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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가 편견 딛고 건네는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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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하는 남자'가 편견 딛고 건네는 당부

    화장에 관한 이중적 시선…김기수 "여성들은 이기적으로 화장해야 된다"

    (사진=EBS '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화장하는 남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뷰티크리에이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개그맨 김기수가 여성들에게 "이기적으로 화장하라"고 당부했다.

    김기수는 지난 7일 밤 방송된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 출연해 "저는 (화장한 지) 30년 된 덕후"라며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크업을 해 왔는데, 사회적 시선이 있잖나. 남자가 선크림 하나만 발라도 손가락질 받는 그런 시대잖나.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게 화장 기술인데, 자랑할 수가 없었다. 맨날 다락방에서 혼자 메이크업 하다가 문소리 나면 막 지우고 아무것도 안한 척 가만히 있고는 했다. 30년 정도를 혼자 화장하고, 지금도 화장 기술을 독학으로 한다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그는 "(화장을) 자기만족으로 하는 거라지만, 누가 뭐라고 하잖나. 사회적 환경 말이다"라며 "(제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뭐라고는 안하는데 (불편한) 시선, 말을 안하는데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구나(라고 알 수 있는 시선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화장은 기술이다. 화장품과 화장 기술을 하나로 보고, 화장품을 써서 메이크업을 하는 아름다운 김기수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뷰티 동영상 구독자 11만 명을 거느린 김기수는 "처음에는 여성분들이 (동영상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남성들도 꽤 늘었다"며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여성들은 이기적으로 화장을 해야 된다고 저는 늘 이야기한다. 항상 여성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오빠, 오빠는 좋아하는 메이크업이 어떤 거야?' 오빠에게 (좋아하는 화장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메이크업이 있다. 오빠들에게 인정 안 받아도 된다. 자기만족이니까."

    이에 철학자 이현재는 "남성은 능력으로 돈과 권력을 지녀야 에로스 자본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은 화장을 해서 예뻐야 에로스 자본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딱 분리된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왜 여성들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 화장을 해야 되는가"

    이날 방송에서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등, 화장에 관한 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레이디 제인은 "(지난해 한 화장품 회사가)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78%의 응답자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정영진은 "'지하철 화장'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숨 쉬지 못하다' '추하다' '혐오하다' '거슬리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현재는 "어떤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화장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이라며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70% 정도 된다고 한다. 게다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으로 1시간 이상을 소비한다. (지하철 등에서 화장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메라에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보낸 하루를 담은 이현재는 "제가 속으로 '무섭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스스로 위축된다는 점이었다"는 말로, 여성들의 화장이 '자기만족'보다는 사회적 시선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레이디 제인은 "제 친구가 예전에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직접적으로 '화장을 어떻게 해라', 특히 입술 같은 경우에는 진한 레드 컬러의 무슨 립스틱을 사용하라고 특정 컬러를 지정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은 꾸밈 노동을 강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작가 은하선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는 화장이 분명히 있다. 그런 것들까지 다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들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도 화장을 해야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며 "'누가 하라고 했냐'고 (여성들에게 쉽게 말)하지만 사실은 (여성들이) 회사 면접 등 공적인 자리에서 화장을 안하는 것에 대해 예의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여성들로 하여금 화장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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