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성의 눈동자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코스모스토리]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매달 소개합니다.

1. 가시광선과 적외선으로 바라본 직녀성의 모습은 마치 눈동자 같았습니다.
2. 밤하늘의 인기 자리 카시오페아, 그 안의 초신성의 흔적과 빛의 메아리를 관측했습니다.
3. 우리은하의 이웃 안드로메다를 10년 동안 관측한 결과를 합친 모자이크 파노라마 결과물이 완성됐습니다.

직녀성의 눈동자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의 결과물을 합성한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슐러 울프(애리조나 대학교),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의 결과물을 합성한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슐러 울프(애리조나 대학교),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
인류가 나침반을 사용하기 전, 우리의 선조는 어두운 밤 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중 기준이 되는 북극성은 지구의 자전축과 비슷해 하늘에 고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지금도 밤하늘의 길잡이는 북극성입니다.
1년 동안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면서 365바퀴를 자전하는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 있습니다. 자전할수록 미세하게 회전축이 변하는 '세차 운동'을 하게 됩니다. 지구의 세차 운동은 2만 5800년 주기로 진행합니다. 따라서 밤하늘에 고정되는 북극성은 약 1만 2900년을 주기로 작은곰자리의 폴라리스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VEGA)이 서로 바뀌게 됩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구와 수백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 바라보는 지금, 인류는 향후 지구 밤하늘의  기준이 될 신비로운 천체 직녀성(VEGA)을 바라봤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각각 가시광선과 적외선 파장으로 직녀성과 그 주변에 펼쳐진 먼지 원반을 관측했고 결과물이 지난 11월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먼저 허블의 관측 결과물은 직녀성이 내뿜는 빛에 반사된 먼지 원반이 마치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먼지 원반의 너비는 무려 1천억 마일(약 1600억km)에 달하는데요. 직녀성에서 내뿜는 별빛의 압력으로 먼지 입자들의 크기에 따라 밀려나는 분포가 달라지면서 이러한 모양이 됐습니다.
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오른쪽)과 허블우주망원경의 결과물. NASA, ESA, CSA, STScI, 슐러 울프(애리조나 대학교),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오른쪽)과 허블우주망원경의 결과물. NASA, ESA, CSA, STScI, 슐러 울프(애리조나 대학교),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
직녀성의 원반이 상당수의 다른 성간 원반과 다른 점은 항성 주변에 이를 공전하는 행성이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행성이 있다면 중력 작용으로 디스크가 이만큼 부드럽고 깔끔한 구조를 가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의 천문연구팀은 "직녀성의 원반 디스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매끄럽다"고 전했습니다.
가시광선으로 바라본 이 우주 속의 눈동자는 적외선으로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제임스웹의 중적외선기기(MIRI)를 활용해 바라본 직녀성의 모습은 허블의 결과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가운데 검정색 원을 중심으로 매우 부드럽게 먼지가 분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스크래치도 없는 완벽하게 매끄러운 원반을 하고 있는데요.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은 항성 외곽 궤도 주변에 해왕성 질량 이하의 행성이 공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직녀성(VEGA)을 관측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케이트 수(애리조나 대학교), 안드라스 가스파르(애리조나 대학교)
제임스웹은 밝게 빛나는 항성을 관측할 때, 강렬한 빛이 망원경 기기 내부에서 6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으로 관측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밝게 빛나는 직녀성은 항성 주변을 지나는 행성을 관측한 것처럼 까만 점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데이터가 너무 많아 광점 포화로 이렇게 촬영됐습니다.

