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앵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세 차례 출석 요구 끝에 경찰에 나와 7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박 전 처장은 조사에 응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수리하면서 경호처의 '철통 방어'에도 균열이 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자세한 얘기 사회부 양형욱 기자를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양 기자!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여겨졌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죠?
[기자]
네, 박 처장이 이곳 국수본에 출석한 지 약 7시간 30분이 흘렀는데요.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오늘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불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처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박 전 처장 등 대통령경호처 지휘부 4명은 지난 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대통령 관저 진입을 막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를 받습니다.
박 전 처장은 그동안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세 번째 출석 요구일인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기자들이 박 전 처장에게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이유를 묻자 박 전 처장은 "법리적으로 이론이 있다. 수사 과정에서 말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처장의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는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에 대해 이론이 있다는 기존의 강경 주장을 일단은 반복한 모양샙니다.
[앵커]
박 전 처장이 기존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모양새지만 사표를 제출했잖아요.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겁니까?
[기자]
네. 박 전 처장은 오늘 경찰에 출석하면서 비서관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금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박 전 처장의 행보를 두고는 경찰 내부에서도 갖가지 분석이 나오는데요.
결국 겉으로는 강경 입장을 반복해서 내고는 있지만, 법원의 판단에 불복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울러 3차 출석 요구마저 불응할 경우 체포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박 전 처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공고했던 대통령경호처의 '철통 방어'에도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앵커]
경찰이 박 전 처장을 긴급체포할 가능성도 거론됐잖아요?
[기자]
네,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의지가 확고한 만큼, 해당 영장에 대한 이견을 반복해서 얘기하는 박 전 처장을 긴급 체포할 가능성도 적지 않게 거론됐었습니다.
형사소송법 200조 3항을 보면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증거 인멸 또는 도망 우려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경찰은 지난 3일 영장 집행 당시 채증 등을 통해 영장 집행 방해 행위에 대한 근거들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다만 박 전 처장이 직을 내려놓은 만큼 긴급하게 신병 확보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박 전 처장과 함께 입건된 다른 지휘부들은 아직 경찰 출석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데 이들의 조사 상황도 전해주시죠.
[기자]
경찰은 오늘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구해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이 본부장은 경찰에 불출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월요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요구서를 보냈는데요. 이번이 세 번째 요구서입니다.
경찰은 김성훈 경호차장에겐 내일 오전 10시까지,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겐 오후 2시까지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한 상탭니다.
결국 경찰이 지휘부에 대한 출석요구를 수 차례 이어가는 것도 이들을 체포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할 때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찰이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출석 요구를 누적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실제로 오늘 오후 체포영장 집행 방식 등에 대해 경찰 지휘부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죠?
[기자]
맞습니다. 오늘 오후 2시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는 수도권 광역·안보 수사 책임자들이 소집돼 체포영장 집행 계획 관련 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 참석 대상은 서울과 경기북부, 경기남부 등 수도권 경찰청 소속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대, 반부패수사대, 안보수사대 등 지휘관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수본이 그제 마수대를 비롯해 서울청 광역수사단 등에 영장 집행 시 투입될 수 있으니 수사관들은 준비하라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후속 절차로 보입니다.
만약 해당 수사 부서 인력들을 총동원하면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수사관 약 1천 명 넘게 투입 가능할 전망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양형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