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8살 하온이, 2067년엔 월급 절반 뜯긴다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래픽=김성기 기자

여기, 2067년 대한민국

내 이름은 김하온입니다. 올해 나이 쉰넷이에요.
서울에서 부모님과 셋이서 살고 있습니다. 독립하고 싶었는데 못 했어요.
서울 집값이 장난 아니거든요. 지방엔 빈 아파트가 넘쳐난다는데
일자리도 인프라도 죄다 서울에 있으니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올 수밖에요.
저는 배달 로봇을 관리하는 일을 해요.
사람들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현관 앞까지 가져다주는데요.
그 로봇들이 고장은 안 났는지, 입력 오류는 없는지 등등 확인하는 게 제 일이죠.
이 일을 최대한 오래 하고 싶은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고령자는 넘쳐나는데 고령자 일자리는 늘 부족하거든요.
 
지금 대한민국 인구 3900만 명 중에서 절반이 고령자래요.
돈이라도 많이 모아뒀으면 좋겠는데 국민연금이니, 노년부양비니,
월급의 절반을 국가에서 원천징수 당하니 늘 돈이 쪼들려요.
올해부턴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대요.
여든 줄 부모님 생각하면 세금 내는 게 당연하다 싶다가도,
내 노후는 누가 책임져주는 거지?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일할 사람이, 세금을 낼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다시, 2021년 대한민국

현재 8살인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봤습니다. 2067년의 대한민국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1년 5100만여 명에서 2067년 3900만여 명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기간 평균연령은 43.3세에서 57세로 급속도로 늘어나지요. 기대여명 증가로 고령자는 느는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적다 보니 나라 전체가 늙어가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이었습니다. 한 자릿수에도 못 미치는 합계출산율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죠.
하지만 소수점 출생률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1.3 이하 합계출산율이 3년 이상 지속되면 출산율은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2050년에는 많아야 15만 명 정도가 태어날 것으로 예측되죠.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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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다! 안 그래도 인구가 너무 많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만인은 평등하지만, 인구감소의 영향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특정 연령, 특정 지역, 특정 산업, 특정 재화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죠. 2017년의 초등교사 임용대란, 난임병원의 구조조정 등이 그 사례입니다. 초저출생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겐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입니다.
 
세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금을 내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감소하는 데 비해 세금 들어갈 일은 훨씬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는 2021년 현재 23명에서 2067년 102.4명까지 치솟을 전망입니다.
경제는 휘청이고,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 간 갈등은 더 심화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와 인프라를 갖춘 서울로 사람들이 편중되면서 지방은 점차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지방 폐교와 폐가는 일상이 되었죠.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걸까요? 표면상으로는 만혼비혼이 합계출산율 하락의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구체적이고 다층적입니다. 연일 치솟는 집값, 얼어붙은 청년고용, 수도권 인구편중, 경쟁 사회, 가구의 분화 등 여러 요인이 있죠.
지난해 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존의 '출산장려'에서 '전 생애 삶의 질 제고'로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도 이런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정부의 대책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여전히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없을까요? 민간에서는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할까요?
집값도 잡히고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어쩌면 2067년 대한민국의 풍경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 지금부터 그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인구미래공존 (조영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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