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산업단지 건설 현장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이동 중이던 16t급 지게차에 치였습니다. 지게차에 깔린 A씨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앞서 5월 26일에는 쌍용C&B 공장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장창우씨가 컨테이너 문을 열다 300kg이 넘는 파지 더미에 깔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흘 뒤 30일에는 울산 울주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던 40대와 30대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죠.
20대 청년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이선호씨입니다. 지난 4월 22일 작업을 하는 이씨 위로 300kg 컨테이너 지지대가 쓰러졌습니다.
이처럼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산업재해 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습니다. 재해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어나 2만 7841명으로 집계됐고 사망자수도 2.1% 늘어 574명에 달했습니다.
기간을 늘려보면 지난해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은 총 2062명에 달합니다. 질병사망자 수는 1180명으로, 사고사망자 수는 88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10년간 사고사망자 수는 2011년 1129명에서 2019년 855명으로, 1천명대에서 800명대로 줄어들었는데요. 하지만 2020년에 882명으로 2019년 보다 3.2% 다시 늘어났습니다.
사고연령대는 고연령층이 많았습니다. 50대가 292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73명에 달했습니다. 70대 이상도 74명이나 집계됐습니다. 50대 이상 사망자가 72%를 차지했습니다.
사고유형별로는 떨어지는 노동자가 37.2%인 32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끼임 사고는 98명, 부딪힌 사고는 72명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인~49인의 사업장에서 402명의 노동자가 숨을 거뒀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선 312명에 달했죠. 작업 도중 세상을 떠난 노동자의 80% 이상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중대재해 책임이 있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이른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인데요.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돼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9일에 열린 故이선호씨 49재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과 동시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로 숨진 고 이선호씨의 49재가 열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여기에 비정규직 비율과 산재 발생률은 비례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발표한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이 커질수록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연구는 격년으로 국내 30인 이상 기업 중 표본을 추출해 사업장 고용형태나 인력관리, 복지 등을 추적 조사한 통계 자료를 분석해 진행된 것인데요.
기업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비율이 1% 증가하면 1인당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0.7%로 늘어난다는 분석입니다. 이를 근거로 김 전문위원은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실증적인 근거"라고 진단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노동계는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책임자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9일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케할 정도로 지난 5월에만 77명의 노동자가 출근 후 퇴근하지 못했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이 함께하는 비상대응팀을 신설·가동하자고 정부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밖에 △중대재해사업장(원청) 사업자 구속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노동자 작업중지권 즉각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비상조치 등을 담은 요구안이 청와대에 전달됐습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안경덕 장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유사 산재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 관리를 못 하면 사업도 할 수 없다'는 기조로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인데요. 올해 산업안전보건법 양형 기준 수정으로 권고 형량 범위도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무사히' 퇴근하는지 잊지 말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