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적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를 가두고 성폭행·학대까지 한 '몹쓸 친구들'이 피해자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합의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21·여)씨와 B(21·여)씨, C씨(23·남)는 지난해 9월2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B씨 집에서 D씨(21·여)의 손과 발을 청테이프로 묶어 이틀에 걸쳐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D씨 손에 수갑을 채우거나 개 목줄을 사용해 손발을 묶기도 했다. D씨는 정신장애 3급과 지적장애 3급(합산 장애등급 2급)의 장애인이다.
A씨 등은 D씨 몸에 있는 털을 충동적으로 라이터로 태우고, 면도기로 미는 등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또 이유 없이 폭행하고 추행하며 피해자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의 엽기적인 행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C씨는 A씨와 B씨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손발을 풀어주지 않겠다'면서 D씨를 성폭행했다.
검찰은 이들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공동감금,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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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을 주관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민)는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B씨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받았다. D씨를 성폭행한 C씨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건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이 가해자 가족들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A씨 등의 부모들은 재판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 중이던 피해자 D씨와 D씨 아버지를 찾았다. 이들은 각각 4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썼다.
재판부는 "D씨와 D씨 아버지는 여러 번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양형 감경 사유로 모두 피해자와의 합의와 처벌 불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추행했다. 그런 장면을 촬영해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가중하는 가혹한 행위를 했다"며 "범행의 발각이나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자를 계속 감금한 점에서 범행동기가 매우 비난할 만 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범행 당시 만 19세로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고, C씨는 만 20세 때 받은 신체검사에서 정신지체 4급이 나왔다"며 "피고인 부모들이 보호 의지를 보이고, 피고인들도 사건 범행을 반성하며 장래 계획을 밝혔다"고도 했다. 피고인들의 나이가 어린 점과 앞으로 삶의 개선 의지 등을 함께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A씨는 1심 선고 후 닷새가 지난 이달 3일 법원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