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에 갈 곳 잃은 청년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고공행진, 너도나도 '영끌'
청약 소외 1인가구 생애최초 특공 카드 꺼낸 정부
'패닉바잉' 꺾이려나…2030 반응은 싸늘
월급 적고 부모 자산 많은 '금수저' 기회 활짝?
늘어가는 가계대출,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
"주택 공급량 적어 효과 기대 어려울 것" 암울 전망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청약이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분양가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고, 반대로 대출은 줄었습니다. 1인 가구에게 청약 자격이 생긴다고 해도 하늘에 별따기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수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4646건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 층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82건으로 전체 거래량 4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9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는데요.
30대 100명 중 61.0%가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는데, 40대(50.0%)나 50대(59.0%)보다 높은 비율이었습니다.
이런 '영끌' 현상은 치솟는 아파트 값에 청약 가능성이 낮은 2030 청년들의 '패닉바잉(공포심에 따른 매수 심리)'이 작용한 건 아닐까요?
청약에 소외된 사람들, 불어나는 1인 가구
청약에 소외된 1인 가구는 점점 불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0년 가구주의 성, 연령 및 세대 구성별 가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664만 3354가구)는 전체 2092만 6710가구의 31.74%를 차지했습니다.2인 가구는 28.0%, 3인 가구 20.1%, 4인 가구 15.6%, 5인 이상 가구는 4.5%였습니다. 1인과 2인 가구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최근 5년간 1인 가구 추이를 보면 2015년 520만 3440가구, 2016년 539만 7615가구, 2017년 561만 8677가구, 2018년 584만 8597가구, 2019년 614만 7516가구, 2020년 664만 3354 가구였습니다. 불과 5년새 140만 가구 늘어날 정도로 치솟는 추세입니다.
청약시장 밀려난 2030…'생애최초 특공' 카드 꺼낸 정부
그동안 아파트 청약 물량 중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다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특공 비중이 확대됐지만, 결혼 유무와 자녀 수 및 소득 기준에 따라 2030세대는 청약시장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특히 이들이 몰려있는 미혼인 1인 가구는 주택 구입 경험이 없어도 생초 특공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었죠.
이에 국토교통부는 특별공급 사각지대 놓인 1인 가구와 고소득 가구에게 특공 청약 기회를 부여하고 무자녀 신혼의 당첨 기회 확대를 위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30% 추첨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배(3인가구 기준 948만원) 이하인 기혼자나 한부모 가정 등만 지원할 수 있어 1인 가구나 고소득자는 지원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평생 한 번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추첨제에서 당첨자가 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오는 11월부터 1인 가구와 소득기준 초과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 등의 아파트 청약 문턱이 낮아질 전망입니다.
월급 적고 부모 자산 많은 '금수저 특공' 기회 활짝?
정부는 추가로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60%를 초과하는 사람에겐 자산기준을 적용해 '금수저 특공'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자산기준은 부동산 가액 약 3억 3천만원 이하로, 건축물 가액(공시가격 또는 시가표준액)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을 합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액의 전세보증금 제외 조항으로 부모 재산을 양도받은 이른바 '금수저'도 청약 참전이 가능하게 됐는데요. 가령 부모의 도움으로 10억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월 소득이 적으면 특별공급 신청이 가능해진 것이죠.
청약 기회 확장했지만, 당첨 확률은 '바늘구멍'?
청약 기회는 넓어졌지만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 추첨제 물량 비율이 낮아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공공 분양을 제외한 민간분양 신청만 되는 데다 1인 가구, 고소득, 무자녀 신청자들이 몰려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1인 가구는 6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어 물량이 더 적어지게 됩니다.
이에 국토부 측은 "특공 사각지대를 고려하되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구 등 배려 차원에서 국민주택을 제외하고, 민영주택 신혼·생애최초 특공의 30% 요건을 완화해 추첨한다"며 "신혼·생애최초특공 물량의 30%는 전체 공급물량의 9%(공공택지 12%)를 차지하는 만큼 적은 물량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 공급실적 기준으로 볼 때 민영 신혼·생애최초 특공은 약 6만호(신혼: 4만, 생초: 2만)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추첨제 적용(30%) 물량 추산시 약 1.8만호(신혼1.2만호+생초0.6만호)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주택 공급량 늘린다" 했지만…1년 사이 말 바꾼 정부
주택 공급량을 늘린다는 정부의 자신감.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예측은 허무하게 빗나갔습니다.정부가 오는 2022년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 전망치를 1년 사이에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예측한 2022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은 5만 가구였지만, 최근 발표에서는 3만 6천 가구로 수정됐습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연말까지 평년 수준의 입주 물량 확보가 가능하며 오는 2022년 이후에는 공급 확대 효과가 더욱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 또한 "주택 공급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청약에 도전하더라도 2030세대들의 당첨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전세대출 한도 쪼이기…청년·무주택 서민들 '쩔쩔'
'청약 로또' 당첨이라는 큰 산을 넘는다 해도 가파른 '대출 문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8월 은행 가계대출은 34조 5천억원 규모였지만, 2020년엔 59조 9천억으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57조 5천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 중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포함)이 73.5%(42조3천억원)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이른바 '빚투'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말부터 올해까지 4년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579조 344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20~30대 몫이 257조 7367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5%였습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부동산 대출로 보고, 담보대출 억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과 회의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하로 관리해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에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29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입주 잔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의 한도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당국의 압박으로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청년과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의 고충만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참모회의에서 "실수요자가 전세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는데요.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실효성 있는 정책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