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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앞다투던 '소상공인' 공약…"지원금? 빚만 늘었다"



사건/사고

    與野 앞다투던 '소상공인' 공약…"지원금? 빚만 늘었다"

    편집자 주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公約)은 어느새 공약(空約)으로 사라진다. 잊혀진 공약 위에 정당은 다시 공약(公約)을 덧씌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공약의 악순환.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 CBS노컷뉴스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제출한 10대 공약을 전수조사했다. 지난 공약의 현주소를 살피며 새로운 공약의 앞날을 내다본다.

    [21대 총선 10대 공약, 얼마나 지켰나④]
    코로나19 지원금 500만 원 중 300만 원이 대출
    "물가, 금리 올라 이자도 갚기 버거워" 하소연
    '창업에 투자' 민주당-'세금 감면' 통합당, 이행은 나몰라라
    "지금 내놓는 공약들도 모두 지키기 어려울 것"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권가가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권가가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너도나도 '저출산' 대책 발표…4년 전 약속은 지켰나
    ②'n번방 사건' 여야 모두 약속한 '몰카 근절'…"더 많이 팔려"
    ③'석탄발전소' 강행하고…이제 와서 '탈석탄' 공약 재탕?
    ④與野 앞다투던 '소상공인' 공약…"지원금? 빚만 늘었다"
    (계속)

    서울 용산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하루하루가 한숨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영업 제한' 규제 속에서 안간힘을 내며 버텼지만 여전히 생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시름은 더 깊어졌다.

    이씨는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를 기억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도 당시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금인 줄 알았던 돈들이 이제는 '빚'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당시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을 했기 때문에 지원금을 주기는 했다"며 "그런데 알고보니 지원금은 대출이었고, 이제 빚을 갚아야 한다"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당시 코로나19 지원금으로 500만 원을 받았지만, 이중 약 100만 원만 '지원금'이었고 약 300만 원은 대출이었다. 당시 '빌린' 원금과 이자는 이번 달부터 이씨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이씨는 "당시 자영업자들을 지원해 주려고 다들 (지원 공약을) 내긴 했지만, 사실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당시 자영업자들이 받은 '코로나 대출'이 금리도 확 오르면서 이제 원금과 이자가 나가니 더 어렵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당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폭증한 대출로도 엿볼 수 있다. 2022년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차주는 307만 명인데, 이 중 55%가 빚을 지고 있었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약 1020조 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4조 9천억 원)보다 약 355조 원이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
    코로나19를 빚으로 겨우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이제 되갚을 시기가 되자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중구 명동 등 대표적인 상권가마다 폐업한 가게들도 텅 비어가고 있다.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는 10m만 걸어도 폐업한 가게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2번 출구 인근의 목이 좋은 대로변에도 미용실과 노래방, 네일숍까지 가게 3개가 줄줄이 폐업 표지를 내걸었다. 이화여대로 가는 길목 곳곳에서도 폐업한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윤모씨는 "'이대 상권'이라는 말은 옛말이다"며 "조금만 둘러봐도 옷가게들도 다 망한 곳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11만 15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22년(9만 1천건)보다 20.7% 증가했다. 공제금 지급은 처음으로 연간 10만 건을 넘었고, 금액 규모 역시 연간 1조 원을 돌파했다.

    노란우산 공제금은 폐업 등으로 일을 그만둔 소상공인에게 그동안 납부한 돈에 이자를 덧붙여 주는 일종의 '퇴직금'이다. 이처럼 폐업 공제금 지급이 늘어났다는 것은 사업이 망해 공제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의미다.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

    '자영업자 구제' 외치던 與野…대출은 355조 늘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1대 총선 당시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여야 10대 총선 공약을 보면,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관련해 총 15개(더불어민주당 13개, 미래통합당 2개) 공약을 냈다.

    민주당은 13개 공약 중 7개를 이행, 3개를 부분 이행, 1개를 미이행했다. 다만 공약 2개는 이미 시행되고 있던 정책을 공약으로 손질해 내놨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내 소상공인연구센터를 정책연구기관으로 분리하고 기능을 확충하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아예 이행하지 못했다.

    또 '교통결제, 온라인 쇼핑몰 결제 등 제로페이의 소비자 편의성 제고로 가맹점 대폭 확대(2024년까지 200만개 목표)' 공약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가맹점 수가 180만 개에 그쳐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2021년부터 매년 1조 5천억 원(7만 5천개)의 소상공인 보증공급 추가 확대' 공약 역시 2022년, 2023년 금융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1조 원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권가가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권가가 텅 비어있다. 김정록 기자
    시장·상점가·지하상가·상업지역 등을 하나로 묶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던 '구도심 상권르네상스 프로젝트 확대(2024년까지 50곳)' 공약도 올해까지 50곳에서 사업을 벌일 목표였지만 현재 39개 사업에 머물렀다.

    다만 중기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 2027년까지 50곳을 달성하기로 국정과제를 세웠다"며 "지금까지 늘어난 추세로 보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통합당은 애초 자영업자·소상공인 관련 공약을 단 2개만 내놓았다. 이 중 1개를 이행했지만, 나머지 1개는 성적이 시원찮다.

    당시 통합당은 '20년 넘은 간이과세 기준 현행 48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 공약을 냈지만, 8천만 원 인상에 그쳤다. 다만 오는 7월에는 간이과세 기준이 1억 400만 원으로 상향될 것으로 기대된다.

    '창업에 투자' 민주당 '세금 감면' 통합당…약속 지켰나?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창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와 관련된 공약을 대거 내놨다. 민주당은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 집중 육성' 공약을 내놨지만, 실제 참여기업은 연평균 200개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까지 기업가치 2조 원 이상 K-유니콘기업을 30개 육성하겠다'는 공약도 2022년 기준 유니콘 기업 22개사에 그쳤다.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당은 감세 관련 조세 공약을 주로 내놨다. '주식 등에 대한 할증평가제도 폐지', '현행 4단계 법인세 누진구조 2단계로 축소' 등 정책을 내놨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주식 할증평가제도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법인세 누진 구조도 4단계 그대로다.

    아울러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지원금 등 지출을 늘려 재정이 악화됐다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통합당은 '3가지 재정준칙(채무준칙, 수지준칙, 수입준칙) 도입', '채무한도 초과 시 잉여금 전부를 채무상환에 사용하도록 하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재정건전화계획 수립 의무화' 공약을 내놨지만, 결국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세수 결손 문제도 지적됐고 여러 가지 돈이 많이 드는 공약을 냈는데 '재원 조달은 어디서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답하기 곤란할 테니 (재정준칙 공약을) 넣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내놓는 여러 공약도 모두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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