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명 '대포차'인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한 중고차 거래사이트에 올라온 BMW 520D M패키지 차량은 2018년식에 주행거리 2만 5천km로 정상적인 중고가는 4천만~5천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지만, '단돈' 850만 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수억 원대 포르쉐도 1800만 원이면 구할 수 있는 까닭, 바로 '대포차'이기 때문입니다.
불법 유통되는 대포차, 모르면 당한다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2400만대를 넘어선 지금, 여전히 대포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대포차는 정상적인 명의 이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 거래되는 차량입니다. 큰 범주로는 차량 명의자와 운행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운전자의 신분을 알 수 없는 대포차는 범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찾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고차보다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인 데다가 각종 세금과 과태료, 보험 등 차량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포차는 대부분
개인렌트, 전세렌트, 개인채권, 개인채무, 법인채권, 말소 등 다양한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개인간 채무로 차량을 담보 받아 왔으니 일정 기간동안 전세 형식으로 차를 빌려주겠다"라는 방식으로 속이기도 하고, "법인 담보로 차량을 가져왔다", "서류를 모두 구비했다", "차량 소유주와 통화 가능하다" 등 불법이 아닌 척 소비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포차가 위험한 이유는 불법 유통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절도와 같은 방법으로 차를 훔쳐서 판매한 뒤 차량을 다시 훔쳐갈 수도 있고, 차량 명의자가 나타나 차량을 회수할 경우 법적인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을 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무고한 시민이 대포차에 사고나 범죄를 당할 경우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어 피해자는 보상받기도 어렵습니다.
검색만 해도 나오는 중개 사이트까지?
음지에만 숨어있던 대포차가 최근 들어 자동차 중개 사이트에 등장하는 등 속속 양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도 대포차를 판매한다는 중개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같은 중개 사이트에는 허위매물을 의심할 정도로 저렴한 차량을 "전세 또는 렌트라서 원금을 보장한다"고 광고하지만, 대포차 판매자가 원금을 돌려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에서 판매자에 연락을 취해 차량 구매 의사를 표하자 "그런 차량 없다"는 말과 동시에 "나이가 몇살이냐", "직업이 뭐냐"는 식으로 개인 신상부터 확인하는 등 중고차 판매와는 관련 없는 질문만 계속됐습니다. 취재진이 답변하지 않자 연락을 끊으며 단속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처럼 구매자의 개인 신상 정보를 파악해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방식으로 차량이 판매되고 있어 일반적으로는 구매까지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접근이 쉬운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저렴한 매물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해 주의가 요구됩니다.
간단히 만드는 대포차, 적발은 어렵다
불법으로 만들어지는 대포차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차량을 절도 후 대포차로 파는 방법이지만, 차주가 운행정지를 신청할 경우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 자주 발견되진 않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차량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회 초년생에 접근해 대출로 차량 구매를 알선한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차를 가져와 대포차로 파는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파산한 법인 차량을 명의 이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포차로 판매하는 등 수많은 방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포차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 17일 제주에서 주차된 차와 충돌한 뒤 도주했다가 한 달여 만에 체포된 A씨의 사례만 봐도 5년간 대포차를 몰고 다녔지만 사고를 내기 전까지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경찰이 대포차를 단속하더라도 지자체에 인계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상 지자체가 번호판을 영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에는 몇 개월전 잃어버린 차를 차주가 발견해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그냥 돌려보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추정만 할 뿐, 근절은 언제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불법 유통된 대포차는 4만 2424대로 대포차 불법 유통이 심각한 상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년 각 지자체와 기관은 대포차를 근절하기 위해 일제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습체납차량 및 대포차 일제단속을 벌였던 서울시는 대포차로 추정되는 차량 4만 3천여대를 파악했고, 감사원은 외국인 명의 차량 20만여대 중 1만 338대가 대포차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추정치일 뿐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적발하지 못한 차량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틈타 100억대 대포차 유통사기를 벌인 일당이 나타나는 등 범죄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포차로 검거된 인원의 불과 0.2% 정도만 구속될 정도로 처벌은 미약한 실정입니다.
법의 허점을 노려 여전히 피해자를 양성하는 대포차 근절을 위한 새로운 단속 시스템, 법적인 처벌 강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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