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의혹 등에 관한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에게 자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대여하고 상환받았을 뿐, 법에 저촉되는 비정상적 투자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31일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정보 이용·허위신고)·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지난 22일 공판에 이어 이날도 잿빛 정장에 갈색 안경을 착용한 채 변호인단과 검찰의 공방을 차분히 지켜봤다.
정 교수 측은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사모펀드 혐의와 관련해 제시한 증거들을 반박하며 정 교수는 조씨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는 집안의 재산관리를 전담하면서 주식을 통한 직접·간접투자를 활발히 해왔고 여유자금의 투자처를 찾던 중 이 방면의 전문가라는 조씨를 만나게 됐다"며 "조씨가 정 교수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줄 테니 맡겨달라고 해 믿고 맡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12월 정 교수가 조씨에게 5억을 대여하고 이자 10%를 갖기로 한 것은 조 전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부임하기 전"이라며 "정 교수는 조씨가 주식투자 능력이 있는 친척이고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인데 이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당시 자신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어떻게 설립되고 운영됐는지 실제 내막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조씨가 정 교수로부터 빌린 자금이 금융업 진출의 마중물이 됐고 최초 펀드 구성에서부터 필요에 따라 차명으로 주주를 구성한 부분까지 모두 조씨의 설계"라며 "(코링크PE의 투자업체인)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과 더블유에프엠(WFM) 등 코링크의 펀드들을 복잡하게 연결해 은밀하게 상장을 추진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많은 부분 자금 횡령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익성을 조씨의 스폰서 정도로 인식했고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라던지 펀드 투자처나 대여자금의 사용처는 전혀 몰랐다"며 "검찰이 코링크에서 확보한 컴퓨터에서 나온 파일에 '여회장'이라고 적혀있는 부분 역시 여성인 투자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여자회장이라고 했을 뿐 검찰 주장과 달리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즉 정 교수가 조씨에게 돈을 대여한 거래관계였을 뿐,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운용 현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씨와 함께 코링크PE의 자금을 횡령한 '공범'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반면 검찰은 정 교수가 펀드 투자 당시 조씨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등 처음부터 해당내용을 꿰고 있었다며 정 교수의 혐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정 교수가 매달 (코링크로부터) 받은 860만원은 5억이 아니라 10억에 대한 10%였고 대여라 볼 때와 투자라 볼 때 법리가 달라질 순 있지만 코링크는 5억이든 10억이든 해당자금을 정 교수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었다"며 "종국적으로 코링크가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준 것이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2월 9일자 녹취록에서 조씨가 '돈을 잘 관리해서 석세스(Success·성공)한 투자하겠다'며 '수익을 나눠드리겠다'고 (정 교수에게) 말하는데 (이게 바로) 대여가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라며 "2017년 7월 펀드 출자과정에서 정 교수는 조씨에게 웰스씨앤티에 대한 투자 등을 설명받았고 출자당일에는 코링크 사무실에 가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받은 후 자금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정씨가 남편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오르며 공직자윤리법상 직접투자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위법성을 인지하고 차명투자를 강행했다며 이를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한 직후 정씨와 정씨의 자산관리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의 대화를 공개하며 "정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에 명시된 주식보유 제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의사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향후) 정 교수의 양형에 참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처럼 직접투자를 오래해온 분이 은행에 예금하고 이자만 받는다는 것은 상황상 맞지 않고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내역이 외부에 비공개되는 사모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생각해 추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