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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현대판 암행어사의 삐뚤어진 권력남용

사건/사고

    [뒤끝작렬] 현대판 암행어사의 삐뚤어진 권력남용

    -암행감찰 과정서 '가혹행위' 논란…권력남용 비판 자초
    -행안부, 제 식구 감싸기 지적에 "수사 의뢰하겠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조선시대 백성을 괴롭히며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던 지방의 탐관오리를 소탕하던 암행어사는 지금도 '정의로운 해결사'로 인식되고 있다.

    '감사관 또는 조사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공무원이 현재 암행어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각 기관별로 감사실이란 부서를 두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조사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해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 중앙부처의 감사관은 신분을 숨기고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암행감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행정안전부 소속 조사관이 지방공무원을 상대로 암행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8. 9. 5. 암행감찰 과정서 '가혹행위' 논란…행안부 "수사 의뢰하겠다")

    행안부 조사관 A씨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소속 7급 주무관인 B씨를 감찰하면서 차량에 감금하고 협박과 강요를 통해 진술을 받아내려고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것이다.

    행안부는 '공직비위 익명제보시스템'에 B씨가 부서운영에 쓰이는 사무관리비를 횡령했다는 제보에 따라 감찰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씨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횡령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다.

    지난 7월20일 경기도는 동일한 내용의 익명제보를 받고, 고양시에 감사를 의뢰했는데 감사 결과 B씨가 횡령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양시는 3년 전 일산 동구청의 한 부서의 회계담당자였던 B씨가 작성한 회계자료에서 업무에 불필요한 물품 2개를 발견했는데, 금액으로 환산해 보니 7,200원에 불과했다.

    당시 거래처에서 물품을 구매해 오는 것은 공익요원이 담당했고, B씨는 구매한 내역에 따라 매달 거래처에 결재를 해준 것이 전부였다.

    고양시는 혹시라도 시민들이 낸 세금이 허투루 쓰였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7,200원을 환수했고, 사무관리비 집행을 철저히 하겠다는 조사 결과를 경기도에 통보했다.

    그런데도 행안부 조사관 A씨는 "내가 맘먹으면 살아남은 공무원은 없어"라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뒤 진술을 강요하고, 부당한 방법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 사진으로 찍어 휴대전화로 보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결국 7,200원이 '감사 갑질', 이른바 '권력남용'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인근 자치단체의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들도 이번 감찰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입을 모았다. 또 "터질게 터졌다.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A씨를 기억하는 한 지자체 감사담당 관계자는 "그 사람은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반말은 기본이고 권한을 내세워 자신 보다 직급이 높은 지방공무원도 아랫사람 다루듯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A씨의 과도한 요구와 갑질을 참다못한 당시 고양시 이모 감사담당관이 A씨의 직속상관인 행안부 조사담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한 뒤 인사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A씨의 비상식적인 감찰은 고양시 공무원들의 공분을 불러왔다. 고양시 공무원 노조도 B의 요청에 따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4일 "행안부 직원이 구시대적 봉건적 방법으로 헌법과 형법에 위배되는 인권유린을 자행한 했다"며 행안부를 항의 방문해 A씨의 파면과 김부겸 장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행안부는 강압적인 조사방식에 대해 사과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중앙정부가 자기 식구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아직도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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