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래 20년…한국 농업, 산업化 시계는 빨라진다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②]

편집자 주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국제적인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농업·농촌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FTA 체제 20년 동안 한국 농업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FTA 관련 이슈들을 종합 분석한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를 7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경상남도 제공경상남도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②FTA 미래 20년…한국 농업, 산업化 시계는 빨라진다
(계속)
한국의 첫 자유무역협정(FTA)인 한국·칠레 FTA가 체결 20년을 맞이했다. 초창기 값싼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농축산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계의 자생노력 덕분에 한국 농축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FTA 체결 이후 국내 농식품 산업의 발전이 가파르다. 특히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2021년 처음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121억 4천만 달러로 이 중 농림축산식품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91억 6천만 달러로 8년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등 위기로 국가산업 전체 수출이 7.5% 감소한 가운데 달성한 성과라 의미가 크다. 정부와 업계가 한마음으로 농식품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과 농가의 노력이 겹치면서 축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우와 돼지 등 주요 가축의 품질 향상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가축개량, 축산물이력제, 축사시설현대화 등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또 가축개량을 위해서 혈통등록, 유전능력평가 등을 통해 우수한 개체를 선발해 품종을 개량하고 있다. 올해에만 한우·젖소·종돈 개량에 475억 원(한우 개량 341억 원, 젖소 개량 112억 원, 종돈 개량 17억 원 등)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 결과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10년 전보다 13%p 이상 높아진 74.6%에 달했고, 돼지도 1등급 이상 출현율이 67.5%에 이르렀다.
충북대 축산학과 최정석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육질향상을 위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이를 적극 적용해 온 농가의 노력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축산 모델을 적용한 젖소 농장. 연합뉴스스마트축산 모델을 적용한 젖소 농장. 연합뉴스
정부는 또 환경보호와 생산성 증대를 위해 축사현대화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신축·개보수, 방역·분뇨처리시설 등 총사업비의 80%를 저금리로 융자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가축 전염병이 줄고, 빅데이터 활용 등 스마트 축산 기반도 갖췄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축사시설 현대화를 통해 작업환경이 깨끗해져 가축 전염병이 줄어들고,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를 기반한 축산활동으로 도움이 된다"며 "모든 부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들도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 축산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올해 축사시설 현대화 및 ICT 융복합 사업에 253억 원을 투자했다. 스마트 축산을 도입하는 한편 악취 없는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에도 힘썼다. 전라남도 역시 2024년까지 총 167억 원을 1~2%의 저리로 융자해 환경친화 축사시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쾌적한 축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도 스마트축산화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축산화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ICT 장비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악취와 탄소 저감·질병 예방 등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선도 청년 축산농 51명을 청년 서포터즈로 선발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아울러 축산물이력제 운영으로 축산물 안전성과 투명성도 한층 높였다. 축산물이력제는 가축의 출생에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관리해 축산물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다.
정부는 축산물이력제 운영을 위해 식육업체와 계란 유통업체에 이력번호 표시장비를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 스마트 축산 등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구입한 축산물의 생산·유통과정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면서 환경문제 해결과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축산 현장의 스마트화를 통해 질병 예방, 악취·탄소 저감 등 환경개선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농식품업계의 노력도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우와 한돈 등 축산물의 경우 구제역 발생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2023년에는 62.2톤, 348만 6천 달러어치가 수출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축산물이력제. 전라남도 제공축산물이력제. 전라남도 제공
업계는 고급화를 통해 세계 최고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 교수는 "한우의 고급화를 해외와 비교해 봤을 때 외국에 비해 뛰어난 점들이 있다"며 "한우의 장점을 잘 알리면 앵거스나 와규에 견줄 만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도와드린다는 김한결 청년농(순천대 농업경제학과 학생)도 "FTA 이후 사료 가격이 저렴해져 경영에 도움이 됐다"며 "한우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한우 농가들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도 FTA를 발판 삼아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할랄식품 MOU'를 체결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처음 한우를 수출하는 등 아세안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라남도 제공전라남도 제공
원예농산물 분야에도 기술 혁신을 기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마늘, 양파, 토마토 등 주요 원예작물에 ICT 기술과 융합된 스마트팜이 속속 도입돼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된 환경관리와 병해충 예방 등을 통해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친화적 재배를 가능케 해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기술 발전으로 경쟁력이 높아지자 수출기업들의 활동도 한층 활발해졌다.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 박영준 교수는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작물을 빠르게 재배할 수 있고, 작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스마트팜에 최적화된 작물의 경우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스마트팜 관련 수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2억 9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새로운 수출 유망산업으로 부상했다. 작년 마늘 수출량도 499톤으로 전년 대비 139% 늘어난 2.39배에 달했다.
토마토 역시 최근 10년간 연평균 3% 증가세를 보였고, 토마토 가공품인 케첩 수출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7%씩 늘어났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향후 토마토 재배면적도 스마트팜 보급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생산성 제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팜 확대에 대해 박영준 교수는 "스마트팜은 초기비용이 아무래도 다른 시설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편"이라면서도 "외부 노지에서 키우던 작물을 스마트팜으로 들어오면 수확 주기가 짧아져 생산성이 향상돼 농가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업계 모두 농식품 수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업계와 정부가 2024년에도 수출 확대를 위해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스마트팜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FTA 체제 속에서 한국 농축산업은 기술 개발과 자본 투자를 통해 더욱 산업화할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들도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세포배양식품 등 푸드테크 분야에는 전용 펀드를 조성해 혁신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농축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지속되면서 한우, 마늘, 토마토 등 품질 높은 농식품의 수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앞으로 수출 확대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FTA 20년의 성과를 발판 삼아 기술 혁신과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농축산업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농가와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새로운 농업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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