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軍성폭력 연간 400건…왜 끊이질 않나

10명중 4명 불기소 처분…'솜방망이 처벌'에 '사후약방문'

성추행 피해를 입은 공군 부사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여군 중사가 상급자인 남군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데요.
피해 직후 상급자에게 보고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나 피해자·가해자 분리도 즉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관들이 조직적으로 회유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기 급급했습니다.
피해자는 지난 3월초 처음 해당 사실을 신고했으나 지속적으로 2차 피해를 입은 후 지난 5월 22일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상부에는 '단순 변사'로 최초 보고됐습니다.
현재 국방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약 한 달째 합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피의자는 21명이며 이 중 6명은 형사 입건과 별개로 보직 해임 조치를 받았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성폭력 사건은 계속 밝혀지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군대 내 성폭력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군대내 성폭력 신고

지난달 21일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군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771건, 월평균 64건 수준입니다.
여성 성폭력 피해자 신분을 보면 중·하사(58.6%), 군무원(13.8%)이 가장 많았고, 이어 대위(12.6%), 중·소위(9.2%) 순이었습니다. 피해를 겪은 중·하사와 군무원은 대부분 5년 차 미만으로 분석됐습니다.
남성 가해자는 대부분 선임 부사관(50.6%), 영관장교(23%)였습니다.

    
군내 동성 대상 성폭력은 2019년 260건에서 작년 333건으로 늘었습니다.
동성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은 병사(92.2%)였습니다. 가해자 또한 병사가 82.6%로 가장 많았고,부사관은 13.8%로 그다음을 차지했습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가해자는 병사(60.1%)와 부사관(24.2%) 순으로, 대민 접촉이 많은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군내 디지털 성범죄도 2019년 111건에서 2020년 145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2020 연례보고서를 통해 부설기관인 군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한 후 성폭력 상담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국방부도 공군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 파악을 위해 '성폭력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했는데요.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23일까지 57건의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고, 이중 수사 의뢰만 20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군대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제적 성적 행위에 대한 상관 보고에 대해 병사의 경우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29.5%, 간부(남군)의 경우 13.6%로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병사의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강제적 성적 접촉 피해를 경험하고도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병사의 경우 '불이익이 두려워서'가 38.1%로 가장 높았고, 간부(남군)의 경우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가 30.0%로 가장 높았습니다.
병사의 강제적 성적 행위에 대한 상관 보고 후 조치사항을 보면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았다'가 21.1%, '가해자가 타 부대로 전출되었다' 21.1%였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와 '사건의 진상조사만 있고 사후 조치는 없었다'가 각각 15.8%로, 전체 31.6%를 차지했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군 경력에 부정적 영향?…여군은 더 심해

국가인권위원회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철저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라는 인식질문에 병사는 47.3%, 여군은 64.5%, 간부(남군)은 33.8%가 '매우 그렇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여군은 군 조직의 특성상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경력 및 지휘관(자)으로서의 역량/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질문에 여군 51.4%, 간부(남군) 44.7%가 '매우 그렇다', '어느 정도 그렇다'라고 답했는데요.
여군, 남군 통틀어 성폭력 피해가 군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군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로 인해 여성이 고립/배제되고 있다'라는 인식 질문에는 여군의 33.6%가, 간부(남군)의 13.7%가 '매우 그렇다', '어느 정도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여군이 남군에 비해 고립 등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군인권센터 202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여군의 경우 피해가 있음에도 성별권력관계에서의 낮은 위치성과 직업군인으로서 생존권의 문제와 수치심, 부대에서 떠도는 소문 등의 2차 가해 염려 등으로 인해 1차 상담 이후 후속 상담을 주저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연평균 400건…'솜방망이 처벌'에 '사후약방문식 대처'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이후에도 또 다른 성범죄 피해가 잇따라 밝혀졌는데요.
공군 하사가 여러 계급의 다수 여군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이름이 제목으로 들어간 폴더를 만들어 불법 촬영물을 저장해온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공군 대위가 국방 헬프콜에 전화를 걸어 성범죄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다고 호소했지만 "지정된 상담관이 퇴근했으니 내일 다시 전화하라"는 황당한 대답을 들은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지난달 17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군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가해자가 모두 군인인 성폭력 사건은 2017년 407건, 2018년 412건, 2019년 327건, 2020년 455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연평균 4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음에도, 기소율은 39.7%, 그중 집행유예 비율이 4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 의원은 "군 성폭력 문제 핵심은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극단적인 가해자 중심문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된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이 모 법무관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도 직접 면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군본부 군사경찰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성추행 사실을 고의 누락해 허위 보고했고,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4회에 걸쳐 이를 직접 지시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제보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7일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현 성폭력 예방 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합동 실태조사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민간 전문가 그룹과의 긴밀한 소통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적 개선사항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오는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됩니다.
과거에도 군은 내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문제 발생후 뒷수습에 급급하기보다는, 좀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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