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재영 (트럭 상담소, 정신과 의사)
보통 의사선생님들은 다 하얀 가운을 입기 마련인데요. 하얀 가운 대신 하얀 트럭을 몰고 다니는 정신과 의사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억대연봉을 포기하고 흰 트럭 속에 앉아서 무료로 고민 상담을 시작한 지가 벌써 1년이랍니다. 거리로 나온 정신과 의사 임재영 씨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임재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진=임재영 씨 제공)
◆ 임재영>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림이 잘 안 그려져요. 그러니까 음식 파는 푸드트럭처럼 병원 트럭을 몰고 다니시는 거에요?
◆ 임재영> 병원 트럭이라기보다는 상담 트럭이라고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상담 트럭?
◆ 임재영> 네.
◇ 김현정> 거기에 혼자 앉아계세요?
◆ 임재영> 네, 저 혼자 운전하고 저 혼자 차 주차하고 상담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트럭은 그럼 어디에서 얻으셨어요?
◆ 임재영> 작년 2월에 제가 샀습니다.
◇ 김현정> 자비 털어서 마련하신 거고, 그럼 그 전에는 뭐 하셨어요?
◆ 임재영> 다른 의사선생님처럼 병원에서 환자분들 치료하는 일 했었죠.
◇ 김현정> 당연한 거죠, 의사니까. 병원에 앉아서 치료하는 게 당연한 건데 1년 전에 그 병원을 박차고 나와서 마치 푸드 트럭처럼 상담 트럭을 만들어서 혼자 거기서 상담을 하셨다고요. 무료 상담인거죠?
◆ 임재영> 네, 무료 상담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제가 지금 앞서서 거리의 정신과 의사 이렇게 소개해 드렸는데 별명이 또 하나 있으시더라고요. 정신나간 정신과 의사.
◆ 임재영> 네, 그렇게 불러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만큼, 의사가 어렵게 공부해서 면허증 땄는데 병원이 아닌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무료상담을 한다니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게 당연해요.
◆ 임재영> 그래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거죠, 정신이 나갔다고. (웃음)
◇ 김현정> 아니, 왜 그러시는 거에요.
◆ 임재영> 정신과 의사라서 정신 병원에서 7년간 일을 하면서 늘 좀 안타까웠던 게 왜 이분들이 이제서야 오셨을까, 마음에 걸렸어요.
◇ 김현정>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훨씬 결과가 좋았을 텐데, 뭐 이런 건가요?
◆ 임재영> 그렇죠. 결과도 그렇고 또 그동안에 견뎌왔던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을 텐데…. 우리가 기침하고 콧물나면 내과나 이비인후과 찾아가시잖아요.
◇ 김현정> 물론이죠.
◆ 임재영> 그런데 마음의 병은 이렇게 선뜻 찾아오지 못하시더라고요. 아마 사회의 편견, 부정적인 편견 때문일 텐데요. 병원에만 있으면 이게 빨리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아예 병원 밖으로 나와서 이걸 알리고 많은 분들 만나고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해서 트럭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처음부터 트럭 문 열고 찾아오던가요? 안 그랬을 것 같은데.
◆ 임재영> 아니죠. 많이 고생했습니다. 나갔을 때 제가 상담하고 가세요, 상담 하세요. 하면 선뜻 또 안 타시고 못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뭔가 좀 쑥스럽고 처음 보는 저 사람한테 내 속마음을 어떻게 얘기해, 이런 것도 좀 있을 거고요.
◆ 임재영> 맞습니다. 공간도 병원이 아니고 그러니까 신뢰할 수 없는, 아직은 믿음이 안 가는 것도 그런 이유가 될 거고요. 정신과 상담,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또 선입견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홍보하셨어요? 어떻게 그분들을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하셨어요?
◆ 임재영> 제가 명함을 만들어가지고 그 명함을 좀 돌리면서 소개를 해 드리고 홍보를 했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국회의원들이 선거 운동 하듯이 나가서 명함을?
◆ 임재영> 그런 오해도 받았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이거 뭐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무료상담인데 여기 와서 고민상담하고 가세요, 이런 홍보 활동을 하신 거에요?
(사진=임재영 씨 제공)
◆ 임재영> 네.
◇ 김현정> 그래서 지금까지 몇 명이나 진료하셨습니까?
