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런 기사를 보게 해드려 심심(甚深)한 사과를 드립니다.
심심한 사과의 의미를 아시나요? 한때 SNS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심심' 논란은 한 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마련한 주최 측이 예약 과정의 불편함에 대해 '매우 깊게 사과 드린다'는 의미로 사용한 '심심(甚深)'을 '무료하다'는 뜻으로 이해한 네티즌들이 비난을 퍼부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문해력이 낮은 세대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일'을 '금요일'로 잘못 알아 듣는 경우, '고지식하다'를 '높은 지식(high+Knowledge)'으로 아는 등 유사한 사례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죠.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실질 문맹률'을 뜻합니다. MZ세대의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저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9연패를 했다"라는 뉴스에 대해 몇몇 네티즌들은 "이겼는데 왜 '연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냐. '연패'는 연속해서 졌다는 뜻이 아니냐"며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댓글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기사의 댓글이나 각종 SNS 등에서 문해력에 따른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비판이 제기된 MZ세대의 문해력 수준을 알아봤습니다.
OECD 조사, 우리나라 실질 문맹률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OECD가 지난 5월 3일(현지 시각) 발표한 2018년 보고서에서 만 15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 평가에서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OECD회원국들의 평균 식별률은 47%인데, 한국 학생들은 25.6%밖에 안되는 거죠.
이 밖에도 "학교에서 정보의 주관성과 편향성 식별 교육을 받은 비율"을 묻는 조사에서도 한국은 이탈리아·그리스·브라질 등과 함께 평균(54%) 이하인 49%로 OECD 평균에 못 미쳤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인터넷 보급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 속도는 빠르지만 문해력 순위는 계속 밀려나고 있다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은 2006년 PISA 조사에서 556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1위였으나, 이후 계속해서 점수와 순위가 함께 하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EBS TV '당신의 문해력' 조사 결과, 11%는 초등 수준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어휘력 △추론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사실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해력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7%의 학생들이 중3 적정 수준에 미달했으며, 11%의 학생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갖춰 놀랍게 했죠.
기업도 MZ세대 문해력 비판적으로 바라봐
이러한 한국의 문해력 문제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기업에 재직 중인 MZ세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1개 기업 중 56.5%가 'MZ세대 직원의 국어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부족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MZ세대의 '어휘력'과 '보고서·기획안 등 문서 작성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문해력이 저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력에 따른 디지털 문해력 격차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중고교생 1만 31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는 문항에 가정환경이 '상'인 학생은 81.5%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중', '하' 학생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75.7%, 72.4%에 그쳤습니다. '온라인 자료를 활용해 학습, 미디어 정보로부터 사실과 의견 구분' 등의 문항에서도 경제력이 낮은 '중', '하' 학생들이 3~9%p씩 낮게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가정환경에 따른 디지털 문해력 격차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며 "취약계층 학생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경제력에 따른 문해력 격차가 주된 원인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영상·숏폼 콘텐츠가 가장 큰 원인…글 자체 기피
가장 큰 원인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달 매체가 달라지는가 하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영상 중심의 미디어(유튜브, OTT 플랫폼 등)가 유행하면서 글을 읽는 일이 자연스럽게 감소한 탓으로 보입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 Ⅱ: 10대 청소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97.7%가 '최근 한 달간 유튜브 이용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미디어 이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변한 비율도 6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시글의 분량이 길어질 경우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대신 '5분 요약 영상'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목에 '스압주의'(스크롤 압박 주의 : 내용이 길어 스크롤 길이가 짧아진다는 뜻)를 표시해 분량이 긴 영상임을 미리 경고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읽어내기 많은 양의 자막일수록 어려워하기 때문이죠.
SNS나 영상 미디어 발달로 뉴스와 허위조작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디지털 문해력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기르려면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습관화하는 것, 또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책을 접해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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