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논란이 된 K-컬처밸리 사업과 관련해 야당 소속인 지역구 의원들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5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장항동 K-컬처밸리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의 화룡점정"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기공식에 지역구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고양시 지역구 의원 4명은 모두 야당 소속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 CJ그룹 관계자는 8일 "올해 5월에 있었던 K-컬처밸리 기공식에 지역구 의원들을 부르지 말라는 청와대 측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일산지역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고양병)‧ 김현미(고양정) 의원은 초청받지 못했다. 다른 고양시 국회의원인 같은당 정재호(고양을) 의원(당시 당선인), 정의당 심상정(고양갑)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
K-컬처밸리는 무려 1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향후 10년간 총 25조 원의 경제효과와 17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10년 넘게 부지를 방치해온 고양시와 경기도에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학수고대하던 사업이기도 하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출발점에 야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은 철저히 소외된 것이다.
유은혜 의원은 "K-컬처밸리 사업은 지역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사업인 만큼 지역구 의원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그런데 이런 사업의 첫삽을 뜨는 날 지역구 의원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미 의원도 "고양시에서 추진되는 대형사업이라 최대한 지원했지만 완전히 무시당하고 배제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CJ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고 어떻게 기공식을 할지 굉장히 난감했다"면서 "의원들에게 별도로 사업을 소개하는 행사를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CJ는 기공식 다음달인 6월8일 K-컬처밸리 공사 현장의 홍보관에서 유은혜‧김현미 의원과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따로 가졌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결정과 상시청문회법 처리 문제로 여야 3당 원내대표단 회동을 통한 협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야당과 각을 세우던 시기다.
한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명칭에 '창조'가 붙은 사업은 모두 야당 의원들을 배제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1조원 넘게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의 기공식마저도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야당 소속이라고 따돌리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그프로그램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광해' 등과 관련해 CJ그룹 수난사를 썼다는 '뒤끝'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주도한 국책사업의 자리에 야당 의원들은 들일 수 없다는 '편협' 꼬리표까지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