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우내 불타오른 촛불로 꽃피운 5월 9일 조기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여정에 함께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길잡이가 될 만한 문화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좋은 미래 위해 꼭 투표하세요!"② '특별시민' 곽도원 "최악의 지배 싫으면 정의롭게 투표"③ '부산행' 감독 연상호 "두려워 말고 소신껏 투표하라"④-ⓐ 작가 김진명 "5·9조기대선은 '심판의 날'이다"④-ⓑ 작가 김진명 "다음 대통령 사실상 결정됐다…다만"④-ⓒ 김진명, 보수에 간절한 호소…"이대론 한국 수명 7년"<계속>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유세를 펼친 가운데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이은재 의원이 홍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작가 김진명이 현재 보수 정당의 처지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내놓으면서, 향후 정국과 관련해 보수층에게 간절한 호소를 건넸다.
김진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조기대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보수층 유권자들이 과거처럼 '죽으나 사나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라며 말을 이었다.
"과거와 달리 '정권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전히 망가뜨린 보수 정당을 뽑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보수층 사이에서 상당히 생겨났다고 여겨져요. 저는 어떠한 면에서 이 점이 순수했다고 봅니다."
그는 "여기에는 현재 보수를 표방한 정당들의 혼란스러운 행태에 대한 보수층의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바른정당이 '정의로운 보수'를 내세우면서 나가기는 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당권 투쟁이었어요. 박근혜 정권 내내 대통령과 친박에게 눌려 지내던 비박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보수 헤게모니를 손에 쥘)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바른정당으로 분당한 거죠. 하지만 대통령의 잔당들은 시간을 갖고 조금만 기다리면 자연스레 쓰러질 세력이었어요. 그것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이 (비박에게) 없다 보니, (친박세력이) 당장 모든 것을 내놓지 않는다며 싸우다가 힘에 부치니까 나가 버린 셈이죠."
김진명은 "이번 대선에도 그렇지만 다음 번에도 보수를 대변할 만한 유력 주자는 없어 보인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그나마 유일하게 다음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여 년을 관찰해 보면, 대통령 후보는 전부 국회의원 중에서 나왔어요. 이번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예에서 봤듯이, 그의 지지율이 나머지 대선 후보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높았지만,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중도 포기했잖아요. 그만큼 (대권은) 국회의원 아닌 사람이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굉장히 높은 거죠. 현재로서는 그나마 유승민 후보가 다음 대선에서 보수를 대변할 가능성을 지녔는데, 그렇게 봤을 때 그의 길은 딱 하나입니다. 바른정당 내 모든 의원들이 다 떠난다 할지라도 본인은 혼자서라도 완주하는 길이죠."
◇ "대선 뒤 보수정당 '미래 없다' 판단에 빠르게 재편될 것"
작가 김진명(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김진명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층에 대해 "홍준표라는 인물이 아니라, '이대로 모든 것을 넘겨 주면 안 된다'는 보수층의 경계심이 작용하는 것"이라며 "홍 후보가 아무리 선전한다 할지라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층의 위기감이 작용하게 되면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하락세가 엮이게 됩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라는 보수의 로드맵이에요. '보수의 정의'를 내세웠던 바른정당이 자기네 대선후보까지 내치면서 권력 한조각 얻으려고 몸부림치는 행태에 보수층이 얼마나 실망했겠습니까. 결국 분당의 원인은 당권 싸움 때문이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 끝나면 현재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보수 정당이 재편될 겁니다."
그는 "보수는 사실 그렇게 깨끗한 집단이 아니다. 깨끗하고 개혁적인 것은 오히려 진보의 가치"라며 "보수는 다소 때가 묻고 억지가 심하고 욕심이 있을지라도 '현실만은 확실하게 지킨다'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유승민 후보는 '깨끗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보수적 가치를 과대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보수는 경제와 안보, 국제경쟁을 걱정하는 데서 그쳐야지, 청렴과 정의를 말하는 순간 딜레마에 빠집니다. 유승민 후보가 경제학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철학적 가치 평가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를 들어 '돈 없으면서 무슨 대학을 가냐'는 것이 보수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면, 이제는 사회적 흐름이 더이상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수 없게 돼 가고 있다"며 "보수가 어떤 면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사람들이 취직하기 쉽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돈을 벌 수 있을 때라면 몰라도, 갈수록 기술이 복잡해지는 지금은 이러한 정보에 밝은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기회와 돈이 주어집니다. 일부에게만 기회가 가고 나머지 다수는 그것을 얻지 못하니, 자연스레 소득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거죠. 보수가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한 자각과 변신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지, '건강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내세우는 것은 다소 본질과 동떨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김진명은 이번 조기대선 정국에 대해 "보수층 지지자, 유권자들이 너무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때가 올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참담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기다리면 보수에게는 또다시 기회가 올 겁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과거 진보 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 보수는 굉장히 거대한 거부감으로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방위적인 위기에 빠져 있어요. 나라가 조금씩 붕괴하고 있는 것인데, 제가 볼 때는 앞으로 7년 정도 밖에는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 5년을 이제 진보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데, 또다시 과거처럼 비협조로 일관하고 약점만 잡으려 하고 냉소만 보내서는 보수, 진보를 떠나 나라 전체가 망할 수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마음을 열고 보수 지지자·정치인들이 전력을 다해 새로 출발하는 정부를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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