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전의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 '더러운 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던 모습이다. (사진=윤창원 기자)
풍자화 '더러운 잠'의 국회전시에 대한 미술계 반응은 찬반 의견이 극렬하게 대립한다기 보다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이 작품을 적극 옹호하는 쪽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고, 이 작품의 정치성에 다소 거리를 두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 상반된 입장을 김정헌 화가(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와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이주은 교수는 "'더러운 잠'은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마네는 서양미술사에서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데 큰 역할을 한 선구적 화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여기서 예술적 자유라는 것은 예술이 사회적 가치의 하수인 역할을 하지 않을 자유, 특히 정치적 도구로 쓰이지 않을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란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권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더러운 잠'도 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논의가 될 수는 있겠으나, 이 작품은 정치적 검열(censorship)로부터 자유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매우 협소하고 지엽적인 차원으로 국한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패러디는 그 작품이 어디에 걸려서 어떤 맥락에 처하는가도 중요하다. '더러운 잠'이 국회에 전시된다면, 마네의 원작과는 달리, 예술가가 스스로 정치적 하수인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만드는 것 아닐까?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창조의 자유란 인간의 자유를 대변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몇 세기에 걸쳐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그런 협의의 자유가 아니다. 인간다움을 얻기 위한 커다란 차원의 자유다"고 강조했다.
이주은 교수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런 취지로 읽힌다. '더러운 잠'이 예술 표현의 자유보다 정치적 도구로서 쓰일 소지가 크다. 이 작품의 국회 전시는 정치적 도구로서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헌 화가는 "나는 '더러운 잠' 국회 전시가 하나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국회의원들이 이 작품을 여성 비하, 여성 혐오적 표현이라고 비판하는데, 이분들이 수 많은 누드 미술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반박했다.
김 작가는 "패러디는 풍자적 성격을 띠고 있고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더러운 잠'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내용을 상당히 정당하고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작가라면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해 당연히 표현할 수 있고 , '더러운 잠'은 이를 표현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헌 작가는 이 작품의 국회 전시도 문제될 게 없고, 표창원 의원을 징계하려는 것은 문화파괴주의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술은 감정을 촉발시키고 충돌시키면서 예술의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예술의 전시 장소가 절대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회가 신성불가침 지역이 될 수 없다. 미술가로서 정말 답답한 마음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예술과 정치는 충돌하고 갈등하는 것이다. 그런 것도 없이 예술이 장식물로 전락하는 것은 예술 세계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는 "표창원 의원 징계가 거론되고 있는데, 본인이 만든 작품도 아니고 행사를 주최한 것인데, 만인이 볼 수 있는 국회에 전시했다고 해서 징계를 하는 것은 문화파괴주의적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더러운 잠'이 작품으로 표현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를 놓고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더러운 잠'의 풍자는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세월호 7시간동안 성형시술 의혹과 같은 석연치 않은 사생활, 최순실이라는 사적 인물과의 국정 농단 사태를 회화적 기법으로 잘 포착해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국정농단에 대해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 도 있다. 이 작품이 표현되지 않았더라면 국민들은 이러한 상상과 감성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이 작품 전시를 죄악시· 범죄시 하는 건 사회의 포용력이 협소하다고 본다. 더구나 표창원 의원을 공공의 적으로 모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