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왼쪽은 지난 12일 파면된 뒤 사저로 복귀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당초 변호인단의 설명과 달리 '간결한' 대국민 메시지를 밝힌 것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더 증폭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내일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줄짜리 짧은 입장만 밝힌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차량 하차에서 청사 입장까지 걸린 시간은 7초에 불과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들의 흔한 인사치레성 메시지와 다를 바 없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이 없었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것은 피의자로서의 당위론적 입장일 뿐 특별한 의미를 두기가 애매하다.
국민 절대 다수가 전임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한 마디를 갈망하고 있는 상황에 제대로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이는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집으로 복귀하면서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던 것에 비해서도 훨씬 후퇴한 모양새다.
그는 당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덧붙이는 등 4줄짜리 메시지를 내놨는데 이번엔 그마나 반 토막이 됐다.
내용과 형식을 감안할 때 '탄핵 불복'의 뉘앙스를 강하게 내뿜었던 삼성동 '귀거래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메시지를 다시 발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 화려했던 옷차림과 그에 따른 메시지 효과를 감안할 때, 검찰 출두시 입은 짙은 푸른색 코트를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그는 12일 삼성동 복귀 때 입었던 코트를 그대로 입은 채 검찰 소환조사에 응했다.
대통령직 파면에도 불구하고 즉각 청와대를 떠나지 않고 이틀을 버티다 사저로 돌아갈 때의 억울함과 분노가 전혀 풀리지 않았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