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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육성] "일상으로 복귀가 진정한 치유죠"

사회 일반

    [세월호 육성] "일상으로 복귀가 진정한 치유죠"

    치유공간 '이웃' 이명수 대표 인터뷰

    세월호, 안산엔 어떤 영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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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육성] "일상으로 복귀가 진정한 치유죠"

    안산 치유공간 '이웃' 이명수 대표 (사진=이웃 제공)

     

    안산시 와동에 있는 '이웃'이라는 이름의 치유공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 또는 생존자들의 심리치유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회관 같은 공간이다.

    울고 싶을 때 자유롭게(!) 울 수 있고, 고통이나 분노를 마음껏 발산할 수도 있으며, 떠난 가족에 대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때로는 '집밥'을 먹으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아픔과 고독을 나누는 공감 작용을 통해 유족들이 절망으로부터 생환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기다려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인 것이다.

    이곳은 국내 여러 재난 현장을 지켜 온 이명수 대표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거리의 의사'로 잘 알려져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아예 거처를 안산시로 옮겨왔다고 했다.

    상담은 아내가 하고, '심리기획자'인 자신은 치유 인프라를 기획하고 구축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이웃'에는 유족들이 어떻게 하면 치유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된 흔적이 역력했다.

    주택의 안방을 떠올리는 상담실은 방송국 수준의 방음시설을 갖췄고, 문도 역시 방음이 잘되는 이중문으로 설계됐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금 여기 집들이 되게 작아요. 와동, 고잔동, 선부동에 있는 집들이. 저희도 지금 와동에 있는데 쬐금해요. 14평짜리, 20평 이렇거든요. 집들이 붙어 있으니까 소리가 너무 잘 들려요. 그래서 엄마들이나 아빠들이 울 데가 없어요. 울어야지 치유가 시작이 되는데… 그래서 여기 와서는 아주 마음 놓고 울으라고 애초에 설계할 때 벽에 흡음제 많이 넣고 거의 녹음실 만큼 탄탄하게 지은 거예요. 방문도 문을 열 때는 문틈이 생기지만 닫으면 빈틈 없이 차단돼요. 치유공간이니까 그건거죠."

    주택으로 치면 거실에 해당하는 '이웃'의 다목적 홀 한 켠에는 수십개의 작은 상이 포개져 있다. 이 상은 부모들이 개별적으로 밥을 먹는 밥상이라고 한다. 밥은 보통 여러 명이 먹게 마련인데 왜 굳이 개별 상에서 밥을 먹게 한 것일까?

    "부모들이 대개 내팽겨쳐져있잖아요. 광화문에서 경찰들이 부모들을 학익진처럼 둘러싸기도 하고 팽목항에서도 그랬고… 그래서 좀 귀하게 대접을 해주어야겠다고 해서 마련한 게 치유밥상이에요, 그냥 밥 먹는 게 아니고. 여기서 주로 많이 하는 것이 밥 먹는거예요. 많을 때는 하루에 100명정도가 점심, 저녁을 먹어요. 그럴 때 그냥 각상으로 주는 거예요. 그게 매우 의미가 있는 거죠. '내가 귀한 존재다'라는 것을 알아야 생활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거죠."

    사실 이웃은 안산 분향소, 팽목 분향소와 함께 세월호 가족들이 갈 만한 도피처이기도 하다. 일상으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이들이 마음 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길거리에서 이 사람들 뭔가를 먹잖아요? 그런데 누가 지나가면서 '어, 이제 밥도 잘 먹네' 그러고 지나갔다고 해봐요. 말한 사람은 그냥 악의가 있었던게 아니라 안도해서 하는 말이었겠죠. 그런게 너무너무 상처인 거예요. 어디가서 장보러 가면 옆집 엄마가 '이제 괜찮아 졌나봐. 오늘 맛있는 거 사러 나왔나봐' 그러면 가슴이 쿵하는 거예요. 새끼 죽여놓고 내가 뭘 맛있게 먹을라고 뭘 사냐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들이 자기네들끼리 모였을 때 가장 편한 거예요. 자원봉사자들 여기 와서 제일 놀라는 게 똑같아요. 엄마들 막 웃고 편안해 보인다는 거예요. 24시간 계속 울고 분노를 표출하거나 누워서 막 버둥거리거나 이렇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막연하게. 하지만 유가족이라고해서 24시간 그럴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공간은 완전하게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재로서 일상을 느낄 수 있게, 현실을 느낄 수있게 설계된 공간인 거예요."

    세월호 유족들의 일상은 아이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불귀의 객이 된 직후 파괴됐다. 그리고는 그 파괴된 상태로 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이 대표는 먹는 피자판을 비유해서 설명했다.

    "우리가 삶을 여기서 비유할 때 땅에 떨어진 피자판을 비유해요. 피자가 열 조각이 있으면 한 조각이 떨어졌다해도 아홉 조각이 남아있잖아요? 하지만 트라우마는 이 판 자체가 진흙 바닥에 다 내동댕이쳐진 거예요. 그러니까 건질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일상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거죠."

