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해결사'를 자임하며 정부‧여당에 '국회 비준 동의'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사드 비준 동의의 당위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지렛대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복안도 일부 반영된 것이다. 다음달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야권의 세규합과 이에 따른 주도권의 야권 이양이 가속화될 수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라며 연일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찌감치 '종합적인 국익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통해 '비준 동의가 사드 철회를 위한 유일한 출구전략'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27일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법 중 하나가 국회 비준 동의 절차로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 오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사드 배치를 위해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국민의당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심상정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 60조는 국가안전과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정책에 관한 협정에 준하는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드배치는 단순한 전력보강의 문제로 취급될 수 없다"고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처럼 두 야당이 비준 동의 문제를 연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이를 발판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안보 이슈는 전통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경북 성주 군민들의 반발과 여론의 추이가 야권에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사드 찬성파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여야 의원 14명은 이날 오전 '사드 대응전략 간담회'를 갖고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적 연석회의' 구성에 공감대를 모았다.
여야 의원들은 또 사드 배치의 찬반을 떠나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에도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간담회에 참석한 이완영 의원 역시 이런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1주일 정도는 각 당에서 공감대를 넓혀서 연석회의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의원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후 1차적으로 소규모 모임을 한 뒤 모임을 확대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음 달 말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에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사드 반대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추미애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사진=자료사진)
27일 현재 차기 당 대표 출마 입장을 밝힌 송영길‧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더민주 혁신위원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당내 다수 의원들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 지도부는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사드 문제에 대한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재검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드 배치가 사실상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입법조사처가 이날은 '사드 배치가 헌법상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에 해당해 국무회의 심의대상이지만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해석까지 내놓은 것도 야권에 동력이 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결과, 대부분의 헌법 학자들이 사드 배치는 헌법 제89조 6호의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에 해당하므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정 사안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사드 배치과정에서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사드 배치가 국무회의 심의 사항에 해당하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헌법 제89조의 해석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례가 전무하다"며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전화 설문한 결과 대부분 국무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