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인사들을 권력 핵심부로 등용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가 17일 국민의힘 등 여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 내용은 윤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로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의원을,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기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 일각에선 '야당과의 협치'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소수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여권 인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사안(案)이며, 사실일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비판하는 측에선 거론된 인사들이 보수 정권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었던 만큼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사 시도"라는 지적과 함께 "실현될 경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동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이날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의원, 새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원장, 신설 정무특임장관에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일축한 것이다.
당사자인 김종민 공동대표는 CBS노컷뉴스에 "금시초문"이라며 완강히 부인했고, 양정철 전 원장도 주변에 "민주연구원장을 끝으로 정치에서 손을 뗐다. 무리한 보도 같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발 야권 인사 영입설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알고 있지 못한 보도 내용이고, 대통령실에서 검토한 바 없다는 사안을 가지고 당에서 굳이 논의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 절차에 착수한 것은 아닐지라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테이블에는 올랐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보수 정권과 대척점 섰던 사람들로 위기 국면 돌파 생각 자체가 모순"
국민의힘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용산 내 일부 참모진 사이에서 야권 인사를 강하게 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완전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라면서도 "마음 속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보수 진영에도 대통령이 포용해야 할 사람이 많은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권 재선 당선자는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각을 여럿 교체하는 중인데, 그러한 과정 자체도 굉장히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영입설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용산발 논란이 불거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 조차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내놨다. 권 의원은 "다행히 대통령실에서 위 인사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면서도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당내 목소리도 존재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김대중 대통령께서 IMF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나"라며 "무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국민의당에서 4차례 의원을 지낸 조배숙 비례대표 당선인도 YTN 라디오에서 "협치를 염두에 둔 검토가 아니겠나. 상당히 좋은 카드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야권 인사 등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정부·여당에게 협치는 보수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야권과 적극 소통하며 타협하는 과정이지 보수 색채를 완전히 빼는 의미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정권과 대척점에 섰던 사람들로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며 "이러한 사람들이 총리나 비서실장이 된다면 여당과 힘을 합쳐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할 리가 없는데,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더 이상 같이 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