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자 전력당국은 전력예비율을 안정적으로 맞추는데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전력예비율은 전력의 수급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예비전력 (공급능력-최대수요)을 전력 최대수요로 나눠 산출합니다.
전력을 미리 발전시켜 놓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아쉽게도 발전된 전력은 저장할 수 없어 항상 수요보다 높은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마다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예비전력량을 산정하는데요.
우리나라는 발전기 고장, 이상 고온으로 인한 수요 급등을 고려해 10% 안팎의 전력 예비율을 유지해야 안정정적인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발빠른 원전 재가동 … 7월 전력수급 위기 속 구원투수로
지난 7월 중순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봉착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7월말~8월까지 정비 예정이던 원전 3기(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에 대한 재가동 승인을 했고 전력 공급을 안정화시켰습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초 10후반~20%를 유지하던 공급 예비율은 12일부터 말일까지 평일 10% 초반대, 주말 20%대를 기록했습니다.
신월성 1호기(1000MW, 1000 메가와트)는 7월 16일 원안위 승인을 획득, 18일부터 계통 연결돼 전력 공급을 시작했고 터빈 주변설비 화재로 정지했던 신고리 4호기(1400MW)는 원안위 조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받아 21일부터 전력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월성 3호기(700MW)는 예정된 계획정비 일정에 따라 원안위 재가동 승인을 21일 받아 23일 가동했습니다.
이어 8~9월 무더위 속 전력수요가 재차 오를 것을 대비해 지난 4월 20일부터 정비에 들어간 한울 3호기도 9일 검사를 마무리 후 재가동 심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속하는 탈원전·탈석탄…LNG·신재생은 '껑충'
무더위 속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해 원전 재가동을 했지만 향후 원전 운영은 점차 감소할 전망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확정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은 오는 2034년까지 11기 노후 원전(고리2~4호기, 한빛1~3호기, 월성2~4호기, 한울1‧2호기)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고 중단해 17기까지 감축합니다. 원전 발전용량은 2020년 23.3GW로 정점에 달했다가 2034년 19.4GW까지 감소할 예정입니다.
또한 석탄발전소 60기 중 절반은 30년이 넘어가는 노후 발전소로 2034년까지 폐지할 예정으로 20년 35.8GW에서 34년 29GW까지 감소할 예정입니다.
산업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의 감소량 이상을 LNG와 신재생 에너지로 메운다는 방침입니다.
LNG 발전소는 22년~24년 여주복합, 통영복합, 음성천연가스, 울산GPS를 건설하고 24년~34년 폐지된 석탄발전소를 24기를 LNG로 연료전환 후 가동할 방침입니다. 발전용량은 20년 41.3GW에서 34년 58.1GW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재생에너지3020,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3차 에너지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그린뉴딜 계획 등 정부정책을 반영해 20년 20.1GW에서 34년 77.8GW까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강수,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여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주로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 바이오 등 다양한 발전방법이 존재합니다.
이 중 태양광(45.6GW) 및 풍력(24.9GW)은 34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전체의 91%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과도기…기존 발전체계 적절한 운용은 필수
전력수급 위기를 원전 조기 가동으로 타개한 현 정부의 행보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물음표를 떠올리게 합니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것에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결국 전력피크때는 원전의 필요성이 다시 재확인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구조를 바라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현재 원전은 한국 에너지 산업에서 화력발전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단일 발전소의 발전량은 화력발전보다 큽니다. 원전은 탈원전 정책 전까진 타 발전대비 경제성을 인정받아 지속적인 팽창일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구축은 아직 초기단계로 그 효과를 평가하기엔 시기상조입니다. 현재는 새로운 에너지전환 과도기 상태로 기존 발전체계의 적절한 운용은 필수입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따르면 탈원전 정책이 진행중이지만 원전의 발전량은 점점 늘어나 오는 2024년 27.3GW로 정점에 달할 전망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정책을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간 투자를 통한 산업생태계 구축과 효율성 증대가 이뤄져야 빛을 볼 수 있는 산업입니다.
그만큼 과거 진행해왔던 구조의 에너지 정책도 1차함수처럼 바로 정지할 수 있는게 아닌 2차함수 곡선처럼 점차 줄여나가가게 됩니다.
피크시간대 신재생 기여율 1.7%로 미비한 상황?…산업부 "사실과 달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피크시간대(16~17시) 발전량은 미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전력거래소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용량 비중은 14%이나, 1~15일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시간대 발전량 비중은 1.7% 수준으로 위기 상황에서 기여도가 낮았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피크시간대 발전비중(1.7%)은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태양광의 발전량만일 뿐, 전체 태양광 발전을 모두 포함하면 발전비중이 9.2%로 추계된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이어 태양광은 소규모 전원의 특성상 전력거래소를 통한 태양광은 전체의 일부(25%)에 불과하며, 대부분(75%) 한국전력과 직거래하는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사업 또는 자체 생산해 직접소비하는 자가용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태양광 발전량 증가로 전력시장 내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이 과거 15시(2010~2016년)에서 2017년 부터 17시로 이동했고, 실제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15시의 전력수요를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평준화 가격 하락중…美선 원전과 경쟁
지난달 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환 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원전은 저비용에너지"라는 발언에 대해 "원전 핵폐기장 건설·운영비 수십, 수백조원의 비용은 전력 생산 원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전이 저렴하다는 것은 발전 원가 기준이지 사용후 가장 비싼 쓰레기 처리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계산법입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발전에너지 가격을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한정하고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김 수석부대표의 발언에서 "발전원가에 후 쓰레기 처리비용을 포함"한 발전에 필요한 총 비용(환경적·사회적 부담 모두 반영)을 전체 발전량으로 나눈 값을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이라고 합니다.
LCOE는 에너지 생산을 하면서 전후에 들어가는 자원들을 모두 상계해 계산함으로서 조건이 각자 다른 발전원에 대한 발전단가를 산정하고 비교하는 산정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때 재료비만 계산하는 것이 아닌 기자재 사용과 연료값,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상계해 계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매년 미국내 발전원별 LCOE를 분석해 보고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 에너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타 발전원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정부 지원을 받는 육상풍력 및 공공용 태양열 비용은 석탄, 원자력, 복합주기 가스 발전의 한계비용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아울러 풍력 발전과 태양열 발전의 비용감소 비교에서도 태양열이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남은 과제는 에너지 수급 안전성과 비용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에너지 구조 체계를 바꾸는 장기 대규모 산업정책입니다. 정부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구축돼 있고 부작용없이 올바르게 진행되기 위해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비용절감이 이뤄져야 합니다.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이변에 전력수급 대란, 즉 대정전의 재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나라 대비 국토가 좁은편이고 바람 또한 강하지 않아서 신재생에너지의 주력으로 일컬어지는 풍력 발전과 태양열 발전에 다소 불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전원가마저 오른다면 전기요금 상승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적극적으로 도입중인 해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의 경제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고 있고 해를 거듭하는 기술의 고도화로 발전용량도 점차 커지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다양한 이점을 가진 동시에 불안요소 또한 같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전환 과정에서 꾸준한 투자와 개발로 불안요소를 하나씩 없애나간다면 차세대 주요 에너지 산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