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예상대로 빅딜은 없었다. 일찌감치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이 그대로였다.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2박 3일 회담은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 없이 종료됐다.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고 한 트럼프 대통령과 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시나브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진핑 주석은 애초부터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번 회담을 관통했던 가장 큰 현안인 이란 전쟁과 대만 문제에서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무역 부분에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지만, 시 주석은 너무 박하지 않을 정도의 '선물'만 안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 역학 구도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형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 없이 장기 집권 중인 시 주석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에서 회담에 임해야 했다.
굵은 평행선과 작은 교집합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굵은 평행선'과 '작은 교집합'으로 요약된다. 우선 이란 문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무기 보유 반대에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결이 다르다.
중국 측은 조속히 호르무즈 뱃길을 열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본래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번 전쟁"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당연히 해결책은 즉각적인 종전 협상에 방점이 찍혔다.
대만 문제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미국이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도 있다고 단호하게 경고했지만, 미국은 대만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 향하기 전 대만 무기 수출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란 전쟁 종전 중재 문제와 복잡하게 얽히면서 '빅딜'이 불발됐다. 서로가 자신의 우방국을 걸고 하는 거래인 만큼 쉽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양국은 경제·무역 부분에서 '소박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잉사 항공기 200대 구매하고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을 대량 구입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기 구입 물량이 당초 기대보다 적어 되레 회사 주가가 떨어졌다. 농산물도 실제 어느 정도로 중국이 구입하기로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필요에 따라 밸브를 풀었다 조이듯 수입량을 조절할 개연성도 크다.
당장의 성과 vs 장기적 관리
연합뉴스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조급한 마음으로 중국을 찾았다. 지지층인 농민들과 산업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회담에서 성과를 받아내야 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궁색한 형이 트럼프의 협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돌적이며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대해 "오래된 친구" "위대한 지도자" 등 유화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아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그 순간은 두 적대국 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포착한 듯 보였다"고 짚었다. 양국 간 역학 관계의 무게추가 시 주석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거푸 시 주석 부부를 9월 미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도 정해진 시간표에 쫓기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 이벤트와 성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시 주석은 급할 게 없는 위치일 것이다. 시 주석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