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최악 적자난 맞은 한전…민간 발전은 흑자?

올해 1분기 한국전력공사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반면, 민간 발전사는 역대급 발전량에 큰 이익을 챙겼습니다.
 
민간 발전사가 기록적인 흑자를 기록한 까닭은 뭘까요. 한전에 판매하는 SMP(전력도매가격)가 급등했고, 전력시장 점유율도 이전에 비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PSIS(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지분을 100% 보유한 6개 발전 공기업으로도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음에도, 민간 발전사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커지는 한전 적자…이유는?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 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기세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한전이 이렇듯 거대한 규모의 적자를 낸 원인은 발전회사의 전기를 200원에 구매한 뒤 반값인 100원에 판매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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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EPSIS에 따르면 지난 4월 한전이 구매한 전력의 1kWh당 평균가는 202.11원으로 한전이 공급하는 주택용 전기 판매단가 109.16원보다 두 배가량 높습니다.
 
도매 가격보다 소매 가격인 주택용 전기가 저렴해진 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물류난 등 여러 사건들로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SMP는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변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정해져 있어 연료비가 증가해도 비례해서 올라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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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MP는 발전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주택용 전기가격은 큰 변동없이 꾸준히 1kWh당 1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급증한 연료비를 한전이 모두 떠안는 신세가 되어 거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싸게 사오는 전기…탈원전 탓?

한전에 따르면 전력은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다르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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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렴한 발전은 원자력으로 1kWh당 59.38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비싼 발전인 유류는 276.48원으로 원자력에 비해 4.6배가량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합니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하기 전에도 다른 발전원보다 원자력 발전이 저렴했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여론은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줄어들어 비싼 연료인 유류, LNG 발전 등이 늘어나 한전 적자가 커진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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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전이 발표하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전력판매량은 2002년 1월부터 꾸준히 증가해, 매년 13만GWh에서 15만GWh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전 적자의 이유로 원전을 지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줄어드는 공기업 발전…민간 점유율 32% 돌파

한전이 발표한 전력통계월보 제521호에 따르면 6개 발전 공기업의 발전 설비 용량은 8만 1269MW로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인 8만 1158MW를 충족시킬 양입니다.
 
수치상으로는 6개 공기업의 설비 용량만으로도 가장 수요가 많은 여름철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점검이나 고장 등으로 발전이 불가능한 감발전력을 제외하면 공급능력이 감소해 부족한 전력만큼 민간 발전사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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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양성된 민간 발전은 2012년 이후 매년 필요한 전력의 10~20%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민간 발전사의 전기 판매 비중은 점차 커져 지난 4월 기준 전체 전력 거래량의 32.24%, 거래 금액의 46.08%를 차지하며 발전 공기업에 버금가는 양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발전 공기업의 전기 판매 비중에 따라 이윤이 민간 발전사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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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옮겨지는 구조를 확인해보면 한전이 구매하는 전력의 발전사에 따라 한전 전체의 손익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전이 발전 공기업에서만 전기를 구매했을 경우 한전은 주택용, 산업용 등 소매 판매로 6천원의 손실을 입지만, 발전 공기업이 2천원의 이윤을 봐 손실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했을 경우 2천원의 이윤을 민간이 가져가기 때문에 한전의 손실 규모는 6천원으로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민간 전기 구매량이 늘어나는 현재의 상황은 한전 적자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간 발전 역대급 이익에도…공공재 책임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 일부개정안을 이번달 13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했습니다.
전기요금보다 높아진 SMP에 상한선을 정해 한전의 적자 폭을 줄이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에 대해 민간 발전사는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발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고 한전 적자를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민간 발전사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전체 영업이익을 웃도는 등 전력거래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전력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 만큼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전기에 대한 책임도 나눠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용, 산업용 등의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전력시장 가격에만 정부가 개입한다는 이번 일부개정안에 대해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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