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천막당사 (사진=자료사진)
이른바 차떼기 사건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측근을 통해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트럭째 받은 사건이다.
그 전까지 정치자금은 보통 '사과박스'에 현금 다발을 넣어 전달하는게 보통이었지만 이때는 50억원씩이나 150억원씩 실은 2톤 트럭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차째 넘긴' 그래서 '차떼기 사건'으로 불리게 됐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약 9개월에 걸친 광범위한 수사끝에 한나라당이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823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다.
이 차떼기 사건은 제 17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 밝혀지면서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으로 불렸고 당의 부패이미지 때문에 총선 필패가 예상됐었다.
당시 박근혜 한다라당 대표는 3월 당사를 버리고 부랴부랴 '여의도 천막당사'로 옮겨 치룬 총선에서 121석을 지켜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천막당사' 카드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덮긴 했지만 2002년 당시 차떼기 사건은 우리 정치와 재벌간 관계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당시 수사에서도 삼성과 현대, LG, 한화 등 재벌기업들이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았다.
물론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상당수 재벌들이 면죄부를 받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사선상에 올랐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뒤에 발생한 이번 이른바 최순실 사태에도 재벌기업들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19개 그룹 53개사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개사는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자동차가 68억8천만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포스코와 LG화학이 49억원씩이다.
또 호텔롯데와 한화, GS칼텍스와 대한항공 등이 10억원에서 30억원씩 낸 것으로 나온다. 특히 지난해 적자를 내서 법인세를 한푼도 안낸 기업 12곳도 이들 재단에는 출연금을 냈다.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때와 데자뷰를 이루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2002년 대선자금 사건과 이번 최순실 사태는 결이 다르다.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낸 '정치자금'사건이지만 이번 최순실 사태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개인의 잇속챙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사건때는 정당조직이 연루되고 개별기업들이 움직이는 형태였지만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는 전국경제연합회가 중간에 끼어 있다는 차이도 있다.
어찌됐던 재벌들은 지난 2002년 대선자금수사때에 이어 또다시 한꺼번에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가 일제히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