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혼인건수 줄었지만…결혼식장, '더 빠르게' 사라진다
엔데믹에 결혼 몰려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작은 결혼식' 아님 초호화로…선택지↓·평균 비용↑
치솟는 예식비에 덩달아 하객들도 고민
연합뉴스 "아직 상견례 전이지만 일단 결혼식장부터 찾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원하는 곳 다섯 군데 중 세 군데는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 마감이더라고요."
결혼을 약속한 A씨(34)와 B씨(30)는 주변으로부터 '결혼식장 예약부터 하라'는 조언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상담 예약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상담 일정 잡는 것부터가 선착순이에요. 아침 10시부터 전화했어요."
혼인 건수는 계속해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데, 왜 식을 치르기가 이토록 치열해진 것일까요?
혼인 건수 줄었지만…결혼식장, '더 빠르게' 사라진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째 감소 중입니다. 지난 1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1700건으로 2021년보다 0.4% 감소했습니다. 2019년부터 4년째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식장은 더욱 빠르게 사라집니다. 국내 혼인 감소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쳤기 때문인데요, 이 시기 동안 사람들은 예식을 취소하거나 식사 없는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매출의 90%가 식대에서 나오는 업계 특성상 방역 수칙을 준수해가며 생존하긴 어려웠습니다. 결혼식장들은 경영난에 내몰렸고 줄폐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수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8년 12월 951곳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 750곳으로 21.13% 감소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식장이 아예 사라져버린 자치구도 있었습니다. 성남시 수정구, 남양주시의 경우 7곳이었던 예식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0곳으로 전부 사라졌습니다. 또 강남구는 교통이 편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식장이 밀집해있는데, 이곳마저도 팬데믹을 겪으면서 51곳에서 44곳으로 줄었습니다.
엔데믹에 결혼 몰렸다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이런 상황 속 지난해 말부터 방역 규제가 점차 완화되면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혼인 1만 7926건으로 작년 1월보다 21.5% 증가했습니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며 "코로나 여파로 미뤄졌던 결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상 회복이 완전해짐에 따라 이러한 반등세는 좀 더 이어질 텐데, 사라진 결혼식장들은 돌아올 낌새를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결혼식' 아님 초호화로…선택지↓·평균 비용↑
수요의 감소보다 더 급격했던 공급의 감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예식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겁니다.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도 "최근 2, 3년 사이 사라진 베뉴(식장)들이 꽤 있어 선택지가 좁아진다", "가성비 있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점찍어둔 곳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없어져서 속상하다" 등의 반응이 올라옵니다.중간값인 대중 예식장이 점점 사라지니 결국 '작은 결혼식' 또는 '초호화 결혼식'의 한정된 선택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최근 대관료 없이 진행하는 공공예식장을 기존 4곳에서 23곳으로 추가 개방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식장 부족 현상이 심화해 내놓은 지원책"이라며 "사업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결혼 비용이 최근 부담스럽게 치솟기도 하니 공공예식장을 활용해 좀 더 합리적인 비용에 식을 치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느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특급 호텔 예식 역시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대관료만 8천만 원~1억 원에 이르는데도, 서울 소재 한 특급 호텔 예약은 올해 전부 마감됐습니다. 해당 호텔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생에 한 번 있는 예식인 만큼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균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예식비용은 1390만 원으로 지난해(1278만 원)보다 8.76% 증가했습니다.
치솟는 예식비에 덩달아 하객들도 고민
"식대도 올랐다고 하고…요즘 예식장 자릿값 등을 고려하면 얼마를 내야 '축의'가 될지 고민이죠."예식비의 증가에 하객들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지난해 5월 적정 축의금 액수를 조사한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성인 남녀 300명 중 48%가 5만 원, 40%가 10만 원, 즉 평균 7만 9천 원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는데요, 지난 13일 잡코리아가 직장인 344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경조사비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은 동료 결혼식 및 장례식에 평균 8만 8680원을 지출했다고 답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결혼식 초대가 많아요. 최근에도 군대 선임이 결혼한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참석해서 밥먹고 한다고 치면 최소 10만 원은 내야지 결혼식 비용 충당하고 축하하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겠나 싶어요."
직장 생활 2년 차인 C씨는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효율을 택했습니다.
"안 가고 5만 원 보내려고요. 아쉽긴 한데, 두 번 가서 20만 원 내는 것보다 5만 원으로 네 번의 결혼식을 챙기는게 더 낫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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