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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 대한민국 '성 소수자'의 역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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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쓸로몬] 대한민국 '성 소수자'의 역사에 대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0년째 국회 표류 중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성(性) 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문 후보가 발언 이틀 만에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확산되고 있죠.

    지난 10년간 소수자의 차별을 막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권고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7일 긴급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차기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10대 인권 과제로 정해 추진해달라는 뜻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죠.

    한국에서 성 소수자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것은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 소수자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성호사설'은 삼국시대 신라에서 미남자로 뽑힌 화랑들의 '남색(男色)' 행위를 언급하고 있고, '고려사'에는 고려의 공민왕이 동성애자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궁녀들의 동성애를 처벌했다는 기록도 등장하죠.

    왼쪽부터 이회창·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현실정치에서 동성애가 화두로 등장한 것은 1997년 대선 때입니다. 한겨레신문이 김대중·이회창·이인제·권영길 대선 후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성애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죠. 유력 후보들은 어떤 답을 내놨을까요?

    "나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같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활동 역시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김대중 후보)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 그러나 동성애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회창 후보)

    방송인 홍석천 씨(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지난 2000년 9월 방송인 홍석천 씨의 동성애 커밍아웃을 계기로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한층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문화방송(MBC) '뽀뽀뽀'에 출연하고 있던 홍 씨가 출연 정지를 당한 일은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만연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이듬해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모델이 TV 브라운관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수 겸 배우 하리수 씨입니다.

    그녀는 첫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 영화배우, 모델로 성공해보이겠다."

    가수 겸 배우 하리수(오른쪽) 씨와 남편 미키정 씨(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하리수는 지난 2002년 법적 성별을 바꿔달라며 호적 정정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또 2007년에는 사랑하는 남성과 결혼식을 올려 법적인 부부가 되었죠.

    그녀의 사례가 차별에 맞서 법적 권리를 쟁취한 '성공적인' 사례였다면, 좌절을 겪은 성 소수자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김승환 씨는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냈다 반려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동성혼 인정 여부는 입법부의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죠.

    김조광수 씨 부부(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됐지만, 보수 기독교계 등의 강한 반발로 결실을 맺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것이죠.

    19대 국회에서는 김한길 의원 등이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포함시킨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거센 저항에 밀려 법안을 철회했습니다. 당시 문 후보도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는 동성 간 성행위를 징역 2년에 처하는 군형법 92조 6항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습니다.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죠.

    지난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습니다.

    다시, 지난 27일 문 후보의 해명 발언으로 돌아가보죠. 문 후보는 "동성애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려면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글쎄요, 법적으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권리를 과연 '권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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