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래 SNS 캡처 "제가 투병하는 동안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웹툰작가 안나래 씨가 남편의 외도를 폭로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저 이혼합니다"라며 "앞으로 혼자 살게 됐고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이 무너졌습니다"고 전했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21년 암투병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SNS를 통해 회복 과정을 공개하며 독자와의 소통을 이어갔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YTN 뉴스 캡처 이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재조명 받는 통계가 있습니다. 2014년 YTN이 보도한 암환자의 배우자 간병 비율인데요. 배우자의 돌봄을 받는 여성 암환자는 27.5%, 남성 암환자는 93.7%로 성별에 따른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 가족 내 간병지형도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남편·아들 소용 없다…병수발은 아내와 딸이 든다
2019년에도 배우자의 돌봄을 받는 남성 암환자가 더 많았습니다. 삼성병원과 국립암센터 등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암환자 86.1%가 아내에게, 여성 암환자 36.1%가 남편에게 신체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남성 암환자의 대부분이 배우자의 직접적인 케어를 받는 반면 여성 암환자들은 스스로를 간병(12%)하거나 딸(19.6%)의 도움을 받는 비율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지원에서도 반전은 없었습니다. 남성 암환자는 아내(34.2%)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고 여성 암환자는 아들(40.5%)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집계에서는 딸의 존재가 두드러졌습니다. 아들 낳아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간병에서는 맞는 말이 된 것입니다. 2021년 공단에 등록된 가족요양보호사 9만 4520명 중 딸이 40.6%로 가장 많았고 아내 28.5%와 며느리가 15%가 뒤이었습니다. 아들(5.1%)과 남편(6%)은 한자리 수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간병의 주체며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통념이 성별에 따른 기울어진 돌봄 부담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간병비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금전적인 부담 탓에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간병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저소득 비율이 높은 여성이 전담자가 되는 것입니다.
월평균 간병비 375만 원…차라리 내 손으로 돌본다
#28세 A 씨의 하루는 오전 6시 간이침대에서 시작됩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간밤 아버지의 컨디션을 물은 후 부축해 새벽 검사에 동행하죠. 이후 식사와 산책을 돕고 오후 진료 전까지 잔심부름을 합니다.
좁은 잠자리보다 괴로운 것은 '돈'입니다. 무턱대고 돌봄휴가를 쓸 수 없어 간병인을 쓰기도 했지만 하루 12만~13만 원은 부담됐습니다. 간병비를 아끼느냐 생활비를 버느냐, 계산기를 두드려본 A 씨는 일주일 만에 간병을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사적간병인 고용시 월평균 부담액을 280만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임금상승률을 단순 대입하면 2023년 기준 375만 원으로 A씨가 토로한 액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족 내 직접 간병할 사람이 없다면 1년에 45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간병비에만 쏟아부어야 하는 것입니다.
'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A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높은 간병비에 울며 겨자먹기로 간병실직을 하거나 비급여인 간병비를 견디다 못해 간병파산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간병이 가족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죠.
경제적·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간병살인' 비극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탐사보도팀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 사이에만 무려 213명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일어났습니다.
한 해에 16.4명,
한 달에 1.4명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해마다 비슷한 죽음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실태파악과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이례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38년 간 돌봐온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엄마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은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간병의 구조적인 문제와 국가의 책임을 짚었습니다.
내 간병 누가 해주지?…"국가와 가정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더 이상 간병이 가족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며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5.4%가 "간병비를 국가와 가족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90.3%가 간병비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97%가 입을 모아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尹대통령의 대선공약, 간병비 급여화는 언제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였던 2021년 10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앞세운 요양·간병 공약을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그는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모님 간병비 부담과 간병 서비스 질적 수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며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죠.
당선 후, 요양병원 특성에 맞는 간병서비스 모델 마련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지만 진전이 없던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월 전담조직인 '요양병원간병급여추진부'를 보건의료자원실 산하에 신설하며 첫 발을 뗐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될 경우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돼 연간 1800만~2300만 원에 달하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380만~830만 원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이는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요양원의 1/3~1/2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단 기간 내 도입은 쉽지 않다"며 타 제도의 근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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