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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김태형 "최순실, 딸 정유라 학대했다"

문화 일반

    심리학자 김태형 "최순실, 딸 정유라 학대했다"

    [기로에 선 한국 ①] '속물 엘리트' 부역자의 탄생…"내적 욕망에 부끄러움마저 상실"

    한국 사회는 어쩌다 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허락했을까요. 촛불항쟁으로 새 세상을 향한 열망이 불타오르는 지금, 심리학자 김태형(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을 만나 기로에 선 한국 사회를 진단했습니다. 그와 가진 심층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최순실, 딸 정유라 학대했다"
    ② "박근혜 탄생, 나치 히틀러와 닮았다"
    ③ "유력 대선주자들 심리 분석했더니 '선구자' 보인다"
    <끝>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오른쪽)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국가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발빠른 수습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 갈등을 조장하며 프레임 전환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한일 '위안부' 합의 강행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그 안에서 정작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뒷전이었다.

    이 정권은 왜 그토록 잔인한 행태를 고수했을까. 김태형 소장은 "근본적인 이유를 꼽자면 사람을 사랑하는 심리가 없는 탓"이라고 진단했다.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입니다. (이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없어요. 예를 들어 비선실세 최순실이 자기 딸 정유라를 사랑했는지 분석했을 때, 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최순실은 정유라를 명문대에 부정입학시키는 식으로, 자기 과시를 위한 도구로 딸을 활용했어요. 널리 알려진 대로 정유라가 엄마 최순실에게 불량한 태도를 보인 이유 역시 도구로 육성됐기 때문이죠. 평소 부모에게 사랑 받고 자라 온 자녀는 그렇게 못합니다. 최순실은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딸을 학대했어요."

    김 소장의 표현을 빌리면 "최순실은 자기 자식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지금 한국 사회 상류층에 집중 포진해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사람을 사랑할 능력을 갖지 못한 이들이 권력을 거머쥔 겁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자기 보호, 자기 욕망의 충족에 머물러요. 무의식적인 욕망에 목매달면서 '나라를 팔아서라도 일신의 부귀영화를 추구하면 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죠. 쉽게 말해, 일단 자기들 살 길만 열리면 내일 나라가 망해도 관심 없다는 심리예요."

    ◇ "자기 욕망 실현 집중 '각자도생 시대'…엘리트들 부역 가능성 커져"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사진=이진욱 기자)

     

    우리는 지난달 초 막을 내린,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이들의 면면을 기억한다. 김기춘·우병우·조윤선 등 박근혜 정권 최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교수·의사처럼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들이 청문회장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 부역자들의 죄를 묻기 위해 열렸던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을 떠올린 이들도 있을 법하다. 김 소장은 "국정농단 청문회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며 말을 이었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은 이미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진, 전쟁에서 승패가 갈린 상태에서 이뤄진 재판이었어요. 반면 최근 국정농단 청문회는 아직도 자기들에게 힘이 있다고 믿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겁니다. 그러니 임하는 자들의 심리가 달라요. 전범 재판의 경우 스스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죄가 없다' '시키는 대로 했다'고 자기 변명에 주력할 수밖에 없죠. '나도 그렇게까지 나쁜 인간은 아니'라며 자기 합리화도 시도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국정농단 청문회에 임했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죄를 피하고, 거짓말로 버티면서 정세를 역전시킬 기회를 노렸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욱 뻔뻔하게 나갔던 거죠."

    김 소장은 그러면서도 나치 부역자들과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잇는 공통 분모로 속물 근성에 뿌리를 둔 '내적 욕망'을 꼽았다.

    "나치 독일 사회에서 부역자들은 일반 개인과 달리 봐야 합니다. 일반 개인의 경우 병사로 강제 동원돼 총을 들었다면, 부역자들은 '출세하고 싶다' '재물을 모으고 싶다'는 본인들의 내적 욕망에 따라 오히려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치에 협력했으니까요. 따라서 상층의 부역자들은 공범입니다. 한국 사회 주류 엘리트들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승한 뒤로 (제각기 살아낼 방도를 꾀하는) '각자도생 시대'가 열리면서 공동체 의식이 거의 사라졌어요. 저는 현재 공직자든 누구든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지닌 이들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악영향으로 각자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냐, 성공하고 출세하느냐에 관심사가 집중된 탓이죠."

    그는 "개인 사이 경쟁을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파편화 되면 개인의 욕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속물 엘리트'가 성장할 든든한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의 욕망이 있더라도, 공동체의 목표가 있으니 자기 절제가 됩니다. '그래도 나는 공직자인데…' '그래도 나는 학자인데…'라는 전제가 달리는 거죠.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직업적 프라이드가 축소되면서 '얼마나 돈 잘 버냐'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갑니다. 그렇게 개인적 욕망, 특히 돈에 대한 욕망이 인간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고, 그러면서 엘리트들이 체제에 적극적으로 부역할 여지가 커졌죠. 자기 욕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권력에 빌붙는 것을 부끄럽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거예요."

    ◇ "파시즘, 한국 사회 모든 영역 지배…'무저항' '무권리' 가르쳐 온 대가"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9차 촛불집회에 광화문구치소가 설치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 소장은 한국 사회를 두고 "여전히 파시즘 문화, 군사 문화가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곳"이라며 "엘리트라고 해서 이러한 문화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제가 속한 학계를 예로 들어 보죠. 학계는 결코 민주적인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단히 권위적이고 획일적이에요. 교수에게 반대 의견을 내세우면 결코 안 됩니다. 질문했다고 따귀 맞은 석·박사들 얘기도 있으니 말 다했죠. 그게 일상입니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평적인 관계에 바탕을 둔 토론이 반드시 필요한데, 학계마저 권위적인 풍토에 물들어 있어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죠. 혹자는 한국 기업에 대해 '조폭 문화가 지배한다'고도 했잖아요. 공감합니다. 그러니 공무원 사회는 오죽하겠습니까."

    같은 맥락에서 한국 관료 사회는, 김 소장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변태적"이다.

    "관료주의의 본질은 보신주의예요. 심리적으로 무리한 짓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그것을 넘어섭니다. 일제 군대식으로 상명하복과 일방적인 권위의 지배가 횡횡하는 거죠. 우리 사회에서 어디 팀장이라고 하면 사실상 독재자예요. 좋은 사람이 팀장일 경우는 덜한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완전히 깡패가 됩니다. 소위 '장'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시스템이 공고히 자리잡은 탓이죠. 이는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외국을 보면 내부고발자를 칭찬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설자리를 잃게 되잖아요."

    이렇듯 권위주의가 득세하게 된 데는 "한국 사회가 '무저항'과 '무권리'를 가르쳐 온 탓"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자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너만 손해다"라는 말이 그 방증이다. "권위주의에 물든 엘리트가 득세하게 된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소장의 지론이다.

    "엘리트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종북몰이'가 설자리는 없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사상 탄압이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이러면 안 된다'며 스스로 먼저 저항할 테니까요. 윗사람에게 덤비면 '빨갱이' 소리 듣는 풍토에서는 엘리트가 돼 봤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어요."

    심리학자로서 김 소장이 '사회 건강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사회 시스템이 권위적이고 건강하지 않다면 부역자를 구하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비뚤어진 체제나 정권에 협력할 사람은 당연히 줄어들겠죠. 우리 사회가 비교적 건강했다면 부역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죠. 결국 한국 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정의 실현'에 있다고 봅니다. 사회 정의가 실현되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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