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①]

편집자 주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국제적인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농업·농촌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FTA 체제 20년 동안 한국 농업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FTA 관련 이슈들을 종합 분석한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를 7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경북 김천 지역의 최민지씨 가족 농가에서 생산되는 샤인머스켓. 송정훈 기자경북 김천 지역의 최민지씨 가족 농가에서 생산되는 샤인머스켓. 송정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계속)
"밥값이 껌값만도 못하다니"
한국의 첫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둔 2003년. 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준비해 온 쌀을 도로에 뿌렸다. "오늘 아침 300원으로 껌 한 통을 샀는데 밥 한 그릇은 200원도 안 된다"는 항의 표시였다. 당시 농민들은 FTA 비준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무색할 만큼 2024년 한국은 FTA를 발판으로 세계 10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시장 개방 이후 농식품 교역 규모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고 농축산 산업의 생산성 일부 향상도 이뤄냈다. 무엇보다 FTA 체결 후 국내 농업의 대외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FTA 체결 여부에 따른 농식품 수출입 동향FTA 체결 여부에 따른 농식품 수출입 동향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 교역액은 2004년 133.0억 달러(2004년 평균 기준 약 15.8조 원)에서 2023년 528.4억 달러(2023년 평균 기준 약 72조 원)로 4배 가까이(297.3%) 증가했다.
농식품 수출은 같은 기간 20.9억 달러(2004년 평균 기준 약 2.5조 원)에서 91.6억 달러(2023년 평균 기준 약 12.4조 원)로 4배 이상(338.3%) 증가했다.
국내 농식품 수출로 주요 수출대상국인 일본·미국·중국에 대한 집중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수출대상국은 2004년 170개국에서 2023년 205개국으로 늘어났다. 수출 상위 3개국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58.9%에서 46.0%로 줄었다.
농식품부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은 "지난 20년간(2004~2023) 농식품 수출을 비롯한 교역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식품 수출액 증가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도 확대, 다변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정책관은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한 우려와 기대 속에서 전 세계적인 FTA 무역경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FTA 협상을 이어왔다"며 "59개국과의 FTA는 상대국의 교역액, 인구 비중, 경제 규모 등을 종합 고려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와의 교역 확대 여지가 큰 국가를 상대로 FTA를 체결한 만큼, FTA 체결이 교역‧수출 증가의 단일 요인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FTA 체결로 관세장벽이 낮아진 만큼 교역·수출 증가에 기여한 점은 일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년간 전체 농식품 무역에서 FTA 체결국 비중도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농식품 교역은 연평균 약 6%씩 늘어나며 수입액과 수출액 모두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FTA 발효국 대상 농식품 수입액은 363억 8100만 달러로 총수입액의 83.3%를 차지했다. 수출액 역시 2004년 이후 연평균 6.2%씩 증가, FTA 발효국 대상 수출액은 71억 2600만 달러로 총수출액의 79.4% 수준이다.
다만 수입액의 규모가 크다 보니 농식품의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보인다. 정부는 FTA 협상을 하며 우리나라 농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여러 장치를 뒀다. 특히 국내 시장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품목의 현행관세 유지, 계절관세 도입, 관세 장기 철폐, TRQ 및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적용 등으로 국내 시장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했다.
전북 전주 지역에서 강성열(전주배 공선회장)씨가 운영하는 배 농가. 배나무에 여물지 않은 새끼배가 달려있다. 강씨는 동남아, 중국 등에 700톤(연 생산량 4901톤)가량의 배를 수출하고 있다. 송정훈 기자전북 전주 지역에서 강성열(전주배 공선회장)씨가 운영하는 배 농가. 배나무에 여물지 않은 새끼배가 달려있다. 강씨는 동남아, 중국 등에 700톤(연 생산량 4901톤)가량의 배를 수출하고 있다. 송정훈 기자

FTA 국내보완대책

  • ①직접피해보전

    ▶피해보전직불
    FTA 이행으로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가격 하락의 피해를 입은 품목의 생산자에게 가격 하락의 일정 부분을 지원함으로써, 농업인등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제도다.

    ▶폐업지원(2021년 종료)
    FTA 이행으로 과수·원예·축산 등의 지속적인 재배・사육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품목에 대하여 농업인등이 폐업하는 경우, 이를 지원하여 폐업농가의 경영 안정 및 해당 품목의 구조조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였다.

  • ②품목별 경쟁력 제고

    ▶축산업 경쟁력 강화
    축산업경쟁력제고 분야는 축사시설현대화와 농가사료직거래활성화지원 등 축산업경쟁력강화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FTA 국내보완대책을 통한 축사시설현대화 사업 지원으로 주요 가축의 생산성이 향상되었으며, 농가사료직거래활성화지원 사업 지원으로 농가의 사료 구입비 부담이 완화됐다.

