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 만에 막을 내렸지만, 쟁점 안건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25일 파업 종료 사실을 알리며 "임금 인상 등 현안에 대해 노사가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임금 인상률은 정부와 사측의 요구 수준인 1.8%에 맞춰졌고, 그 외 사안들은 '다음'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올해 임금 인상률은 4%대에 달했지만, 이번 파업 종료에서 노사가 약속한 수준은 1.8%에서 우선 멈춰섰다. 지난해 정부가 확정한 '2019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른 총인건비 인상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인력 충원과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통합 등 나머지 문제들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았다.
코레일은 우선 인력 충원 문제에 대해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함께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했지만, 당초 노조가 요구한 증원 인원인 4600명안과 사측의 증원 규모인 1865명안 모두에 국토부는 '부적합' 판단을 내리며 선을 그은 상태다.
국토부 김경욱 제2차관은 파업 첫날이던 지난 20일 "코레일 사측의 안은 세부적인 산출 근거나 재원 대책 등이 전혀 없었고, 노조의 안은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 체계를 개편하면서 1/3 충원이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화를 이루면 더 적은 수준의 충원만으로도 업무 체계 개편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대규모 증원 자체에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로 다른 구상을 가진 3자의 협의가 순조로울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현재 코레일 사측은 국토부에 제출할 용역 보고서에 구체적인 근거 등을 보강 중이다.
노사는 또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고속철도 통합 운영'과 저임금 자회사의 임금 수준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토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현재 국토부는 철도 안전 관리 시스템과 구조적 진단 등에 관한 연구용역 2개를 진행 중이다. '철도현장 안전관리시스템 개선방안 연구'와 '철도안전관리 조직·인력 개선방안 마련 연구'는 각각 내년 2월과 4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난 9월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철도안전은 관련 인력, 조직 운영 등 구조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연구용역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 전반에 대해 적정성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철도산업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데 두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논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4월 이후에나 시작될 방침인 것이다.
통합에 대한 SR의 부정적인 기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SR 권태명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산술적 수치보다 철도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서 SR 노조 역시 "코레일과의 통합은 명분도 없고, 국민 편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또 자회사 처우 문제에 대해 "공기업 평균 임금의 80%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올해 임금 인상률을 3.8%로 했다"며 "노조 측에서는 단계적 완성을 위해서는 그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기획재정부와 상의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닷새 만에 막 내린 철도 파업에 남겨진 후속 과제들에 대해 당국의 빠른 응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