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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레알?] "노무현정부가 '바다이야기' 수사 못하게 했다"



대통령실

    [이거 레알?] "노무현정부가 '바다이야기' 수사 못하게 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11년전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 관련 수사를 노무현 정권이 방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당시 수사방해는 권력실세 보호 목적이었다는 의미이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다.

    이 주장은 제기자가 바다이야기 수사의 실무자였다는 점에서 간단히 배척하기 어렵지만, 다른 관계자들의 반박이나 당시 수사환경 등을 감안할 때 100%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김 의원은 회견에서 "그때 내가 대검 강력과장으로서, '이거 수사해야 한다. 게임장 단속하면서 제조업체, 나아가 상품권 발행업자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당시 노무현정부, 검찰총장, 대검 중수부장은 상품권 수사를 제대로 안했다"고 말했다.

    또 "대검 강력부에서 수사하려 했는데 못하게 하고, 그걸 당시 중수부에서 가져갔다. 당시 중수부장이 박영수 특검이었는데, 가져가서는 수사 결과가 흐지부지 됐다"면서 "우리는 수사지휘권을 중수부에 빼앗긴 것이다. 그래서 당시 경대수 강력부장이 항의하면서 사표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기본 구조는 ①김진태는 바다이야기 수사 때 대검 강력과장이었다 ②노무현정부가 상품권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③대검 강력부가 수사 지휘권을 대검 중앙수사부에 빼앗겼다 ④수사지휘권 문제에 항의해 대검 강력부장이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다만 대검 '강력부'는 당시 '마약·조직범죄부'(마조부)였고, 마조부장 휘하 직위로 일컬어진 '강력과장'은 정확히는 '조직범죄과장'이었다는 점에서 용어에 일부 혼란이 있다.

    일단 김 의원 주장 상당수는 사실에 가깝다. 바다이야기 수사는 공식적으로 2005년 말부터 2007년 2월까지 진행됐고, 김 의원은 2006년 2월부터 1년간 대검 조직범죄과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①번 명제는 가치판단이 불필요한 '팩트'다.

    주요 수사는 2005년 11월 대검이 서울동부지검에 관련 첩보를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나, 이듬해 8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넘어갔다. 따라서 실질적 수사는 중앙지검이 수사인력을 대거 확충하면서 본격화됐다. 동부지검은 당시 'JU 다단계 사기' 사건 수사에 매진하느라 사건을 넘겼다.

    '빼앗겼다'라는 주관적 가치판단을 배제하면 ③번 명제도 사실로 볼 여지가 있다. 당초 수사는 대검 마조부가 지휘했으나, 2006년 9월 공식적으로 중수부가 TF를 꾸리고 지휘권을 행사했다. 김 의원은 채동욱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검찰총장 역임)을 팀장으로 한 TF에 봉욱 당시 대검 첨단범죄과장(현 서울동부지검장) 등과 함께 참여했다.

    '항의'라는 평가를 배제하면 ④번 명제도 사실에 가깝다. 경대수 당시 대검 마조부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TF 출범 직전 사표를 냈고, 대외적 이유는 '건강상의 사유'로 설명됐다. 한때 사표 철회 해프닝도 있었지만, 10월11일자로 경 부장은 결국 사직했다. 미묘한 정황이다.

    이들 논거가 김 의원 주장의 핵심인 ②번 명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김 의원의 주장인 만큼 상당 수준의 신빙성도 부여될 수 있다. 하지만 ③번과 ④번 명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 결론의 진위 여부를 함부로 단정하기 어렵다.

    당시 수사환경을 감안할 때 수사 지휘권의 중수부 이관은 '축소수사'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전방위적 수사' 목적일 수 있어 ③번 명제의 판단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

    박근혜정부 때 해체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검 중수부는 대검 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수사를 실시할 '자체 인력'을 보유한 조직이었다. '대형사건 수사' 주체는 대검 중수부로 공인돼 있기도 했다. 마조부나 형사부, 공안부 등은 일선 지방검찰청 지휘만 했다.

    국회도 대검 중수부의 '늑장 개입'을 비난하는 실정이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2006년 10월26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왜 대검 중수부에서 이 사건을 즉시 다루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도대체 뭘 수사했느냐"고 '마조부장' 대신 '중수부장'을 불러세워 추궁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전직 고위 검사는 "중수부에 사건이 이관된 것은 수사가 더 강화됐다는 얘기"라며 "윗선에서 마조부 수사 지휘권을 악의적으로 빼앗았다기보다는, 마조부 실적이 부진해 스스로 빼앗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대수 마조부장 사표를 둘러싼 ④번 명제의 평가도 이견의 여지가 있다. 정권의 '수사 외압'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이 사퇴 원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일선 수사를 맡았던 다른 전직 검사는 "검찰총장과 트러블이 좀 있었다"고 귀띔했다.

    2005년 11월 취임한 정상명 검찰총장은 '마약, 조직범죄 수사는 경찰에 넘겨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향을 대검 간부들에게 몇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폭 통제가 잘 되고 있는 데다, 마약 청정국 이미지가 정착돼 있는 만큼 굳이 검찰이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이는 경대수 마조부장의 입지에 위협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갈등이 불거져 있었고, 검찰 조직축소 등 개혁 요구가 정가 안팎에서 빗발치던 시기여서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이 와중에 수사지휘권 중수부 이관마저 단행되자 경 부장이 사표를 던졌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정 전 총장은 수사지휘권 이관 전 '온 나라가 난리인데 마조부는 도대체 뭘 했느냐'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일부 사실이 뒷받침되기는 하나, 김 의원 주장을 '참'으로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논란의 또다른 핵심 당사자인 경대수 의원은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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