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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민주주의: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



책/학술

    '양손잡이 민주주의: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

     

    '양손잡이 민주주의 :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를 들다'는 진보 정치학자 4명이 촛불시위와 그 이후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이후 변화의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장집, 서복경, 박찬표, 박상훈, 네 사람의 필자들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발전했으면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가진 정치학자들이다. 정치와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론자들이다.

    최장집 교수는 그동안 대립만 해왔던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이 공존하면서 양자가 변증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냉전·반공·권위주의가 특징인 강경 보수의 힘이 약해지면서 '온건 다당제의 길'로 갈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망한다.

    "필자(최장집)는 그동안 여당의 성격을 ‘정권으로부터 파생된 정당’으로 보고 야권은 그에 대한 잔여 범주 내지 그에 가까운 한계를 보였다고 비판하면서, ‘서로에 대한 잘못 때문에 존재하는 적대적 양극화 체계’로 규정해 왔는데,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온건 다당제로의 길’을 실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야당이 하나일 때보다 3당인 것이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을 했고,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합의를 만들어 가는 다당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고 본다. 단일 야당 체계였거나, 아니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처럼 서로를 무한 견제하는 두 야당만 있었다면 이런 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3당 내지 2.5당 체계의 물리학적 효과가 꽤나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경험은 특별하다. 향후 새누리당에서 분열해 나온 정당이 자리를 잡아 4당 체계 내지 5당 체계가 들어선다 해도, 그런 다당제하에서 정당들이 발휘하는 정치의 역할은 양당 체계 때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대의 민주주의의 심화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촛불 국면에서 나타나듯이, 이념적 균열로 양분되어 있고 이런 균열이 정파적 지지와 견고히 연계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직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치 공간이 되기보다, 정파적 시민들 간의 직접적 충돌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직접민주주의가 공적인 의사 결정 체제로 작동할 때 나타나는 결정적 단점은 바로 이런 파벌 경쟁과 정치적 갈등의 격화이다. 아테네 민주정의 최대 단점 역시 이것이었다(헬드 2010, 52-3). 이런 점에서 직접민주주의로 대의제를 대체하는 것은, 현대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정치적 결과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직접민주주의 논의는 폐기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건설적인 대답은, ‘직접민주주의인가 대의 민주주인가’라는 양자택일적·폐쇄적 질문을 ‘직접민주주의 논의의 궁극적 지향점인 시민 주권의 확대 혹은 정치 참여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개방적 질문으로 바꾸고, 여기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우선의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의 민주정인 대의제의 운영에 있어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정치 참여 기회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법·제도들을 개혁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대의제 전체를 뭉뚱그려 비판하기보다는, 대의제가 대의 ‘민주주의’로 작동하는 것을 가로막는 구체적 장애물들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것이 정치 개혁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대의제를 기본으로 해, 대의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촛불 시위를 통해 나타난 시민사회의 한계

    "촛불 시민은 민중 총궐기를 주도했던 민중 부문과 일반 시민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이들 간에는 일치와 불일치의 양면적 관계가 존재한다. 촛불 시위의 요구는 민주주의의 복원과 사회경제적 개혁이라는 두 범주로 구분되는데, 전자에서는 일치가, 후자에서는 불일치가 발견되는 것이다. 전자는 보편적?일반적 의제로서 촛불 시위 내부는 물론이고 거의 전 국민적 합의를 획득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후자는 부문적?계층적?계급적 요구라고 할 수 있으며, 촛불 시위 국면에서도 시민적 지지나 연대의 획득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사회경제적 개혁 추진의 내적 한계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한국 민주화의 오래된 숙제를 반영한다. 즉, 정치적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심화하는 문제이다. 전자가 초점이 된 촛불 시위에서 민중 진영과 일반 시민들은 최대 다수 연합을 형성했고, 그 결과 국회의 탄핵 소추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까지 연합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탄핵 이후에는 결국 광장에 다시 민중 진영만이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촛불 시위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편에서는 촛불 시위의 ‘한계’ 혹은 ‘배반’을 지적하는 민중 진영의 비판이 예상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중 총궐기를 촛불 시위와 대비시켜 ‘불순·과격·불법 시위’로 몰아 탄압하려는 보수 진영의 공세가 본격화될 것이다(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해 ‘개혁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민중 진영의 사회경제적 개혁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촛불 시위가 ‘대통령 탄핵을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려면, 민중 부문과 시민 부문의 긍정적 결합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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