    세월호 유족들이 시간 개념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의 대표적인 증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자체를 못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 감각이나 이런 것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려요. 아이들이 금요일에는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잖아요. 18일이면 돌아오는데 16일이 안 지나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바로 어저께 일어난 일인 거예요. 이 일을 엄마들하고 얘기하다보면 맨 처음 얘기가 다 똑같아요. '16일에 어디에 있다가 처음에는 전원구조 됐다'는 그 얘기부터 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팽목항에 달려갔는데 어떻게 됐고 이런 얘기들을 똑같이 한단 말이예 요. 그러니까 한치도 앞에 나가 있는게 아니예요. 옛날 LP 레코드판이 튕겨서 반복재생되는 것처럼 계속 거기서 돌아가는 거예요. 20년전 성폭당한 사람이 20년 뒤 가해자를 찾아가서 죽인 사건이 있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20년 전 일을 가지고 왜 이제 와서 그랬냐 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어제 일어난 일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았냐고 하죠. 하지만 뭘 그만해? 어저께 일어난 일인데. 그래서 '나머지 가족을 위해 빨리 털고 일어나라'는 얘기는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이들을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이웃에서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잃어버린 현실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마사지 같은 걸 많이 했어요. 누가 살을 만지거나 주물러 주거나 그러면은 이 것은 현실이예요. 내가 느낄 수 있어요. 이러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같은 걸 문득 문득 느끼게 되는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서, 나를 누군가가 따뜻한 손으로 만져 주고 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 이런 느낌을 받는게 되게 중요한 거거든요. 그게 치유에요. 그런 것들이 일상이예요. 또 밥먹는 것을 통해서도 현실감각을 되살릴 수 있어요.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밥을 한번도 안한 엄마들도 많아요. 왜? 너무 죄의식이 드는거예요. 애가 그렇게 갔는데 밥을 해? 물론 다른 아이가 있고 남편이 있지만 밥을 하고 장을 본다는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거예요. 본인의 죄의식 때문에. 그래서 밥은 물론이고 설거지 같은 것도 안하죠. 그런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이 차려준 밥을 먹고는 미안한 감정이 드는거예요. 그러면 설거지를 하는거죠. 그때는 그냥 설거지 하라고 나둬요. 왜? 현실 감각 같은 것을 조금 찾는 거예요. '아 그래, 이런 일상이 나한테 있었지'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거예요."

    뜨개질 역시 그 일환이다.

    "뜨개질을 두달 하기로 하고 책정해 놓은 예산이 처음에는 150만원이었어요. 근데 두달에 1,200만원을 썼어요. 실값으로만. 엄마들이 거의 미친 듯이 해요. 그걸 왜 미친 듯이 하냐면 통증을 잊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집에 가서도 잠이 안오는데 계속 뜨고 있으면 그냥 뜨개질 하고 있다가 푹 꼬꾸라져서 자는거에요. 두세시까지 보면 무지하게 전투적으로 해. 3~40명이 벽에 기대앉아서 발 쭉 뻗고 그냥 뜨개질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뜨개질 실값은 약값이라고 판단을 한거죠. 그게 약값인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효과가 있는데 중단하면 미친 거죠. 치유공간 '이웃'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온다, 끝가지 간다, 몇천만원이 들든… 근데 정부나 이런 곳에서 볼 때는 이게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실값으로 1,200만원이나 쓰니까요. 사실 실값으로 1,200만원도 더 쓸 때가 많아요. 근데 엄마들이 뜨다가 여기 자원봉사자들 것도 막 떠줘요. 자기가 뭐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는 거예요. 이웃 치유자들도 너무 좋아하고 엄마들도 굉장히 보람이 있는 거죠. 그래서 그거는 1,500만원이 들었다 해도 그 약값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거죠. 그게 부작용 없는 유일한 진통제인거 같아요. 어떤 약이든지 진통제가 있는데 그거는 부작용 없는 유일한 진통제예요. 어떻게 해서 실값은 몇천만원이 들든지 끝까지 간다, 어떻게 해서든 구해서 끝까지 간다, 그것은 이웃이 가지고 있는 기조인거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이웃에서 주요하게 행해지는 일 가운데 하나다.

    "엄마들이 제일 많이 하고 싶어하는 얘기는 아이 이야기죠. 아이가 지금 고통의 원천인 대신에 유일한 즐거움의 원천이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때는 좀 지루해 하는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하고 싶어도 얘기 못하는 거예요. 근데 여기서 물어봐주면 한없이 해요. 몇시간이고 몇십시간도 해요. 어떤 엄마는 오래 오래 살겠다고 해요. 왜? 엄마가 없어지면 아이를 누가 기억해주겠냐는 거죠. 그래서 마지막까지 100살까지 살아서 아이를 기억해줘야 되겠다고 해요. 그런 마음 하나와 또 다른 마음도 있어요. 내가 삶을 빨리 정리해서 그 아이한테 만나러 갈 수만 있다면 거기 가겠다는 거예요. 이 두 마음이 항상 같이 있어요."

    세월호 유족들로부터 잃어버린 가족에 대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치유 목적이다.

    "트라우마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요. 고문 피해자들 상담했을 때도 그래요. 80년대 끔찍하죠. 중정이나 안기부에 끌려가서 80일씩 60일씩 고문 당하면 그건 지옥이었잖아요. 그 현장인 광주 트라우마센터에 가서 피해자 선생님들 상담할 때도 그때 어땠느냐, 고문 받을 때 어떻게 했느냐, 성기고문을 했을 때 무엇으로 했느냐, 그걸 헤집고 물어보면 중간에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다 얘기해서 끝까지 들어가야 거기서 벗어 날 수 있어요. 근데 끝까지 가지 못하면 안돼요. 예를 들어서 맹장에 종기 같은거 있으면 의학적으로 수술을 하잖아요. 근데 수술을 안하고 배만 계속 문질러 줘 봤자 소용이 없어요. 맹장을 떼어내지 않으면… 떼어내야하거든요. 고통의 원천 같은 거를. 세월호 엄마들도 지금 그러는 거예요. 4월 16일날 아이를 봤던거, 16일날 17일날 봤던거, 마지막 순간 아이하고 통화했던거, 그런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놔둔다고, 그래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치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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