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비서실장 내정자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정무무석에 허원제 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을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달 30일 단행된 청와대 인적쇄신으로 공석이던 참모진을 일부 채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앞선 청와대 인적쇄신에서 비서실장 및 정책조정·정무·민정·홍보수석을 경질하고, 최재경 민정수석과 배성례 홍보수석을 임명했다. 이날 인사에 따라 정책조정수석만 공석으로 남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4선 국회의원으로서 김대중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정당대표, 노사정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민주화와 국민화합을 위해 헌신해 오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랜 경륜과 다양한 경험은 물론, 평생 신념으로 삼아온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국민적 시각에서 보좌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적임이라고 판단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 출신의 한 신임 실장은 국민의정부 시절인 1999년 11월부터 1년10개월간 한차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바 있다. 민주한국당(11대)·평화민주당(13대)·민주당(14대)·새정치국민회의(15대) 소속으로 국회의원, 국민의정부 말기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한 실장은 그러나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에 입당했고,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거쳐 현 정부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재직했다. 한 실장의 새누리당 입당 당시 'DJ 가신' 동지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새누리당으로) 안 간다고 하고서 가버리니까 착잡하고, 아쉽기도 하고 슬프다"고 한탄한 바 있다.
이날 함께 내정된 허 신임 정무수석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친박계로 분류된다.
정 대변인은 허 수석에 대해 "국제신문·경향신문, KBS·SBS를 거쳐 국회의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부본부장,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는 등 언론·국회·정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며 "현 상황에서 국회 및 각계각층과 긴밀하게 소통·협조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번 후속인사를 놓고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야권을 이탈한 인사를 통한 '통합인사 코스프레'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어제 김병준 총리 내정에 이어 한광옥 실장 내정으로 '야권 인사 중용'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한 실장은 일찍이 야권을 떠난 인물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야권도 한광옥 비서실장 인선을 혹평했다.
{RELNEWS:right}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제가 알기로 2,3일전부터 상당히 고사했는데 어쩔수없이 수락한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게 제일 생각이 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정권 대통령 비서실장이 허수아비여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덜커덕 총리, 제2의 허수아비 비서실장 식으로 인사를 해 나간다면 야권 협조도 어려울 뿐더러 무너진 국정 운영 컨트롤타워를 세우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러들이느냐"며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국면전환용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광옥 비서실장을 향해서도 "고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현 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을 수락할 수 있느냐"라며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