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추진하는 담뱃값 인하 법안에 여야3당이 비판적인 기조 속에서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커지면서 당내 입장을 통일하지 못해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 홍준표 '서민감세' 여론전에도 여야3당 반응 싸늘
한국당은 담뱃값 인하를 '서민감세'로 규정하며 연일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당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을 향해 "담뱃세를 인상하려고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더불어민주당이 왜 인하에 반대하는지 그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최근 우리 당에서 담뱃세와 유류세 서민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걸 거꾸로 민주당에서 비난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입만 벌리면 서민이라고 하는데, 서민 감세에는 앞장서서 협조를 하도록 부탁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담뱃값과 유류세 인하가 '서민감세' 정책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국민의당의 경우 공개 회의에서 각종 현안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도 담뱃세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으며 '무시전략'을 쓰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의원은 "국민 여론도 좋지 않고, 굳이 우리가 반응해서 이슈를 키워줄 필요가 없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도 통화에서 "증세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민주당과 핑퐁게임을 하기 위해 한국당이 던진 이슈로 보인다"며 "한국당 내부에서도 정리가 안됐는데 일일이 반응할 계획은 없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바른정당은 "세금이 장난이냐"며 일침을 가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담배를 피는 사람이든 아니든 국민들의 반응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국민들은 '세금 올리고 내리는 게 장난이냐'고 반문한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코미디 같은 정략에 굳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셈이다.
◇ 한국당 투톱 간 신경전…당론 발의도 못해
여야 3당의 싸늘한 반응 속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감지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대표가 담뱃세 인하를 강조한 이후 회의가 끝나고 따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론이라고 할 수 없다. 급하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다.
정 원내대표는 "당론에 따라 법안을 발의했으면 107명 의원의 전체 발의가 되어야하지 않나.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서 "담뱃세 인하는 그렇게 급한 게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세법개정은 연말에 국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결정할 급한 일도 아니고 찬반 논의가 있어 당내에서 토론을 더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당초 담뱃세 인하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개별 의원의 발의로 방침을 바꿨다.
여야3당의 싸늘한 반응속에 한국당 투톱의 미묘한 입장 차로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서 담뱃세는 폭발력이 큰 사안임에도 조만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