◇ 놀란 송씨 USB 사무실에 두고 나왔다가 비밀번호 존재 확인

    순찰자가 들이닥치자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송씨는 크게 놀랐다.

    '더이상 작업하다가는 들키겠다'고 생각한 송씨는 순찰자가 떠난 뒤 황급히 A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허겁지겁 사무실을 빠져나온 송씨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A사무실 컴퓨터에 자신의 USB를 그대로 꽂아놓고 나온 것.

    들어갈 때는 A사무실 문이 반쯤 열려 있어 진입이 가능했지만 복도로 뛰쳐나오면서 문이 닫히자 사무실은 안에서 잠겼다.

    '놓고온 USB 때문에 결국 들키겠구나'하고 낙담하던 송씨 눈에 조그만 숫자가 눈에 띈 것은 그때였다.

    A사무실 도어락 옆에 작은 필체로 숫자 4자리가 적혀있었던 것.

    설마하던 송씨가 해당 숫자를 A사무실 도어락에 입력했더니 문은 스르르 열렸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USB를 회수한 송씨는 청사를 빠져나가려다 문득 생각했다.

    '들어가지 못한 채용관리과에도 비밀번호가 적혀있지 않을까?'

    채용관리과로 다시 돌아온 송씨는 문 옆을 찬찬히 살폈고 예상은 적중해 문 옆 벽면에 숫자 4자리가 씌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송씨는 7급 공무원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보관하던 채용관리과 비밀번호를 당초 몰랐지만 USB를 놓고 나와 당황하면서 오히려 벽면 비밀번호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청사를 떠나려던 송씨는 채용관리과에 이처럼 '운좋게' 들어가 시험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의 책상과 컴퓨터 위치를 확인한 후 유유히 청사를 빠져나와 제주도로 향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과 26일 다시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에 침입해 시험점수를 위조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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