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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전설 재현할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일반인이 참가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고 올 여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18:9 와이드 스크린이 가능한 4K UHD 지원, 기존 클래식 캠페인 게임모드 연동·호환, 한글패치 대신 정식 한국어 지원(13개국어), 음향 성능 향상으로 생생한 전투 몰입감을 느낄수 있게 된다 게임 플레이 방식과 종족간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한다. 기존 오리지널 버전과 완벽히 연동되고 배틀넷 계정 기록도 유지된다.

    과연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을 재현할 수 있을까.

     


    ◇ 'e스포츠 종주국' 한국 게임 전성기를 가른 스타크래프트

    블리자드가 1998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는 첫해 150만장이 팔려나갔고 전체 누적 판매량의 거의 절반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해적판을 포함하면 10배인 1억장에 이를 것이라는 비공식 보고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한국 발매가 시작되자 PC방의 90%는 스타크래프트가 돌아가고 있었다. IMF의 혹한기가 덮쳤던 그때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학비가 부족한 대학생들은 먹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군대에 너도나도 입대했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벤처 붐이 붕괴하는 듯 싶었더니 관련 정보통신 기술과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고 '게임하면 머리 나빠지고 공부 못한다'는 편견은 직업 프로게이머의 등장과 함께 암울했던 산업계 전반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PC방 자생조직이었던 게임대회는 글로벌 e스포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가 두 번이나 갈아엎고 삼고초려 끝에 만든 산물이다. 이미 워크래프트, 월드워크래프트, 디아블로의 연쇄 성공으로 입지를 다진 블리자드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투영해 만든 게임으로 오히려 글로벌 흥행은 잘 모르는 동방의 작은나라, 남북이 갈라진 휴전국가, IMF로 모라토리엄이 우려되는 신흥국가에서 촉발됐다. 전 세계 e스포츠의 탄생과 시장을 만들어낸 한국 게이머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자부심이 커졌고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흥행을 견인하며 입지를 다져주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배가 아팠다. 게임과 e스포츠의 만남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로열티 정책을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더이상의 수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어디나 해적판이 돌아다녔고 이미 e스포츠 시장의 중계권이나 대회 운영권 등에 대한 로열티는 법적으로 청구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결국 10년 만에 스타크래프트2를 내놨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기존 게임과 차별화가 크지 않은데다 강력한 로열티 정책으로 스타크래프트 시장을 독식하려던 계획은 오히려 게이머들의 반발과 한국의 e스포츠 관련 방송사, 협회 등과의 중계권 갈등으로 크게 위축됐다. 한국도 타격이 컸다. 다른 연관 게임으로 확장해나가던 e스포츠 산업은 여전히 스타크래프트 의존도가 컸고 결국 미국의 'ESL'이나 유럽 'IEM 카토비체' 등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여전히 e스포츠 하면 한국을 떠올리지만 현재는 'e스포츠 종주국' 타이틀만 남았다.

     


    ◇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의미

    블리자드는 출시 20년(만 19년)을 기념해 스타크래프트 팬들을 위한 리마스터 버전을 내놨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명작 그대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HD 버전으로 게임 성능을 리마스터링하는 수준이다. 이는 일종의 복고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외에도 오리지널 버전의 리마스터 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크래프트는 다른 대작 게임들에게 그 자리를 내준지 이미 오래지만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트릭스의 국내 PC방 게임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6일 현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30.42%)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24.24%)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3.35%)는 6위다. 뒤로는 '블레이드&소울, 리니지, 워크래프트3, 뮤레전드 순이다. 20년이 다된 전설의 게임이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공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는 기자회견에서 "스타크래프트는 항상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며 "블리자드 임원들은 한국 게이머들의 큰 사랑에 늘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가 지금과 같은 e스포츠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는 오직 e스포츠의 메카인 한국이기에 가능했다"며 한껏 추켜 세웠다.

    리마스터 출시 소식에 X세대로 불리는 40~50대의 관심은 뜨겁다. 당시 당구장보다 PC방을 찾은 이들이 늘면서 PC방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10명 중 8~9명은 스타크래프트를 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블리자드 신화와 게임 강국 한국을 만들어준 한류의 시작이기도 했다.

    ◇ PC·콘솔·모바일로 보폭 확대하는 블리자드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블리자드는 중국 텐센트(100억2100만달러), 소니(78억3700만달러)에 이어 66억700만달러로 글로벌 PC 게임 업체 3위에 올랐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오버워치의 흥행이 뒷받침 해준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하며 시장 재편 움직임까지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블리자드는 모바일 게임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슈퍼데이터리서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2016년 전세계 매출에서 406억 달러를 기록하여 2015년에 비해 18% 성장했다고 밝혔다. 뉴주(Newzoo)도 모바일 게임 매출이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7%를 차지하다며 디지털 및 물리적 PC·콘솔 게임 판매가 결합되어 게임 산업의 매출 대부분을 통제하지만, 모바일이 두 자릿수로 계속 증가하면서 5% 미만에 머물고 있는 PC 및 콘솔 매출을 앞도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블리자드 지주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는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시, 버블 위치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King Digital Entertainment)를 59억 달러에 인수했다. 흥행 게임에 힘입어 블리자드는 연간 현금 흐름을 2015년 12억달러에서 2016년 22억달러까지 늘렸다. 액티비전(Activision)은 콜오브듀티와 같은 PC·콘솔 프랜차이즈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는 등 모바일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 방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다시 e스포츠와 접목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미 국내 게임 방송사, 협회와 스타크래프트2로 한 차례 갈등이 불거진 이후 블리자들의 게임 퍼블리싱과 마케팅 전략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이 크게 기울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이 e스포츠의 중심 축으로 도약할지는 미지수"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복고풍이 세게 부는 특성이 있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링도 큰 비용의 투자 없이 할 수 있어 마케팅 차원에서 내놓은 것으로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스타크래프트2 흥행이 크지 않고 한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PC 게임세대가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는 만큼 주류 게임시장의 영향력을 재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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