카시오페아 빛의 메아리를 관측한 제임스웹

카시오페아A 성운의 광각 전경. 배경이미지는 지난 2008년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부분, 왼쪽의 동그랗게 밝은 부분이 카시오페아A 초신성이 있었던 자리, 오른쪽은 초신성 분출 잔해가 '광 에코'현상으로 보이는 현상.  스피처 우주망원경: NASA/JPL-Caltech/Y.김(애리조나 대학교/시카고 대학교) 카시오페아A: NASA, ESA, CSA, STScI, 대니 밀리사블제비치(퍼듀 대학교), 일세 드 루즈(겐트 대학교), 티 테밈(프린스턴 대학교) 광 에코: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카시오페아A 성운의 광각 전경. 배경이미지는 지난 2008년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부분, 왼쪽의 동그랗게 밝은 부분이 카시오페아A 초신성이 있었던 자리, 오른쪽은 초신성 분출 잔해가 '광 에코'현상으로 보이는 현상. 스피처 우주망원경: NASA/JPL-Caltech/Y.김(애리조나 대학교/시카고 대학교) 카시오페아A: NASA, ESA, CSA, STScI, 대니 밀리사블제비치(퍼듀 대학교), 일세 드 루즈(겐트 대학교), 티 테밈(프린스턴 대학교) 광 에코: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
옛날, 과거의 어떤 순간, 별의 중심부가 붕괴되면서 커다란 충격파가 발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충격파가 표면에 도달하자 별은 강력한 X선과 자외선 펄스를 내뿜었고 이 파장은 별의 표면에서 주변 공간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수백 년 후 이 빛의 파장은 주변 성간 물질에 도달했고 이들을 적외선으로 빛나게 했습니다.
카시오페아A 중심부. NASA, ESA, CSA, STScI, 대니 밀리사블제비치(퍼듀 대학교), 일세 드 루즈(겐트 대학교), 티 테밈(프린스턴 대학교)카시오페아A 중심부. NASA, ESA, CSA, STScI, 대니 밀리사블제비치(퍼듀 대학교), 일세 드 루즈(겐트 대학교), 티 테밈(프린스턴 대학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카시오페아자리의 중심에서 보이는 초신성 폭발 잔해 '카시오페아A'. 우리은하 안에 있는 유명한 별자리의 주인공답게 우주에서 많이 연구된 초신성 잔해 중 하나입니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을 비롯 허블우주망원경, 스피처우주망원경 등 굴지의 고성능 망원경들이 이 천체를 관측했고 여기에서 얻은 관측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시오페아A의 분포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웹도 관측 대열에 합류해 지난 2023년 12월 카시오페아A 자리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초신성 잔해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잘 보여준 이 경이로운 관측 이미지는 백악관 행사에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카시오페아A 주변부 광 에코가 발생한 부분.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카시오페아A 주변부 광 에코가 발생한 부분.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
제임스웹은 카시오페아A에 이어 주변부 성간 물질에 반사된 빛의 메아리를 관측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름띠의 모습과 비슷한 모양의 이 성간 물질은 초신성의 폭발로 인해 가열된 성간 가스와 먼지입니다.
카시오페아A 주변부에는 광범위하게 빛의 반향(Light echo) 현상으로 성간 물질들이 우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관측됩니다. 빛의 반향은 광원에서 멀리 떨어진 표면에 반사된 빛이 관측지점에 지연 도달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입니다.
2024년 8월 19일, 2024년 9월 16일, 2024년 9월 30일 세차례에 걸쳐 광 에코 현상이 발생한 같은 부분을 관측한 결과물.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2024년 8월 19일, 2024년 9월 16일, 2024년 9월 30일 세차례에 걸쳐 광 에코 현상이 발생한 같은 부분을 관측한 결과물. NASA, ESA, CSA, STScI, J.젠슨(칼텍/IPAC)
카시오페아A 주변부의 모습은 수년 동안 스피처우주망원경이 관측해 그 분포를 파악하고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웹은 이 성간 물질을 시간차를 두고 여러 번 관측해 성간 물질이 우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다 자세히 보여줍니다.

'수억 개의 별빛을 밝혀냈다' 10년 동안 안드로메다를 바라본 허블

모자이크 파노라마로 완성된 안드로메다 은하 전경. NASA, ESA, 벤자민 F 윌리엄스(유워싱턴 대학교), 주오 첸(유워싱턴 대학교), L. 클리프톤 존슨(노스웨스턴 대학교)모자이크 파노라마로 완성된 안드로메다 은하 전경. NASA, ESA, 벤자민 F 윌리엄스(유워싱턴 대학교), 주오 첸(유워싱턴 대학교), L. 클리프톤 존슨(노스웨스턴 대학교)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은 하나씩 세어 본다면 몇 개나 될까요.
과거 우주에 수천만 개의 별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천문학자들은 까맣게 보이지 않는 우주공간을 장시간 관측하는 딥필드 관측에서 수천 개의 은하가 관측되자, 우주에 1조 개 이상의 은하가 있을 것이라고 정정했습니다. 그 은하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항성이 빛을 발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탐사해야 할 은하는 저 멀리 우주공간에 한가득 존재하지만 자세한 관측을 시도한다면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할 천체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천체여야 할 것입니다. 맑은 밤하늘에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고 지구의 천문역사에서 자주 오르내린 이웃 은하, 안드로메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관측 결과물 안에서 흥미로운 다섯가지의 요소들. NASA, ESA, 벤자민 F 윌리엄스(유워싱턴 대학교), 주오 첸(유워싱턴 대학교), L. 클리프톤 존슨(노스웨스턴 대학교)안드로메다 은하와 관측 결과물 안에서 흥미로운 다섯가지의 요소들. NASA, ESA, 벤자민 F 윌리엄스(유워싱턴 대학교), 주오 첸(유워싱턴 대학교), L. 클리프톤 존슨(노스웨스턴 대학교)
허블 우주망원경은 안드로메다에 대한 장기간 관측을 진행해 최근 역대급 해상도의 관측 결과물을 완성했습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바라보기 위해 초망원으로 설계된 허블은 가까이 위치한 안드로메다를 관측하기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근거리에 위치한 안드로메다는 수백번에 걸쳐 관측을 해야할 정도로 화각이 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블은 약 10년 동안 600번 이상의 모자이크 관측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합쳐 안드로메다 은하 파노라마 이미지를 완성됐습니다. 우리 은하와 약 250만 광년 거리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약 1조 개의 항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 관측으로 태양보다 더 밝은 항성 약 2억 개를 새롭게 포착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파노라마 이미지에서 다섯 가지 흥미로운 영역을 다섯 군데를 선정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 A영역은 안드로메다 은하 속 군집한 파란색 별들의 무리, 두 번째 B영역은 안드로메다의 밝은 별 구름, 세 번째 C영역은 파란색 신생 별 무리의 모습, 네 번째 D영역은 과거 안드로메다와 충돌했던 은하의 잔여 핵으로 의심되는 위성 은하 M32, 마지막 E영역은 무수히 많은 별들 사이에 분포한 어두운 먼지 영역으로 우리 은하에도 일부 존재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매달 새롭게 공개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파장을 넘어 적외선과 X선까지 활용해 우리은하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우주 끝자락 원시 은하까지 천문학자들의 관측은 계속됩니다. 한달 뒤 우리는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보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 달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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