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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데이트폭력 쓰는 그 오빠랑 만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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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데이트폭력 쓰는 그 오빠랑 만나지 마요"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③] 데이트폭력 대응 내공 쌓기

    사람들은 흔히 연애 유무로 어떤 사람의 상태를 '구분'한다. 누가 정했는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연애 적령기'로 여겨지는 20~30대일 경우, '왜 연애를 안 하니?'라는 질문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창비학당과 한국여성의전화가 도대체 그놈의 '연애'란 무엇인지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살펴보는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강의를 마련했다. '괜찮은'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에서부터, 대안적 연애에 관심을 두는 사람까지 연애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3월 24일부터 5주 동안 매주 금요일에 펼쳐질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사화를 반려한 2강 '이성애를 고민하다'(3/31)를 제외한 4편의 기사가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연애·결혼 중인데도 연인이 떠날까봐 불안하신가요?
    ② 벽 밀치기, 강제키스, 폭언…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③ "언니, 데이트폭력 쓰는 그 오빠랑 만나지 마요"
    <계속>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2016년에 발생한 사건만 집계)을 분석한 결과, 연인, 부부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82명이었다.

    어쩌다가 가해자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이인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걸까. 하필 그 날 가장 많이 화가 나 있었고, 그렇기에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까지 먹게 된 걸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언어·신체적 폭력이 누적되어 오다가 불행한 결과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14일 오후,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4번째 강의 '언니, 그 오빠랑 만나지 마요: 데이트폭력 대응 내공 쌓기'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폭력'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권력'과 '통제'를 양 축으로 하는 '폭력'

    (사진=pixabay)

     

    송 처장은 우선 폭력의 개념이 무엇인지부터 짚었다. 그는 '권력'(power)과 '통제'(control)로 폭력을 설명했다. 힘을 갖고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는 '불균형'한 관계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처장은 "너무나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공부도 안하고 얘기도 안해서 정말 어려운 곳에 위치한 폭력이 바로 가정폭력인데, 여성에 대한 폭력 중심으로 보면 결혼 전부터 벌어졌다는 응답이 30% 정도다. 결국 데이트폭력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라며 "여성의전화에서는 데이트폭력이란 말을 시작했고 지금도 이야기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 처장은 상담 결과 △지금은 이래도 나중에는 바뀌겠지 하는 생각에 △관계가 끝나는 게 무서워서 △이례적인 상황인 줄 알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성관계를 하거나 임신을 했기 때문에 등의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 이런 당신의 행동, 데이트폭력일 수 있습니다

    송 처장은 이날 강의에서 데이트폭력으로 볼 수 있는 통제와 물리적·언어적 폭력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 △옷차림 제한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 △내가 하는 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게 함 △일정 통제 및 간섭 △휴대폰·이메일· SNS 등을 자주 점검 △써클이나 모임 활동을 못하게 함 △다른 상대를 만나는지 의심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함 △다른 사람과 통화하지 못하게 함 등은 상대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경우였다.

    △욕이나 모욕적인 말을 함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고 책임 전가 △괴롭힘 목적으로 악의에 찬 말하기 △스스로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거센 비난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 △물건 파손 △부담스러워하는데도 선물을 사 줌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겠다고 위협 △죽이겠다거나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데이트비용 반환 청구 △빌려간 돈 모르쇠 △협박이나 강요로 돈·귀중품 갈취 등은 보다 수위가 높은 행동들이다.

    △세게 밀치기 △팔 비틀거나 머리채 잡기 △멍들거나 상처날 때까지 때리기 △뺨 때리기 △발로 차기 △손이나 물건으로 찌르기 △물건 집어던지기 △목조르기 △흉기로 위협 △흉기로 직접적인 상해 입히기 △기절하거나 병원 갈 때까지 때리기 △의사와 상관없는 스킨십과 애무 △원치 않는 섹스 △불쾌한 음담패설 등도 전형적인 데이트폭력의 사례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4강: 언니, 그 오빠랑 만나지 마요' 강의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송 처장은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해결이 어려운 점은 당사자조차 사랑인지 폭력인지 구분하기게 무척 어렵기 때문"이라며 "(판단이 어려울 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지를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데이트폭력이 주로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만큼, 서로 내밀한 사이고 그래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게 많이 알고 있는 점도 어려운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송 처장은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주변인'이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선 피해자가 안전한 상황인지 파악할 것, 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 주변에서 지지해 줄 만한 사람과 자원을 모을 것, 폭력의 흔적을 남길 것 등이었다.

    송 처장은 누구나 데이트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을 상대방으로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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