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부엌만 '콕'?…코로나가 바꾼 '명절 이혼' 풍경

핵심요약

설·추석 지나 꾸준히 증가한 '이혼'
'그날'만 오면…112 신고 급증·가정 폭력 신고↑
"여자만 상차림"…성차별 갈등 수면 위
코로나19가 바꾼 풍경, 이혼율도 '주춤'
멀어진 친인척…고질적 '명절 스트레스' 줄었다

#돌아오는 명절마다 가족들 다 모여 있는 앞에서 대놓고 시어머니가 저의 흉을 보기 시작합니다. 제사 음식을 해드리면 요리도 안 배워왔다 트집, 누구네 며느리와 비교하며 면박을 주기도 합니다. 남편은 항상 방관하고 항상 뒤로 빠져있네요. 올해 설날도 다가오는데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여서 밥이 넘어가질 않아요.
#처가에 일이 있으면 항상 먼저 달려가서 온갖 일은 다 했는데, 명절 전날 시댁에서 하루 자고 성묘 갔다 올라오자는 것도 싫다고 하네요. 29년째 단 한 번도 시댁 일을 먼저 챙긴 적이 없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어머님께 면목 없는 아들이 될 것 같네요.
#명절 음식 준비는 기본, 온갖 힘든 일은 다 제 몫이라 위가 꼬이는 증상까지 겪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고 매번 명절마다 이런 압박감을 견뎌야 하는 게 억울해서 이혼하고 싶어요. 명절 이혼, 제 이야기가 될지 몰랐습니다.
누군가에겐 이혼을 선택할 만큼 명절이 할퀴고 간 상처는 깊습니다.
설·추석 차례와 제사 문제로 인해 벌어지는 부부 갈등이 결국 둘 사이의 마침표를 찍게 된 이야기는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명절 직후 이혼율은 꾸준히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설날과 추석 풍속도가 달라지며 명절 직후 증가했던 이혼율도 뒤바뀌는 모양새입니다.

위기의 부부들, 명절 지나면 이혼서류 도장 '쾅'

    
설날과 추석이 지나면 늘어나는 '이혼'.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기 전에는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2월 7724건이었던 이혼 건수가 3월에는 9117건으로 늘었고, 9월 7826건이었던 게 10월 1만 548건으로 증가했습니다. 2019년에도 2월 8204건에서 3월 9071건으로 상승했고, 9월 9010건에서 10월 9859건이 올랐습니다.
다수의 이혼 사건을 해결해온 이재용 변호사는 CBS 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실제 명절 직후 이혼 상담건수가 평소에 더 많다"고 전하면서 "명절 스트레스 또는 시댁·친정 갈등 문제 등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매년 명절 112 신고 급증, 가정 폭력 무려 50%↑

    
명절 연휴에 가정폭력 신고 역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 및 입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19년 추석 연휴 3일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2447건, 2018년 3003건, 2019년 3125건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대비 2019년은 27.7%가 증가한 꼴입니다.
매년 명절 기간 가정폭력은 약 50% 수준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명절 연휴에 발생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1024건이었는데요. 이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가정 폭력 발생건수인 708건보다 44.9% 높은 수치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 연휴 가정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명절 스트레스"라고 지적하면서 "다가오는 설에도 각 지역 경찰은 명절 연휴 기간 특별 순찰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여성만 가사분담"…명절 성차별 수면 위로

지난 2018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남녀 1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에 따르면 남녀 모두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53.3%)을 명절 성차별 1위로 꼽은 바 있습니다.
이어 같은 기관에서 지난해 9월 명절을 맞아 발표한 조사 결과 '코로나 시대에 시민이 계획하는 성 평등 명절 모습'이라는 문항에는 '명절 일과 육아, 운전은 나눠서 해요'라는 응답이 37.0%를 차지했습니다.
'명절 모임은 만나지 말고 통화로 해요'라는 응답은 30.4%를 기록했고, '차례상은 간소하게 차려요'는 18.6% 응답률을 나타냈습니다.

코로나 시국 명절 증후군 '안녕'…이혼율도 '주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명절에 가족 간의 왕래가 줄어들면서 '명절 증후군'이 줄어들고 이혼율까지 낮추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귀성 자제령'이 내려진 그해 2월에는 8232건, 3월은 7296건으로 줄어들었고 9월 9536건, 10월 9347건으로 명절 직후 이혼 건수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7년 이후 이혼건수는 해마다 증가해왔으나 지난해에는 10만 6500건으로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습니다. 이는 2017년 10만 6032건 이후 가장 낮은 건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2020년 당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향 친지 방문 자제와 온라인 성묘를 권고했던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등 9개 노선의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는 전년(47만 명) 대비 55% 감소했습니다.
또 지난해 티몬이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추석 연휴를 직계 가족끼리 보낼 것'이라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에 친척들과 추석을 보낼 것이라는 응답은 11%에 불과했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조심할 필요가 있어서'라는 답이 79%로 대부분이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한 성인남녀의 비율 또한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남녀 3022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2%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지난 설날을 앞두고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 스트레스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9%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것과는 18.1% 감소한 수치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 정도가 변화했냐는 질문에는 77.3%가 '안 봐도 될 이유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여성(81.9%)이 남성(72.4%)보다 9.5%p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멀어진 친인척, 줄어든 부부싸움…"이혼율 하락 영향 있었다"

코로나19로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관계는 멀어졌습니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무엇을 바꿨는지'에 대해 분석을 했는데요.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족관계의 관계는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12.9%, '멀어졌다'는 응답은 12.6%로 집계됐습니다.
친인척, 이웃, 절친한 친구와 '멀어졌다'는 응답은 각각 36.7%, 38.9%, 35.5%인 평균 37%로 '가까워졌다'는 응답 보다 18배나 높았습니다.
 
이는 한 지붕 사는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졌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친인척과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2.0%, 멀어졌다는 응답은 6.7%에 달했는데요.
코로나 이후 명절 기간 귀성·귀경길 이동을 자제하면서 친인척과  만날 일이 줄어들었고 이에 고부갈등이나 부부 싸움도 줄어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이혼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례적으로 2020년 이후 명절 직후 이혼율이 낮아지는 것과 관련, 이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사정으로, 이혼 결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작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연 이번 설 연휴 이후엔 또 어떤 추세를 나타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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