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독자는 '불신' 기자는 '트라우마' 왜?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 '기레기'. 온라인 뉴스의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인데요. 기자를 향한 비난입니다. 공익적 가치 없이 사생활을 공개한다거나, 범죄 수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선정적 보도를 하면 기자가 비판받기도 합니다. 언론윤리에 맞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기사 소재를 두고 단순히 호불호를 따지거나 내용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기자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론 인신공격에 가까운 악성 댓글을 달기도 하죠.
법원은 '기레기'라는 댓글이 모욕적이지만, 그렇다고 모욕죄로 처벌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3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심에서 모욕죄로 3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A씨는 자동차 정보 관련 기사를 보고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게시했는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 댓글에서 '기레기'는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나 그러한 행태를 비하한 용어"라며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해 자신의 판단이나 의견을 강조·압축해 표현한 정도이고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비교적 폭넓게 쓰이고 있고 (기사에 달린) 다른 댓글과 비교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기사: 대법 "'기레기' 댓글 모욕적이지만 처벌은 과해"…파기환송)
로톡 홈페이지 캡처로톡 홈페이지 캡처
기자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이하 기협)와 한국여성기자협회가 현직 기자 544명을 대상으로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기자 10명 중 8명은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자들은 일상적으로 공격 받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이유로, 특히 특정 기사로 공격당한 적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544명 중 약 78%인 424명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지난 1년간 어떤 식으로 온라인 공격을 당한 적 있는지 묻자, 약 75%인 409명이 '기사 댓글로 조롱당했다'를 꼽아 가장 많은 유형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책 '언론인과 디지털 괴롭힘'에는 국내 기자 404명이 답한 설문 조사 결과와 함께 심각한 디지털 괴롭힘을 겪었던 기자들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사를 쓴 뒤 각종 커뮤니티에 기사와 함께 저를 욕하는 댓글이 달렸고 메일주소가 공유됐습니다…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 등이 기자 박제 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제 사진뿐 아니라 지인들 사진도 모자이크 없이 올려놨습니다. 고민 끝에 사이트 운영진에게 지인들 사진만이라도 내려달라고 이야기했고 이후 사진에서 지인들만 지워졌습니다."(한 일간지 기자)
    
기자들은 디지털 괴롭힘 대상 중 가장 빈번한 것은 근무하는 언론사의 정치성향기자의 정치성향, 그리고 기자의 능력 순으로 인식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디지털 괴롭힘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언론재단 연구서에서는 언론인들이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사 작성을 통해 언론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개별 기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독자들이 기사 가치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죠.
    
자칫 개별 기사까지도 쉽사리 믿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언론 불신'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요? 지난 4월 KBS가 공개한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 국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이 63.5%에 달했습니다. 특히 40대 및 중도·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에서 언론 불신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언론 자체에 대한 반감을 넘어 기자에게도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광고주협회가 국내 200대 기업 홍보업무 담당자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절반가량인 46.2%가 기자와의 관계 형성 및 유지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고충을 겪는 사례로 '오보‧왜곡‧과장 기사가 정정되지 않을 때'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 '오프 더 레코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사화했을 때'라는 응답도 절반에 가까웠는데요.
사실 '
오프더레코드
'는 기자와 취재원 간의 비보도 '약속'이지만, 때론 정보 조작이나 언론 규제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기자의 직업윤리와 충돌하는 면도 있는데요.
오프 더 레코드가 파기되는 경우가 잦아 기업·기관 측에서는 언론 대응에 더욱 신중을 기합니다. 언론 대응 담당자들은 아예 오프 더 레코드가 없는 걸로 교육받기도 하죠.
서울정보소통광장 캡처서울정보소통광장 캡처
사단법인 서울민예총은 지난 1일부터 보름간 캐리커처 전시회 '굿, 바이 시즌2'를 개최했습니다.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란 부제를 단 당초 전시회 포스터에는 기자들의 캐리커처와 함께 실명 및 소속 언론사가 명시됐는데요. 이에 해당하는 기자 100여 명이 권언유착을 서슴지 않는 등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했다고 민예총 측은 주장했습니다.
박성현 총괄 진행자는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전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로 돌아가길 촉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기자협회는 고통을 호소하는 기자들과 함께 캐리커처 작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언론 개혁'이 함께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2019년 9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언론 개혁'이 함께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독자들은 언론에 '사회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기대합니다. 지난해 언론재단이 발표한 2021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인데요. '
가짜뉴스
'를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다만 언론재단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사람들마다 다르며, 특히 독자와 언론사 간에 생각 편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일반 독자의 시각으로는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주체가 언론사이지만, 정작 언론사는 '허위성', '의도성', '양식성'을 기준으로 '진짜 가짜뉴스'를 찾아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죠. 서로 간에 딜레마가 생기는 지점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사는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악성 모욕 등 부당한 공격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기사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댓글창을 차단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는데요.
독자와 기자가 서로 견제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결국 '뉴스'를 잘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이 우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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