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각당 후보들은 인물과 정책 검증에 주력했지만 때로는 고성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장면도 연출했다.
특히 후보 자신은 물론 정치적 근간에 대한 무책임한 비판에는 상대방의 말을 끊으며 적극 개입하는 등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25일 열린 '19대 대선후보 원탁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먼저 홍 후보는 "노 대통령은 돌아가셨으니 차치하더라도 가족이 640만 달러를 뇌물로 받았으면 재수사하고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문 후보는 "그게 뇌물이 되려면 적어도 노 대통령이 직접 받았거나 노 대통령의 뜻에 의해 받았어야 하는 것"이라며 "(홍 후보는)법률가가 아니냐"고 맞받았다.
그러자 홍 후보는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중수부장의 말은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문 후보는 갑자기 말을 자르면서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입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홍 후보는 "아니 말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 '이보세요'라니"라고 맞받아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회자로 나선 손석희 앵커가 "정책 토론 시간"이라며 두 사람의 충돌을 제지했지만, 홍 후보는 "사법정책에 관한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참 점잖은 분인 줄 알았는데, 지난번에 두 번이나 책임질 수 있느냐고 협박하더니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고소했다"며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국민을 상대로 막 고소하고 자기한테 불리하면 협박해서 대통령이 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문 후보는 "노 대통령이 그 사건에 관련됐다는 아무런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 방금 중수부장 조서라는 건 터무니 없는 거짓말 아니냐"며 또다시 충돌했다.
홍 후보도 지지 않고 "또 거짓말을 한다. 어떻게 저런 분이...그러면 (노 대통령은) 왜 돌아가셨나"고 몰아부쳤다.
문 후보는 "기본적으로 허위 사실을 늘어놓고 그 전제 하에 질문을 하는데 고인을 그렇게 욕을 보여도 되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문 후보와 충돌했다.
유 후보는 첫번째 자유토론 시간에 문 후보를 겨냥해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세금으로 공무원 수를 너무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5년간 21조원 1년간 4조 2000억원인데 계산하면 월 40만원 짜리 일자리를 81만개 만든다는거냐"며 "(문 후보가)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7급 7호봉으로 이미 재원을 다 계산했다"며 "유 후보는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맞받았다.
유 후보는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라며 강력 항의했다.
유 후보는 전체 토론 시간 170분 중 딱 한 차례만 사용할 수 있는 '1분 찬스' 발언까지 신청해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말은 취소를 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 토론회에 와서 자신의 내부와 말하라는 게 무슨 태도냐"고 거듭 따졌다.
문 후보 역시 '1분 찬스'를 신청해 "일자리 정책은 이미 오래 전에 구체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을 다 발표했다"며 "토론할 때마다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제 발언 시간을 다 뺏어가지 않냐. 그러니까 세부적인 정책은 본부장에게 물어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 후보의 '문재인 엄호' 발언을 두고 발끈했다.
유 후보는 "지난 토론 때 심 후보가 문 후보를 왜 그렇게 보호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2007년 당시 기권한 것을 두고 잘 했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고 공격했다.
심 후보는 유 후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제가 문 후보를 지원했다는 말씀을 취소하라"며 공세를 취했다.
심 후보는 "제 소신과 정책으로 기권을 말한 것"이라며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고 보수, 진보 진영을 나눠 뒤집어씌우고 패를 나누는 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라고 쏘아붙였다.
유 후보가 "제가 언제 편을 나누었느냐"며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하는 게 옳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따졌다.
이에 심 후보는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7년 당시의 정무적 판단이 옳았다고 한 것"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