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다가오는 쓰레기 대란…지자체는 동상이몽

  • 2021-06-21 06:00
오는 2025년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이하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종료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대체매립지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매립지 사용 연장을 주장하는 서울·경기도와 2025년 사용 종료를 외치는 인천의 대립구도는 한층 더 가속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경기도, 인천 그리고 환경부가 모인 '4자 협의체'는 지난 2015년 6월 28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현 수도권매립지를 10년 연장해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합의서에는 '대체매립지 조성이 (2025년까지)불가능할 경우 현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 m²)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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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환경부·서울시·경기도의 업무 위탁을 받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1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 공모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응모한 지자체가 없어 5월 10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재공모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응모한 지자체는 0곳이기 때문에 이번 재공모도 불발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경기 "대체매립지 못구하면 연장해야"…인천 "발생지 처리 원칙 지켜야"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12일 옹진군 영흥면 일대 89만 5천㎡ 규모의 부지를 에코랜드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수도권매립지의 추가 사용종료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인천 에코랜드는 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종료에 대비하고, 인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만 처리하기 위해 조성되는 인천 자체 매립지로 2025년 준공 예정입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에코랜드와 광역자원시설 확충으로 '발생지 처리 원칙'을 준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인천시의 이러한 행보와는 다르게 다른 지자체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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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진행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 편린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금의 속도로 보면 2025년으로 예정된 수도권매립지 종료 시한을 몇 년 더 늦출 수 있고, 2015년 '4자 협의체' 합의대로만 하면 수도권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해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인천시와 서울시의 종료시간을 바라보는 차이를 의미합니다. 2025년이라는 시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4자 협의체 합의문에는 정확한 종료시점이 명시돼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창 매립중인 3-1공구의 매립 상황과 전부 메워지는 예상 시점을 계산해 2025년으로 사실상 못박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매립량을 감축해 메워지는 시간이 늦춰진다면 그만큼 종료시점을 더 늦출수 있게 된다'고 오 시장이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대체매립지 선정 난항도 이러한 행보를 예측하게 합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대체매립지 재공모 외에 다른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로 현재로써는 현 매립지를 연장 사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또한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세 지자체장을 만나 대담을 나눈 한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빠른 시일 안에 4자가 함께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고 4자 협의체 논의에서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늘어나는 쓰레기 배출량, 현재도 수도권 재처리시설은 처리용량 한계
매립지의 사용기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매립되는 쓰레기량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사회,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사회적 생활형태가 변화했고 이것은 쓰레기 배출량의 증가로 직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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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비대면 배송으로 발생한 폐기물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종이 폐기물은 전년 동기 대비 24.8%, 플라스틱도 18.9% 증가했습니다.
무게 완충재로 쓰이는 발포수지는 14.4%, 포장용 비닐도 9%나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종량제(생활폐기물)은 4.7%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음식물 쓰레기는 1.9% 감소했습니다.
또한 서울 경기지역의 최근 생활폐기물의 양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4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시와 경기도 기초자치단체들의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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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1~5월 13만 4557톤을 반입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5만 745톤을 버려 12% 증가했습니다. 경기도는 10만 9011톤에서 12만 6946톤으로 16.5% 늘었습니다.
단 인천 지역의 직매립 생활폐기물 양은 4만 215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반입량 5만 3233톤보다 20.8% 줄었습니다.
지자체마다 쓰레기 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는 백석동 쓰레기 소각장이 오는 2030년 내구연한이 다가옴에 따라 하루 처리량을 300톤에서 230톤으로 감축운영하고 나머지는 수도권매립지로 보내는 상황입니다.
경기 파주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02년부터 하루 처리용량 200t 규모로 운영되어온 탄현면 낙하리 소재 낙하리 소각장은 시설의 노후화로 처리 능력이 떨어져 2018년 기술진단을 받은 뒤 하루 150~160t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파주시 차원에서 추가 신설을 추진중이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위해 시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오는 8월까지 진행합니다. 현재 서울에는 4곳(강남, 노원, 마포, 양천)의 광역자원회수시설과 단독자원회수시설(은평구) 1곳이 운영중이지만 처리용량이 부족해 초과물량을 수도권매립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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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히도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설문조사'에서 "거주지 근처에 소각장을 설치하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9.6%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는 25.7%, 모름은 4.7%로 조사됐습니다.
◇처리역량을 늘리는 '해답'과 쓰레기를 줄이는 '정답' 병행돼야
쓰레기는 지금까지 우리눈에 안보이는 곳에서 분류돼 재활용도 됐지만 소각되고 매립되며 처리돼왔습니다. 하지만 매립지의 허용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머지않아 더 이상 쓰레기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워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집앞에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치워졌던 쓰레기가 더이상 치워지지 않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에 쓰레기 처리역량을 늘리는 방식과 더불어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나가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라벨이 없어진 생수, 리필하는 샴푸와 세재, 일회용 용기가 아닌 다회용 용기 사용 등 쓰레기 감소 노력은 우리 주변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점차 늘어나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는 내가 처리한다'의 원칙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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