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끝내 특검 조사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약속대로 받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 대통령은 이러저런 억지를 쓰며 결국 특검조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수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당시 박 대통령측은 검찰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 수습방안을 마련중"이라며 "11월 29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거부해 버렸다.
주목할 것은 거부 이유다.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이유들이다. 시국 수습방안 가운데 가장 핵심이 자신의 검찰 조사인데도 '남일'처럼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국정농단 사건 초장부터 박 대통령의 행동 패턴과 코드를 읽어보면 그의 사전에는 '염치'라는 말이 없다"며 "대통령을 일반인과 같은 법감정이나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하면 절대 해석이 불가능한 분"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무슨 생떼를 쓰든 결국은 특검 조사를 안받겠다는 것"이라며 "특검도 내부적으로 조사 불발을 염두에 두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대통령이 대면조사 나가서 절대 득 될 게 없고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자백을 안 하면 묵비권 행사만 할 뿐이지 정상적인 검찰과 특검 조사를 받으면 사건의 모든 전모가 밝혀진다. 본인도 더이상 방어할 수가 없게 된다. 더 중요한 건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지적능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종필 전 총리가 보는 '박근혜 실체'와 일치한다. 김 전 총리는 '시사저널'과 작년 11월 인터뷰에서 "5천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앉아있을 것"이라며 "절대 하야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사촌 형부인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닮아 과거부터 고집이 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9일 특검에 소환된 최순실씨에게 "자신과 관련된 특검의 뇌물죄 수사 정황을 파악하라는 특명을 줬기 때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고 다음주 쯤에는 나올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이미 박 대통령측의 전략은 확고하다. 대통령측 헌재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특검이 월권을 하는 것이다, 탄핵과 연계시킨 정치적 특검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면 했다. 지금이라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응하지 않는 게 저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검 조사가) 탄핵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탄핵에 대한 어떤 자료 수집의 의미를 갖는 특검을 야당이 통과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원천적으로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될 것이고 응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속내는 뻔하다. 박 대통령에게 말바꾸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어째 거짓말을 밥먹듯 할 수 있냐"는 비난이 타당하겠지만, 박 대통령은 귓등으로도 안듣는다.{RELNEWS:right}
박 대통령측의 탄핵과 특검 수사 전략은 간단하다. 무조건 특검은 2월말에 '아웃'이고 탄핵심판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날까지 무조건 "나는 억울하게 당했다. 검찰과 특검이 거짓말을 엮어 기소하려 한다. 정치적 희생양이다"라는 프레임으로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태극기 세력 규합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박 대통령이 일면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더라도 탄핵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