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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고개드는 댓글 폐지론, 최선일까

    구글처럼 '아웃링크'해야…"구글과 네이버·다음은 수익 모델 엄연히 달라, 비교 불가" 댓글 폐지·실명제…"표현이 자유 침해 등 부작용 더 커" 댓글조작 근본적 해결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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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 파문③] 고개드는 댓글 폐지론, 최선일까

    '드루킹' 김모 씨의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쳐)

     

    "매크로를 100%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포털 내 뉴스 댓글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포털은 "뉴스 콘텐츠의 핵심 서비스인 댓글을 폐지한다는 건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포털 댓글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게다가 이번 드루킹발 파문으로 조작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댓글을 실명제로 해야한다"거나, "댓글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외 언론 중에서는 댓글을 없앤 곳이 일부 있다.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는 지난 2014년 댓글을 폐지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사 NPR, 유명 테크놀러지 전문 매체인 리코드(Recode), 미국의 유망 인터넷 언론사 '마이크'(Mic), 유력 과학기술 매체인 '파퓰러 사이언스' 등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도 뉴스 서비스를 하지만, 국내 네이버·다음처럼 포털 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가 아니라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아웃링크' 방식을 써서 댓글 문제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구글은 포털 안에서 댓글을 달 수 없게 만들어 여론 왜곡 책임의 빌미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에 포털은 "댓글의 순기능을 없애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며 반발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포털이 댓글 폐지에 소극적인 이유로, 뉴스 댓글을 통해 누리는 이득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의 경우 4월 기준 PC 뉴스 우측 광고 배너의 1000회당 노출 가격(CPM·Cost Per Mill)이 1130원이다.

    포털 안에 머물수록 뉴스 소비 역시 늘어나는 구조에서, 어떤 목적이든 사용자가 뉴스를 클릭해서 들어갈 때마다 포털에 수익이 쌓이는 셈이다. 뉴스 열독률 증가·사용자 유입 등 부수 효과는 물론이다.

    네이버는 이같은 지적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네이버는 '인링크', '아웃링크' 두 가지 모두 쓰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인링크 방식만 고집하는 줄로 알지만, 기사를 검색했을 때 기사 제목을 누르면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 페이지로, 오른쪽 옆에 '네이버 뉴스'를 클릭하면 포털 내 뉴스 페이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실 언론사 등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자사의 유입을 끌어낼 수 있는 '아웃링크'를 선호한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광고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심한 경우엔 뉴스 본문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각종 광고로 가득 차기도 한다. 선정적인 사진이나 문구의 광고들도 상당하고, 기사 본문을 가리거나 광고 '창닫기' 버튼을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광고들은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계를 언급하며 아웃링크만이 해결책이라는 목소리에 경계를 당부한다. "인링크 방식에선 이런 지저분한 광고들이 없어 이용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뉴스 및 정보를 습득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아웃링크로 간 언론사에는 다양한 댓글이 모이기 힘들지만, 인링크에서는 아고라처럼 서로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광장이 펼쳐질 수 있다"며 장단점을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승주 교수는 특히 "구글은 강력한 검색엔진을 바탕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페이스북같이 자사 포털사이트 안에 사람들을 오래 머무르게 하면서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라면서 "구글과 사업 모델이 엄연히 다른데 같은 잣대를 대자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부터 플러스프로그램을 통해 특히 인링크로 버는 광고비를 전부 언론사에 지급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만약 아웃링크로 하면 더이상 이에 대한 광고비를 언론사에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아웃링크를 통한 자사 뉴스 트래픽만으로 버는 수익이 클지, 인링크 통한 플러스 지급금이 클지는 판단해볼 문제"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네이버 댓글을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금처럼 댓글이 '공감순'으로 우선 정렬되는 구조에선 빠른 시간 안에 공감을 많이 받는 특정한 소수 댓글의 영향력만 강화된다"며 "이는 결국 드루킹 같은 댓글 조작 세력에게 여론조작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네이버 댓글 서비스는 댓글마다 한 아이디 당 1회씩 '공감'이나 '비공감'을 클릭할 수 있는 구조다. 댓글 배열은 공감 수에서 비공감 수를 뺀 '순공감 순'으로 배열되고 있다. 이번 '드루킹' 사건의 경우 댓글 추천을 반복적으로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댓글의 공감수를 올려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바뀌면 매크로 조작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겠냐는 것.

    "일단 아이디만 여러 개 확보하면 매크로 방지 기술을 뚫는 건 쉽고, 불법 조직 일당이 어떻게든 우회 경로를 찾아 내는 마당에,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신순으로 바꾸면, 계속 댓글을 복사해 붙이듯이 다는 새로운 매크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최신순' 댓글 배열 서비스는 이미 제공중이기도 하다. 현재 네이버 뉴스 댓글은 ▲순공감순(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수치순), ▲공감비율순(전체 공감과 비공감에서 공감비율이 높은순), ▲최신순(등록시간 최신순), ▲과거순(등록시간이 오래된 순), ▲답글순(답글이 많은순) 5가지 배열을 제공, 사용자는 선호하는 댓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김승주 교수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자동차를 없애자는 정책을 내놓으면 되겠냐"고 반문한다. 인터넷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기본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으로 "네이버와 다음이 정기적으로 발간 중인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투명성 및 공감대 확보를 극대화하자"고 주장한다. 투명성 보고서에는 정부의 영장청구 수 대비 포털이 몇 개를 거부했고 몇 개에 응했는지,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등이 공개된다.

    "결국 인터넷은 만인의 공간인 만큼 사람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자정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커지고 있는 댓글 실명제에 대해서는 학계와 시민단체 모두 반발이 거세다. 댓글 실명제가 댓글 조작의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데다 댓글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넷은 "인터넷 댓글에 대한 정의가 없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결국은 모든 게시글에 대한 본인확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학계에서도 "댓글 실명제 역시 댓글 조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데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댓글의 순기능을 없애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의 일부 법률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 정보를 수집해 장기간 보관하도록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에 활용될 위험이 크고, 수사 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한다"며 판단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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