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이양받은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헌법개정 주도권 등을 놓고 대통령과의 이견을 확인시키면서, '김병준 내각' 성사 시 청와대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김 내정자는 "취임하면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면서 국무위원 임면권 행사 의지를 밝혔다. "국회 및 여야 정당과의 상설적 협의기구를 만들겠다. 이 과정을 거쳐 거국 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내치를 전담할 '책임총리'로서 본인 주도의 거국중립내각 구성안을 밝힌 셈이다. 박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전담하면서 사실상 2선후퇴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김 내정자는 이같은 포부의 근거로 대통령의 '동의'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경제·사회 정책 분야는 나에게 맡겨 달라'고 요구했는데, (박 대통령의) 정확한 언급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통령이 동의하셨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의하셨다고 본다'는 정도로는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의 구상을 수용했는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 대목은 향후 김 내정자가 총리로 정식 취임한 뒤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 위헌 논란도 안고 있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국회에 출석해 "내치는 총리가 맡고, 외치는 대통령이 모두 맡는 구분이 현행 헌법에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보다 훨씬 큰 정(政)·청(靑) 갈등 요인은 김 내정자의 정책판단이 박 대통령의 행보를 부정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구체 정책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하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 내정자는 "내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국정교과서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 나가겠다"라면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김 내정자는 또 "사드 문제에 대해 의견 다를 수 있다. 내 소신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보실 수 있구나 생각했다"면서 사드를 둘러싼 대통령과의 이견을 확인시켰다.
개헌에 대해서는 "개헌은 어디까지나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내 추진 여부도 국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게 김 내정자 소견이다. 이 역시 "임기 내 헌법개정 완수를 위해 정부 내에 조직을 설치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구상과 충돌한다.
물론 청와대와 총리실의 갈등 발생의 전제는 김병준 내각 '수립'에 있다. '과반 의석'의 야3당은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회 임명동의 없이는 김 내정자의 총리 취임은 물론, 청와대와의 갈등도 없는 일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다 의미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