    ▶과수·원예 경쟁력 제고
    과수원예경쟁력제고 분야는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 과원규모화, 과실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 과수거점산지유통센터건립 등 과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수생산유통지원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와 과실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 사업은 한·미 FTA가 종료된 이후 2022년 RCEP 국내보완대책의 과수생산유통지원 사업으로 통합·지원되고 있다.

  • ③근본적 체질개선

    ▶농업인역량강화 및 경영안정
    농업인역량강화및경영안정 분야는 농업재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수입보장보험), 농기계임대 등 농가경영안정 관련 사업과 우수농업경영인추가지원 및 후계농업경영인육성 등 신규농업인력육성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농업재해보험의 경우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2017년 한·미 FTA 종료 이후 한·영연방 FTA(가축재해보험)와 한·중 FTA(농업수입보장보험) 국내보완대책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신성장동력 창출
    신성장동력창출 분야는 농식품수출확대, R&D투자확대, 친환경농업육성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한·미 FTA 국내보완대책이 종료된 2017년 이후 신성장동력창출 분야 국내보완대책은 농식품해외시장진출, 청정임산물이용증진, 축산물수출원료구매자금지원 등 농식품수출확대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FTA 체결 20년, 농식품 교역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정부는 FTA로 인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해 농업인의 피해지원과 농업 경쟁력 제고 및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시행했다. 이는 산업의 성장과 체질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FTA 국내보완대책은 축산부문을 중심으로 규모화 및 생산성 증대 등을 통해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과수 부문에선 생산 기반 유지 및 고품질 전략 등을 통해 체질 개선 중심의 지원 성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정부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관련 예산을 총 37조 7754억 원 집행했다. 2023년만 따져보면 총 1조6534억 원을 편성해 1조6163억 원을 집행했다.
농식품부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정부는 FTA 국내보완대책에 따라 매년 관련 예산을 수립해 농업인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정부는 매년 5월 31일까지 전년도 FTA 대책에 대하여 성과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FTA 국내보완대책이 농업 부문 경쟁력 제고 등에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윤 농업정책관은 "FTA 국내보완대책 수립․시행을 통하여 축산 및 과수 등 지원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농업인 경영안정 등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투융자 규모가 가장 큰(2023년 대비 총 투융자 대비 75%) 축산 분야는 축사시설현대화 지원 등을 통해 생산이 규모화되는 한편, 생산성은 높아지고 품질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2003~2007년 대비 2018~2023년 농가당 사육규모를 살펴보면 한우 기준 10마리에서 37마리, 돼지는 744마리에서 1882마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생산성을 따져 봐도 한우 판매 체중이 마리당 628kg에서 777kg으로 늘었다, 어미돼지 마리당 연간 새끼 돼지 생산수도 17.5마리 20.4마리가 됐다.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2007년 50%에서 2018~2022년 74.2%로 증가했다.
국내 농업의 규모 및 생산성이 단일 방향성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도, 감귤 등과 같이 수입 증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재배면적 및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품목이 있는 반면, 축산과 같이 수입 증가의 영향에도 1인당 육류 소비량 증가 등 산업의 전체 규모가 성장하면서 국내 생산량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품목도 있다.
순천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순천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순천대 한재환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농가를 어떻게 지원을 해줘야 될지, 파악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여러 (지원)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보상으로, 또 정책적인 대응을 통해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FTA 피해를 입은 농가·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 기술개발 관련 투자 세액을 공제해 주는 등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고, 기술이나 교육 지원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FTA 체제에서) 피해를 보는 쪽도 있다. 우리 농산물 가격 경쟁력이 농업 선진국에 비해서 약하다 보니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다"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FTA로 인한 편익이 증대됐다고도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FTA 발효 이후 우리 농산물의 대외경쟁력 지표 등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남경수 전문연구원은 "대외경쟁력은 어떤 지표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영향이나 변화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주요 수출품목은 혼합조제식료품, 라면, 김치 등 가공식품이며 배, 딸기 등 신선농산물의 수출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수출의 증가는 국제 시장에서 한국산의 품질에 대한 인식 제고, K-pop,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났다"며 "FTA로 인한 관세 인하도 가격경쟁력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FTA 관세 혜택을 받고 농식품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고 수출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농림수산업 FTA 수출활용률'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표를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50% 수준에 머물던 수출활용률이 2023년 78.7%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해 남 전문연구원은 "수출활용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FTA로 인해 인하된 관세 혜택을 받고 수출하는 농식품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농식품의 수출활용률은 여전히 비농식품이나, 수입활용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FTA가 우리 농산품 품질·가격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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