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팬 상처를 지닌 세월호가 참사 3주기를 앞두고서야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새 국면도 열렸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더 나은 세상으로 이어질 기억과 성찰의 길을 CBS노컷뉴스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식 잃은 부모 물어뜯는 저들은 누구인가①-ⓑ 왜 우리는 한때 "세월호 지겹다" 외면했을까② "우린 침묵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겪었다"③ 세월호 3주기, 가요계는 여전히 잊지 않았다④ 모든 탄압은 '세월호'로 통한다⑤ 세월호가 보낸 3년, 진실을 밝히는 기록들<끝>
박근혜 정부의 4년은 치욕과 어둠의 세월이었다. 반정부 세력을 청산하겠다는 목적 아래, 멀쩡한 영화제가 망가졌다. 조금이라도 정부 비판적인 영화들은 검열에 시달렸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었고,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자기 검열이 난무했다.
시발점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었다.
'다이빙벨'의 내용은 간단하고 명백하다. 세월호 구조·수색을 돕기 위한 잠수 기구 '다이빙벨'의 팽목항 도착부터 철수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는 언론 보도와 달리 해경이 '다이빙벨'의 투입을 끊임없이 방해했다고 고발한다. 한 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치부이자 약점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이 때부터 정부는 '다이빙벨'과 연관된 모든 영화계 조직과 개인을 탄압하고 나섰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다이빙벨' 영화를 배급한 '시네마달'에 대해 내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네마달'은 좀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에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를 걸 수 없었고, 한 때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을 삭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14년 부산영화제는 부산시로부터 '다이빙벨' 상영 중지를 요구받았고, 이를 거절한 이후 예산 삭감뿐만 아니라 감사원 고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등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온갖 내상을 입은 부산영화제는 예전같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1월 열린 행사에서 "당시에 어디에서 예산 삭감 지시가 내려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하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더라. 유일하게 통로가 하나 있어서 정부 쪽 사람을 만나봤지만 포기했다. 무게감과 압력이 상당해서 문제가 더 생기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영화계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청와대는 공공연하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체부로 내려보냈다.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이들을 지원 사업에 배제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돼 직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김 전 비서실장은 현재 재판 중이다.
한 고비를 넘긴 영화계는 쇄신과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3년 그리고 '다이빙벨' 개봉 2년 반만에 되찾은 자유다. 다시 표현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영화 정책 예산을 집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부터 수술대에 올려야 된다는 입장이다.
거센 탄압은 곧 저항의 방증이다. 최소한 세월호를 외면하지 않은 영화인들이 있었고, 검열에 저항한 영화제가 있었다. 지난 3년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값지게 남을 것이다. 이제 영화계에는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되찾는 일만이 남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