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와 정부는 왜 '동상이몽'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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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신혼부부.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정부도 신혼부부의 고충을 안다. 이를 위해 주거, 근로, 출산, 양육 등에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돕는다.
실적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혼인율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하락 중이다.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였던 2020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약 19만 2천건. 2000년대 혼인 건수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7년에 비해 44% 감소한 수치다.
시대는 좋아졌는데, 사람들은 왜 결혼하지 않을까?

'별 따기'보다 어려운 '내 집'

2021 통계청 인구 동향조사. 통계청 제공2021 통계청 인구 동향조사. 통계청 제공
신혼부부의 가장 큰 숙제는 내 집 마련이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고충을 덜고자 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지난해 결혼한 S씨 부부는 변동 폭이 크고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고민이 많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가 아닌 전셋집에 입주했다.
KB부동산 Liiv On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시계열. KB부동산 제공KB부동산 Liiv On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시계열. KB부동산 제공
2016년 대비 지난 6년간 한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국적으로 약 40.13p, 수도권은 61.44p 상승했다. 2016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의 집값 상승세가 전국 기준으로 8.09p였던 것을 보면 폭등 수준이다.
20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현 대통령)는 신혼부부들의 주거 마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5년간 청년·신혼부부와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문재인 공약 이행 여부를 조사한 '문재인 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5개의 부동산 공약 중 완료된 것은 '다자녀비례 우선분양제 도입' 하나뿐이다.
'임기 내 2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 공약은 2021년 12월 기준 17만호를 달성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 20만호를 공급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기' 판정됐다.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된 C씨 부부와 S씨 부부는 입을 모아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자평했다. C씨는 "실제로 예비 번호를 받는다 해도 결혼 2~3년 후에 입주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택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해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됐지만 2027년 완공 후 입주한다. 그는 "2027년에 아파트가 완공될 거란 보장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의 자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된다"면서 미래를 걱정했다.
수도 서울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부족이 확연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표한 '자치구별 임대주택 현황'에 따르면 일부 지역구에선 신혼부부 수 대비 임대주택 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25개의 구 중 광진구와 영등포구는 0.3채, 용산구는 0.4채, 종로구와 도봉구는 0.6채에 불과했다.
임대주택이 넉넉해도 당첨 조건은 까다롭다. 소득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의 '2020년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혼인 1년 차, 2년 차 신혼부부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약 482만 원에서 444만 원이다. 서울에 거주 중인 신혼부부는 이보다 높은 약 600만 원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은 2인 기준 월평균 소득이 중위소득 160%(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180%) 이하다. 2021년 5월 기준 월평균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490만 원이다.
S씨는 "사전 청약에 당첨돼도 청약센터에서 확인해 보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집을 마련하기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봉이 조금 올라 기준치에 벗어날 경우 공공임대주택에서 즉시 나와야 한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 정책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이었다. 윤 대통령은 LTV 한도를 최대 80%까지 상향 조정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혼부부, 청년층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1억원의 주택을 구매할 시 주택을 담보로 최대 8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이를 바라보는 신혼부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C씨는 "공약의 수혜자들은 없는 형편에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사는 신혼부부 중 LTV 한도를 80%까지 높여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라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2020년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결혼 5년 이내의 신혼부부 중 평균 3천만 원에서 7천만 원 미만의 소득과 동시에 1억 원에서 2억 원 미만의 대출 잔액을 가지고 있는 신혼부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LVT 한도 완화 공약이 이미 빚이 있는 신혼부부에게 터 큰 빚을 떠안게 만들어 가계 부채를 가중한다는 평가다.

정부와 신혼부부의 '결혼' 동상이몽 (同牀異夢)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통계청 제공통계청 인구동향조사. 통계청 제공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태 건수 및 동태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의 출생아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의 사망자수는 29만 5110명, 출생아 수는 30만 2676명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일명 '데드 크로스(Dead-Cross)' 현상까지 관측됐다.
정부의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은 양육 수당 및 영아 수당·어린이집 보육료 결제 사업 등의 직접 현금 지원 사업과 아이 돌봄 서비스와 출산 전후 휴가·육아 휴직 등의 간접 지원 사업이 있다.
그러나 신혼부부들은 정부의 출산·양육 정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C씨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갖지 못하거나, 유산을 겪는 부부를 많이 보았다"며 "돈이 없으면 아이도 못 갖는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육아휴직 제도의 혜택 대상에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제외된다"고 하소연했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 중 여성은 출산으로 이후 경력 단절의 우려로 비혼이나 비출산을 다짐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신혼부부가 된 프리랜서 S씨는 "최대 2~3년 안에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면서도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S씨는 유급 육아휴직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이처럼 일부 직장에서는 아직도 육아 휴직을 사용했을 때의 복귀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여기에 휴직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아이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2021 지역별 고용조사 연령대별/사유 별 경력단절여성'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73만명은 그 이유로 △육아(46.3%) △임신 및 출산(26%) △결혼(24.9%) △자녀 교육(2.1%)을 꼽았다. 결혼과 이후 자녀를 가졌을 때 이어지는 모든 일이 경력 단절의 이유가 됐다.
통계청 2021 지역별 고용조사. 통계청 제공통계청 2021 지역별 고용조사. 통계청 제공
K씨는 반강제적 비혼주의자가 됐다. 그는 "나 하나 먹고살기도 바쁜데,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다"며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혼인율 상승과 함께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미혼자들의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K씨는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등, 근본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개선 방안이 마련된다면 자연스레 혼인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잠시나마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이 기사는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학생들이 결혼을 주제로 참여한 데이터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취재=이서윤 김채연 정은진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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