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직폭력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타투(문신)는 이미 개성의 영역으로 인식된 지 오래입니다. 길거리에선 타투 소비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타투업계 종사자들은 현실과 법의 괴리를 지적합니다.
타투는 아직 '불법' 딱지를 떼지 못했습니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이 눈썹과 속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타투 인구는 오히려 증가추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문신용 염료 안전관리 방안 포럼'에서 문신 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타투 경험자는 300만명, 눈썹·입술 등 반영구문신 경험자는 1천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한국타투협회는 매년 시술받는 사람이 100만 명씩 늘고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30여 년 전 대법원 판결로 국내에선 의사 면허 없이 타투를 시술하는 게 여전히 '불법' 이지만, 반영구 화장을 포함한 타투 경험자는 인구 4명중 1명꼴이란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의사에게 타투 시술을 받은 것일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복지부)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 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를 보면, 타투 경험자 171명 중 1명(0.6%)만이 의사에게 시술 받았습니다. 나머지 경험자들은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전문샵(66.3%), 미용 시설(24.3%), 오피스텔(6.6%) 등에서 시술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불법이지만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를 시술 받은 인구가 절대 다수인 것입니다.
현행법상 '불법 시술'이 압도적이지만 타투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 배경엔 타투 무경험자들의 인식 개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타투 무경험자들을 조사한 결과 타투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타투 무경험자 829명을 조사해 보니 남성은 22.9%, 여성은 27.4%가 향후 타투 시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10대 중 47.2%가 타투 시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8년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타투 인식 관련 조사'에서도 응답자 70.9%가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중 52.9%는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청년층에서 거부감이 낮은 만큼 타투 시술 경험도 많았습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별·연령·지역별 인구비례를 따져 조사해 보니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6.9%, 25.5%가 타투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타투 시술 유경험자의 시술 평균 횟수는 2.25회였고, 유경험자 중 최근 1년 이내에 시술을 받은 비율은 40%가 넘었습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투이스트는 약 2만 명인데 이들의 시술 건수는 한해 약 50만 건에 육박하며 반영구 눈썹 시술 등을 포함하면 650만 건 수준입니다.
타투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한국타투협회가 밝힌 연간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약 1조 2천억 원입니다. 이중 반영구 화장(입술, 눈썹 시술) 규모는 1조 원, 타투는 약 2천억 원에 달합니다.
정치권에서도 '문신사(타투이스트)'를 직업으로 인정해 법의 규제 안에 두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 타투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의사가 아니어도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제정안은 복지부 장관의 문신사 면허를 받은 사람만이 문신 행위와 문신업소 개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업무를 하는 경우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처벌하는데 타투이스트가 되려면 의사가 먼저 돼야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박 의원은 "국회만 해도 많은 의원들이 눈썹 문신을 받았다. 타투가 부수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버젓한 전문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도 지난 3월 눈썹, 아이라인 등 화장 문신을 허용하자는 내용의 국회에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11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도 국회 복지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투업법은 타투이스트의 면허와 업무 범위, 타투업자의 위생관리 의무,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규정함으로써 타투업을 합법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류 의원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타투'는 아직도 불법"이라며 "30년 전 대법관들의 닫힌 사고방식은 2021년 대한민국의 기준이 되기에 너무 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에 타투업 합법화를 놓고 비판적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문신시술은 침을 이용해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을 통해 색소를 주입함으로써 피부가 가지는 일차적인 기능 중 하나인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방어 기능'을 파괴한다"며 타투 합법화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법원이 다수의 판결에서 '문신시술'은 신체침습적 행위로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오는 의료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 중 55.2%가 타투 시술을 후회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과거부터 국회의 문을 두드렸던 타투 합법화 법안은 이러한 의사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7차례의 유사 헌법소원을 각하·기각했습니다.
국내 타투업계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더 이상 '불법'이 되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의료인이 아닌데 타투 시술을 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2019년 12월 초순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타투샵에서 고객으로 방문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습니다.
김 회장 측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타투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근거가 되는 의료법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김 회장 측 변호인은 "의료적 목적이 없는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문신 시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직업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제청 신청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