◆ 임재영> 1년쯤 했을 때 250분 정도요.
◇ 김현정> 우와! 1년에 250분, 그래도 많이들 찾아오셨는데요?
◆ 임재영> 나쁘지 않죠.
◇ 김현정> 그분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시는 건 어떤 거예요?
◆ 임재영> 사실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저는 외로움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말할 사람이 없다. 내 얘기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분명히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 김현정> 그러니까 제가 지금 그 질문 드리려고 했어요. 분명히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료도 있고 다 있는데 왜? 왜 말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해요?
◆ 임재영> 주변에 사람이 있지만 내가 속얘기를 다 꺼내놓고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인데요, 정확하게 말하면. 그거는 내가 이 얘기를 했다가 혹시나 이게 나한테 뭔가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것도 신경을 많이 쓰시고요. 또 이 사람도 살기 바쁘고 힘들 텐데 나까지 뭔가 짐을 지워주는 것 아닌가하면서 미안해서도 못하고 그러시더라고요. 또 얘기를 해 봤자 똑같은 대답을 듣다 보니 아이고, 해서 뭘 하겠나 하면서도 안 하시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외롭다라….
◆ 임재영> 사람이 있지만 있는 것처럼 못 느끼는 외로움이죠. 혼자인 듯 느끼시는 외로운 분들.
◇ 김현정> 뭐라고 조언해 주세요, 그런 분들한테는, 그러면?
◆ 임재영> 제가 고민 상담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어떤 얘기, 조언을 해 드리는 것보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그 얘기를 정말 진심으로 집중해서 들어주는 그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이분들이 얘기를 털어놓으시고 이미 그 과정에서 많이 위로를 받으시고 힘을 내시더라고요. 조언이 딱히 필요했던 것 같지 않아요. 저는 그냥 들어드렸어요.
◇ 김현정> 세상에. 들어주는 것 만해도 치유가 되는데 그 들어주는 그 한 사람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 임재영> 네, 많습니다.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 김현정> 들어주기만 해도 그게 치료가 된다, 저는 그 이야기가 굉장히 가슴에 남는데. 그런데 선생님. 그러면 지금 결혼하셨죠?
◆ 임재영> 네, 결혼했습니다.
◇ 김현정> 아이도 있으세요?
◆ 임재영> 네. 둘이예요.
◇ 김현정> 둘이나 있으세요?
◆ 임재영> 네.
◇ 김현정> 그러면 이거 지금 무료상담하신다면서요.
◆ 임재영> 네, 무료상담하고 있어요.
(사진=임재영 씨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가족들이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 가서 일하면 똑같이 상담하면 수입이 들어오는데 무료 상담한다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이러고 있는 남편 보면 아내가 속으로 좀 답답하실 것 같은데요?
◆ 임재영> (웃음) 많이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잘 몰라요.
◇ 김현정> 모르고? 그러니까 아내분이 속으로는 어떨지언정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고 그래, 좋은 일이니까 해 봐요, 라고 하는 게 그게 또 응원이 돼서 계속 이렇게 운영하실 수 있는 거네요?
◆ 임재영> 네, 더 그게 저한테는 더 절실함, 절박함으로 느껴지고 제가 허투루 시간을 쓰면 안 되겠다는 마음도 먹게 되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 김현정> 임재영 선생님한테 일단 감사드리고 저는 아내분한테 더 감사드립니다.
◆ 임재영> 아내만, 아내한테만 감사해 주셔도 돼요. (웃음)
◇ 김현정>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 임재영> 계속해야죠.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금 심각한데 이 자살률이 떨어지는 그날까지 저는 그 자살률을 떨어뜨리고 싶고요. 상담 트럭, 이게 지역마다 다 이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그래요. 저도 스트레스 심할 때가 있거든요. 직업이 직업이니까.
◆ 임재영> 그렇죠. 우리 다 그럴 수 있죠.
◇ 김현정> 그럴 때 한번 트럭으로 찾아가 봐야겠네요.{RELNEWS:right}
◆ 임재영> 불러만 주십시오.
◇ 김현정> 귀한 일하십니다. 앞으로도 고생해 주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임재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신과 상담을 해 주는 트럭이 있어서 화제입니다. 거리로 나온 정신과 의사 임재영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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